뉴트 깅그리치 전 미 하원의장 “미국은 결국 북핵 용인할 것”
뉴트 깅그리치 전 미 하원의장 “미국은 결국 북핵 용인할 것”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09.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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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터뷰] ‘공화당 혁명’ 이끈 뉴트 깅그리치 전 미 하원의장
   
 
  ▲ 뉴트 깅그리치 전 미 하원의장  
 


 “보수와 진보 대결은 역사적 필연”

 미국의 ‘보수주의 혁명가’ 뉴트 깅그리치(Newt Gingrich) 전 미 하원의장이 한국을 방문했다.그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물간 ‘영광의 옛정당’으로 인식되던 미 공화당을 개혁적 이념정당으로 탈바꿈시키고, 1994년 말 총선에서 공화당이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을 물리치고 상하양원을 장악하도록 하는 전대미문의 정치적 성공을 이끈 인물. 11년 전 스캔들에 휘말려 정계를 은퇴하는 듯했으나 최근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 2012년 대선의 공화당 내 유력후보로 이름을 올리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미래한국>이 지난 8월 20일 한국교류재단의 초청으로 방한한 깅그리치 전 의장을 만났다. 인터뷰는 이날 오전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조찬강연과 연이은 질의응답, 그리고 강연 직전과 직후 깅그리치 의장과 가진 인포멀한 대화와 그를 수행한 미국외교정책위원회(AFPC)와 미디어회사 ‘깅그리치 커뮤니케이션스’ 간부진 5명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했다.

 

 

이번 방한의 목적은 무엇인가?

한국과 일본, 중국 등 3개국을 방문해 이 지역의 정세를 살펴보고 동아시아 문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다. 어제(19일)밤 도쿄를 출발해 서울에 도착했고 22일 베이징으로 간다.

- 첫 방한인가? 한국에 대한 인상이 어떤가?

아버지가 미육군으로 한국전쟁에 참전했다. 1953년 집으로 돌아오시면서 한국 농부 모양의 목각 인형을 선물로 갖다 주었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가 오늘날 한국의 모습을 보면 굉장히 놀랄 것이다. 1950~60년대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가나나 케냐와 비슷한 100달러 수준이었는데 오늘날 세계 10위 규모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엊그제 PGA에서 한국의 양(용은)선수가 타이거우즈를 꺾은 것도 대단하다. 방한은 12년만이다.

- 북한에 대해 많은 발언을 해 왔는데, 기본적으로 북한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북한은 한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위협이 되고 있다. 일례로 시리아에 무기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북한은 세계적으로 관심을 끌기 위해 ‘마케팅 프로그램’ 차원에서 핵개발을 하고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다. 그 외에는 수출할 게 없기 때문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정확한 정보에 입각하지 않은 오판을 내릴 가능성이다. 절박한 상황에 몰리면 생존 차원에서 서울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로서는 합리적인 방식으로 북한 정권의 붕괴를 기다릴 수 밖에 없다. 북한은 변화와 현대화가 불가능한 화석화된 독재체제이다. 지난 64년간 그렇게 살아왔고 앞으로 50년간 그렇게 유지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 북핵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미국이 궁극적으로 북핵을 용인할 가능성은?

북핵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어쩌면 앞으로 오랫동안 현재와 같은 상황을 견뎌야 할 것이다. 북한은 한 세대에 걸쳐 오랜 기간 핵개발을 해왔기 때문에 핵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핵문제 해결에 6자회담이 유용하지만 중국의 역할이 미약하다. 중국은 북한을 압박하는 데 관심이 없다. 지난해 10억 달러 이상을 북한에 지원했다. 북한 정권이 안정되고 남북분단 상황이 유지되는 것을 원하고 있다. 북한의 핵포기가 불가능하다면 미국이 소련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봉쇄(containment)정책으로 갈 수 있다. 미국의 능력은 제한돼 있고 한반도에서 전쟁을 감수할 수 없는 상황이다.”

- 대북봉쇄의 범위는? 미북수교가 가능할까?

북한을 군사적으로 고립시키되 경제 협력은 계속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것은 미국이 대일(對日) 봉쇄정책을 펴면 망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북한도 코너에 몰리면 전쟁 도발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발발 4~5시간 안에 서울에서 수백만명이 죽는 대참사가 벌어진다. 내가 비록 보수적인 매파(hawk)지만,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지난 6~7년간 매우 조심스럽게 판단해 왔다. 북한의 벼랑끝 전술에 대해서는 무시하는 것이 좋다. 다만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들이 국외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군사적으로 봉쇄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 현재 미국 내 최대 현안은 무엇인가?

현재 세 가지 큰 도전에 직면에 있다. 세계적으로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가 급부상하고 있으며 가공할 만한 무기 개발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과학과 신기술의 개발은 향후 5년간 지난 25년간 이뤄졌던 성과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중 65%가 미국 밖에서 이뤄질 것이다. 중국과 인도의 부지런하고 재능 있는 엄청난 인력과 수준 높은 교육을 받고 있는 한국 국민들도 세계의 정치적 지형을 바꿔놓을 수 있다. 미국 내부적으로는 세금제도와 법제도, 의료제도, 금융제도 등 총체적으로 큰 변화와 개혁의 기로에 있다.

 

   
 
     
 


- 한미FTA에 대한 미 의회의 비준이 늦춰지고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한미FTA는 한국 뿐 아니라 미국 경제에도 아주 중요하다.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미국은 세계시장에 헌신과 의무를 보여줘야 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좌파나 노동계의 압력을 받겠지만 의회 비준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 한국에서는 근래 보수와 진보의 분열과 갈등이 극에 달했다. 미국의 대표적 보수인사로서 조언이 있다면.

보수와 진보의 이념적 대결과 싸움은 자유사회에서 자연스럽고 당연한 현상이며 정당한 제도적 과정이다. 한국은 지난 20년간 민주주의를 해오면서 그것에 익숙해졌다고 본다. 북한과 같은 독재사회라면 그러한 갈등이 없었을 것 아닌가. 미국에서도 이념적 싸움이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

김범수 편집위원 bskim@futuerkorea.co.kr
사진ㆍ이승재 객원기자 ls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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