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행정개편은 자율통합이 관건”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행정개편은 자율통합이 관건”
  • 미래한국
  • 승인 2009.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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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최근 경기도 성남·하남·광주시의 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는 등 행정개편 문제가 국가 최고 현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기념사에서 1년내 행정구역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해 정부내 행정개편방안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한나라당은 일부 의원이 중심이 돼 지방의 자율통합을 전제로 2014년 지방선거까지 전국 행정구역을 70여개의 광역도시로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정부의 제안이 선행되고 국회에서 법률적인 토대를 구축한 후 모범적 모형을 만들어 기초자치단체의 통합을 이끄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미래한국>은 행정체제 개편의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의 이달곤 장관을 만나 행정개편 추진 현황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 장관은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원장, 한국행정학회 회장 등을 역임하고 ‘21세기 한국의 사회발전 전략’‘지방자치와 행정(공저)’ 등의 저서를 내는 등 행정학자로서 활발한 정책 활동을 펼쳐왔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하다 작년 18대 국회의원(한나라·비례대표)으로 당선됐고 지난 2월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됐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본지 <미래한국>의 편집위원을 역임하기도 했다. 다음은 이 장관과의 일문일답.


- 최근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이러한 논의가 언제 어떤 계기로 시작된 것입니까.

“대통령께서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과 자치단체 간 자발적 통합에 대한 지원 의지를 표명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7대 국회에서도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를 구성하여 결과보고서를 채택하기도 했고, 그 외에도 학계를 비롯해 개편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과제입니다.

1896년 이후 110여년간 13도제의 틀을 유지해온 현행 지방행정체제는 60~80년대 신화적 경제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뤄내는 데 나름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사회·문화 전반이 획기적으로 발전했고 본격적인 지방자치와 지방분권 시대를 거치면서 적지 않은 문제점과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현 18대 국회에서는 허태열 지방행정체제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중심으로 특위를 꾸려 올해 6월부터 활동을 개시하는 등 공식적이고 본격적인 공론화에 착수하고 있습니다.”

- 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공감대는 형성돼 있으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이 갈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장관님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행정체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개편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정치권, 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 수렴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개편의 기본적 접근 방향은 첫째, 주민의 편익을 제고하고 주민자치를 활성화하며 둘째, 자치단체의 역량과 실질적 지방분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셋째, 저비용·고효율의 행정체제로 전환해야 하며 넷째, 지역 발전을 통해 국가경쟁력이 제고될 수 있는 개편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기준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행정체제 개편 문제는 지방자치제도 전반을 다루게 되고 지역별로 행정적·재정적 여건, 경제·산업 구조 등이 달라 주민에 미치는 영향에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역의 경쟁력을 높여 결과적으로 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만큼 지역 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접근하여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만약 자치단체장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충분한 여론수렴 없이 통합을 추진한다고 한다고 한다면,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는 어떤 대책이 있습니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자율통합 지원계획’은 현행 행정구역과 생활, 경제권이 달라 주민 불편이 심한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자치단체 간 통합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합니다. 아울러 필요시 주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자율통합 지원위원회’의 자문을 얻어 지역 주민이 가장 선호하는 통합방안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계획입니다.

따라서 통합 여부는 지역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지역 발전을 염원하는 지역 주민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봅니다. 궁극적으로 통합 방안의 적절성은 주민 스스로가 검증하게 될 것입니다.”

 

지방 분권 4대 분야 20개 과제 추진

- 중앙정부가 통합의 효율성에 대한 결과가 나타나기 이전에 통합을 사전 지원하는 것이 예산 낭비이고 비효율적이란 지적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통합에 따른 편익은 크지만 이것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통합에 따른 비용은 단기간에 집중되게 됩니다. 따라서 자치단체가 스스로 통합을 추진하기에는 유인이 낮기 때문에 정부가 지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통합 자치단체에 대한 정부의 인센티브는 지역 발전에 투입되는 재원입니다. 자치단체 통합에 따른 공공시설의 공동 활용, 경상비용 절감 등을 통해 자체 투자재원을 마련하면 장기적으로 지방재정이 건전해지고 궁극적으로는 국민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부 재원이 언제 어떻게 어디에 투입될지 여부는 주민투표와 관계 지방자치단체의 지역 주민이 동수로 구성되는 ‘통합추진위원회’에서 수립하는 지역발전계획에 따라 결정되게 할 것입니다. 주민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한 조치이지요.”

- 순천-승주 등 이미 몇 개의 기초단체들이 통합돼 운영되고 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습니까.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앞서 중앙에서 지방으로의 권한 이양이 선결과제라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1995년에서 1998년까지 역사적 동질성, 주민의 생활, 경제권을 고려해 42개 시와 39개 군 등 81개 시·군을 40개 통합시로 개편한 바 있습니다.

통합 전후를 비교해 볼 때 행정기구 통합, 공무원 수 적정화로 행정기관이 슬림화되고, 통합지역 내의 산업연관효과를 가속화 시켜 수출액이 증가하는 등 지역경제 발전성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를 들면 1998년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이 통합된 후 공무원이 2,044명에서 1,768명으로 돼 276명이 줄었고, 이 지역의 수출액도 1998년 37억 달러에서 2007년 173억 달러로 전남 수출의 7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생산액은 44조 원에 이릅니다.

물론 지방으로의 권한 이양 역시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부는 지방분권촉진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대통령 소속으로 지방분권촉진위원회를 설치해 지방소득, 소비세 도입 등 4대 분야, 20개 과제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조 하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통한 분권화를 가미하면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가 보다 심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율통합 건의서, 시·도 거쳐 제출해야

- 행정체제 개편과정에서 광역단체와의 조율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자율통합 추진 절차상 시·도의회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되어 있고, 통합건의서를 반드시 시·도를 거쳐 제출하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관계 시·도와의 협조를 통해 자율 통합이 원만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자치단체 간 통합의 주체는 바로 지역 주민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에 정부도 주민의 의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통합 추진 절차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 한나라당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중심이 돼 2014년 지방선거 전까지 행정체제개편을 마치고 새로운 행정체제에 따라 지방선거를 실시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입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안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우선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국가경영의 틀을 바꾸고 국민들의 삶의 공간을 재구획하는 일이므로, 그 추진을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돼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서는 지난 6월 지방행정체제개편특위가 출범했고 관련 법률안 6개가 제출돼 있습니다.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지요.

정부는 국회의 개편 논의 활성화와 개편 방안 마련을 적극 지원할 것입니다. 즉, 개편 논의 단계별로 차별화된 대국민 홍보 추진, 개편방안 마련 지원과 세부과제 검토, 미래 행정체제에 부합하는 자치제도 개선방안 연구 등에 역점을 둘 계획입니다.

이번 자치단체간 자율통합을 통해 지역 발전과 주민 생활여건 개선 등의 모범사례를 창출한다면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 통해 이후 개편의 원활한 추진이 힘을 받을 수 있겠지요.

지방행정체제개편은 국민들의 삶의 틀을 재구조화하는 중차대한 작업이므로 각계의 의견수렴과 주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최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합니다.

저는 이러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최선의 방법이 자치단체 자율통합을 통한 성공사례를 창출해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좀 다른 얘기이지만, 최근 두 전직 대통령의 장례를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장관으로서 주관하느라 노고가 많으셨습니다. 국민장과 국장에 대해 논란이 있었는데 이를 분명히 할 법 제·개정 계획이 있으신지요.

“최근 국장이나 국민장과 관련해 장의형식 등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몇 차례 장의를 통해 선례가 형성되었고 국민들도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견도 다양한 점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선 그동안의 선례와 전문가 의견, 국민적 공감대 형성, 외국의 주요사례를 통한 충분한 사전연구와 국민여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법률의 개정 여부를 검토해 나가겠습니다.”

- 그 밖에 행정안전부가 처리해야 할 주요과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우선 정부 운영의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 및 정부기관 법인화를 비롯한 정부의 하드웨어 측면 뿐만 아니라, 규제와 절차를 개선하는 등 운영방식의 측면에도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경제위기 극복과 서민생활 안정화 추진입니다. 상반기에 예산의 조기집행과 일자리 창출로 경제 활력에 기여하였듯이 하반기에도 경기회복 가시화 전까지 재정지출 확대 기조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희망근로프로젝트, 지방물가 관리 등을 통해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데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내실 있는 지방 발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앙과 지방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지방소득·소비세 도입 등 지방재정을 확충하면서 지방행정체제의 합리적 개편으로 선진일류 국가를 향한 기틀 마련을 추진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밖에 국민의 안전보장을 위해 통합적 재난안전 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유비쿼터스 기반의 선진 지식정보사회를 구현해 나가려고 합니다.”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와 정부기관 법인화 추진

- 장관으로 취임하신 이후 역점을 두고 전개하신 사업과 성과가 있다면.

“무엇보다 가장 역점을 둔 사업은 재정 조기집행을 통한 경제위기 조기극복입니다. 예산집행 실명제 실시, 부진 자치단체 특별관리체계 구축 등 낭비적 집행을 방지해 상반기에만 총 117조4,852억 원 조기 집행했고 이를 통해 경제위기를 조기 극복하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6월 30일 기준으로 110조 원 집행 목표에 117조4,852억 원을 집행해 106.8%의 집행률을 이룩했습니다. 민간의 실집행은 80조 목표에 79조6,446억 원으로 99.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둘째, 서민과 청년 일자리 창출입니다. 서민 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희망근로프로젝트 사업을 추진하였고, 청년실업 감소를 위해서는 행정인턴십을 추진하였습니다.

2009년 6월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수는 4,000명 증가했고 경제활동인구는 20만명 증가했습니다. 6~7월에 임금 4,223억 원 상품권 1,260억을 지급했고 이 중 상품권은 8월 20일 현재 69.3%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8월말 현재 1만4,954명을 채용했습니다.

셋째, 효율적인 정부조직 관리를 위해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비와 정부기관 법인화를 추진했습니다. 공무원 정원 감축을 비롯해 3대 분야 특별지방행정기관의 집행기능을 자치단체로 이관했고, 서울대와 국립의료원 등 정부기관을 법인화해서 정부조직을 슬림화 했습니다. 35개 부처의 직제를 개정 8국 235개과를 감축했습니다. 현재 관련 11개 중 9개를 공포해 후속조치를 추진하고 있고 2개는 상임위에 계류한 상태입니다. 국립의료원은 2010년 4월 출범하게 되고 서울대 법안은 입법예고 중입니다.

이밖에도 신뢰사회 구현을 위해 인감제도 개편과 이른바 ‘더 내고 덜 받는’ 구조로 공무원 연금제도 개혁안을 마련해 국회통과를 추진 중입니다.”

- 마지막으로, 어떤 21세기 국가상을 그리고 계신지요.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하게 선진국에 진입해야 합니다.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그동안의 관행, 특히 개도국 시절의 관행과 이별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용되는 다원화되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서 정부의 선진화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정부를 운영해야 하고, 현장을 정확히 이해한 바탕 위에 전국적 관점을 가지고 제도의 틀을 바꾸어야 합니다. 또 수요자 중심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합니다.

금년 하반기부터 행안부는 정부선진화를 위해 전념할 것입니다. 행안부는 대민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기보다 타부처와 지자체 등 다른 기관을 지원해 궁극적으로 국민에게 봉사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입니다.” #

강시영 편집국장 ksiyeong@futurekorea.co.kr
사진·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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