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개헌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09.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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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방담

사회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미래한국 편집위원들은 지난 9월 16일 편집회의에 앞서 개헌문제에 관해 토론했다. 편집위원들 다수는 “이번 개헌 논의가 권력 구조의 분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개헌을 하려면 먼저 국민들의 합의와 절실함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방담 내용을 소개한다.


정치 기득권 이해관계 따라 개헌논의 진행

최승노(자유기업원 실장) : 이번 개헌논의는 정치 기득권층의 이해에 따라 진행되고 있어요. 출발부터 국민의 요구나 역사성이 결여된 잘못된 논의라고 봅니다. 이러한 개헌을 통해 우리 국민이 더 나은 헌법을 갖게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정치 혼란으로 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광동(나라정책연구원장) : 국민의 컨센서스는 사실상 4년 중임제입니다. 이것은 지금도 여론조사 해보면 나와요. 그런데 지금 개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김형오 국회의장이나 일부 언론사, 청와대 핵심부에서는 4년 중임제는 아예 거론도 안하고 권력분산을 얘기하면서 내각제와 이원집정부제 문제만을 거론하고 있어요. 이것은 국민적 컨센서스와도 안 맞고, 헌법을 다루는 기본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광(한국외대 교수) : 최근 개헌을 주장하는 대표적 인사들 중에 헌법 전문을 꼼꼼히 읽어본 사람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이 어떻게 돼 있는 줄도 모르고 개헌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기본적으로 현재 18대 국회에서는 이미 개헌 시기를 놓쳤습니다. 내년 지방선거 전에 개헌을 하는 것은 이미 시간적으로 늦었다고 봅니다. 지난번 한나라당이 야당 시절에 18대에는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을 한 상황이에요. 그러면 국회 개원하자마자 정확하게 추진을 했어야지 이제 뜬금없이 할까 말까 하는 자체가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겁니다. 모두가 자기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국가의 큰일을 어떻게 그렇게 합니까? 개헌을 하고자 했으면 처음부터 여야가 함께 위원회를 만들어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오랫동안 진지하게 논의를 해 정치 현안 또는 다른 정책 현안과는 별개로 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하는 것이죠.

박성현(서울대 교수) : 개헌을 하되 차기 대통령과 관계없이 그 다음 7년 후 혹은 8년 후부터 적용하겠다고 하면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요? 대통령은 5년마다 뽑지만 국회의원은 4년마다 뽑아 불편한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미국에는 중간선거가 있고 이것이 국회의원 선거와 2년 혹은 4년 짝수로 맞물리지만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임기가 4년이고 대통령은 5년이라서 맞지 않습니다.

최승노 : 정치적으로 4년 중임제와 5년 단임제가 차이가 있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개헌이라는 정치경제적 비용을 지불하면서 바꿀 정도로 제도 변화에 큰 의미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현재 나타나는 정치적 문제들은 5년 단임제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기 보다는 우리 정치 현실에서 야기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의 제도에서 고칠 수 있는 문제인데도 제도를 바꾸는 것은 또 다른 제도의 실험이 될 것으로 봅니다.

 

개헌은 판도라의 상자

김광동 : 개헌은 크게 볼 때 기본권·통치 성격의 문제 등 국가와 사회적 틀을 바꿀 것인가의 문제이냐 아니면 요즘 논의되고 있는 권력구조라는 특정 사안에 대한 개헌이냐가 분명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사회적 틀에 대한 것은 아무런 합의가 형성되기도 어렵고 논의할 만한 상황이 아니니까 이것은 하지 말자는 것이고, 특정 사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앞으로 일정 기간은 대통령 책임제를 하자는 얘기에요. 그런데 지금은 특정사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논외로 해놓고 대통령 책임제에서 갑자기 대통령 권력 분산을 제기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본질적 문제도 없고, 국민적 합의도 없고, 국민의 절실함이 없는 것입니다. 헌법 개정이라는 것은 국민 보편의 절실한 문제여야 합니다. 그런데 정치권이나 국민의 절실함이 없는 상황에서 한다는 것은 저는 개인적으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거라고 생각해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으면 지난번 헌법 개정처럼 국가 규제가 강화되고 정부의 역할 등에 대한 조항이 많아집니다. 결국은 규제중심적인 것으로 갈 수 밖에 없고 대통령은 이념을 배제하자고 하지만 우리 사회 중심적 좌파 세력들은 그걸 기회로 해서 밀고 들어오게 될 겁니다. 영토 조항,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 통일 문제 등의 문제로 확대돼 논의될 때 과연 이것을 수습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오히려 후퇴하면 후퇴하지 지금의 상황으로 봤을 때는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은 제가 볼 때 제로에요.

전재욱(국회 외통위 자문위원) : 권력구조와 관련한 개헌논의가 국민과 유리돼 진행된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그러나 내각제 내지 이원집정제 개헌안을 여의도 정치꾼들의 일방적 정략의 일환으로 보는 것 또한 지나친 편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4년 연임제 또한 2009년 가을 현재 차기대선 선두주자의 이해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개헌의 범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이념 간, 정파 간의 갈등이 폭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매우 현실적인 것입니다. 하지만 광범위한 개헌논의를 막고 권력구조만 의논하자고 밀어붙일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렇다면 개헌논의를 상시화하는 방법, 즉 필요 있을 때마다 조금씩 고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미국헌법의 수정안과 같은 조항을 계속 첨부해나가되 기본적인 헌법의 틀은 보존·유지하는 것입니다. 건국의 이념과 지향점은 엄연히 보존해야 마땅한 것이고 시대의 필요에 따라 수리해나가면 되는 것입니다. 좀 마땅치 않다고 신축.개축만 생각하는 ‘갈아엎기’적 문화를 증축 위주로 생각하는 ‘축적’적 문화로 바꿔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식 3권 분립제도를 확고히 하자

송종환(명지대 교수) : 저는 4년 중임의 정·부통령제로 개헌하되,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하는 미국의 3권 분립제도를 받아들였으면 합니다. 우리는 행정부만 정부로 생각하고 있지만,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3권 분립이 잘 되어 있는 미국 국민들은 3부가 각기 다른 역할과 기능을 가진 정부라는 인식을 하고 있고, 실제로 서로 견제와 균형을 합니다.

상하 양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미국 의회는 행정부를 견제하는 막강한 입법 정부입니다. 일례로 미국의 국회 의사당 건물은 수도 워싱턴 D.C.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고 건물의 높이도 백악관이나 워싱턴 기념탑보다 높습니다. 의사당이 가장 높은 이유는 어느 정부 기관도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의회보다 높은 곳에 위치할 수 없음을 상징하는 겁니다. 4년 중임을 할 수 있는 대통령 중심제로 그리고 대통령 재임 중간에 총선을 실시하여 행정부를 심판할 수 있도록 개헌하고, 행정부와 입법부가 서로 견제를 할 수 있게 되면 굳이 국무총리를 둘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이와 더불어 미국 의회는 감사권으로 대통령을 비롯한 행정부를 견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처럼 행정부에 소속한 감사원이 행정부를 감사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최광 : 이론상으로는 3권이 분리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상대적으로 더 힘을 가져야 합니다. 문제는 행정부도 국회도 현재 헌법에 주어진 역할 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데 있습니다. 제가 실제 국회 예산정책처 처장으로 있을 때 보니까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해야 하는데 국회 안에서 여당은 행정부를 무조건 옹호하고 야당은 무조건 반대하는 데 있습니다. 또 국회 예산정책처가 국회를 위해 기능하는 것이 아니고 여당을 위해 기능을 합니다. 야당은 국회 내에 있는 국회 예산정책처를 마치 행정부의 일부로 생각했습니다.

권력 구조를 바꾸자는 현재 논의는 지금 우리가 개헌을 하면 열 번째 하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아홉 번 개헌에서 권력구조만 바뀌었지 그 나머지 중요한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다룬 게 없어요. 1961년 개헌할 때 제헌헌법의 거의 100% 사회주의였던 경제조항이 바뀐 것 말고는 모든 게 권력 중심의 개헌이었습니다.

김범수(미래한국미디어 부사장) : 현재 나와 있는 내각제안과 4년 중임제안 모두 국회 양원제를 포함하고 있는데, 정작 양원제의 장단점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도 과거 잠시(1960~61년) 민의원(하원)과 참의원(상원)을 두고 양원제를 한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것이 영국 등과 같이 귀족과 평민 같은 각 사회계층의 이해관계를 대변하기 위한 역사적 필요에 의한 구분은 아니었는데, 왜 지금 와서 갑자기 양원제를 해야 하는지 당위성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특히 현재처럼 국회가 매회 파행으로 치달으면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는 상황에서, 상원이다 하원이다 해서 국회의원들의 권력과 책임만 확대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의문입니다. 더구나 임기가 긴 상원은 우리 정치 현실에서 하원 위에 있는 옥상옥이 될 수 있습니다. 기능적으로 본다면 지역이기주의를 뛰어넘을 수 있는 현행 전국구의원제도가 이미 상원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최광 : 양원제의 취지 자체는 좋다고 봅니다. 미디어법을 둘러싸고 하원의 기능을 하는 현 국회 내에서 싸움이 나는 것도 상원에서 제재를 하면 정쟁이 줄 수도 있습니다. 상원에서 그러면 반대의 상황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양원제에 대한 호불호는 없습니다. 단원이냐 양원이냐 보다 결국 제도와 운영을 동시에 잘해야 합니다. 국회나 모든 정책이 좋은 제도에 제대로 된 운영이 뒷받침될 때 제대로 되는 것입니다.

최승노 : 양원제는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역사적인 유물로 몇몇 나라에서 남아 있는 것으로 봅니다. 현재 우리나라처럼 단원제를 하다가 양원제로 갈 이유는 없습니다. 물론 양원제가 갖고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미래에 분권화된 형태의 연방제가 성립이 된다거나, 통일되는 과정에서 미국식의 양원제 방식을 부분적으로 채택할 수는 있습니다.

박성현 : 개헌을 하려고 하면 현 헌법과 국가체제에 뭐가 문제가 있는지 그것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단원제 등 헌법에 이러이러한 문제점이 있다, 이런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으니까 고쳐야겠다는 타당성이 나와야 개헌 논의가 필요한 것이지 그런 합의도 없이 개헌하자는 것이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지금 나오는 얘기들은 대부분 권력 구조에 대한 논의인데 특히 다음 선거의 이해 당사자들이 개헌논의의 주체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앞서 말했지만 권력구조에 대한 논의를 하려면 다음 대통령 선거에 해당되지 않고, 그 다음 선거로 시기를 맞춘다는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개헌에 국력 쏟을 필요 없어…”

김광동 : 다음 선거 이후에 하자고 하면 사람들이 안 합니다. 그게 문제예요.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권력, 나눠먹는 몫을 극대화하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제 양원제도 나오는 것이고 이원집정부제, 내각제 등을 통해 자신들이 총리를 뽑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청와대는 거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또 몇 년이 지나면 다른 대통령중심으로 권력이 이동될 텐데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여기에 포커스가 있어요.

민주당은 논의 자체를 지방선거 이후에나 하자고 하는데 이것은 둘 다 하지 말자는 것이거든요. 한나라당은 박근혜 계열과 김문수 측도 반대에요. 대선주자들이 반대하는데 그렇다면 사실상 국회에서 과반수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력을 개헌에 쏟을 필요가 없죠.

이근미(소설가) : 지금 문제는 정치권에서 무슨 얘기가 나오든 국민들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우리 국민들에게 정치인은 ‘가장 이기적인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아주 뿌리 박혀 있습니다. 대한민국과 국민이 아닌, 소속당과 내 지역구, 자신의 이익만 대변하는 사람이 바로 정치인이라는 게 대다수 국민의 인식입니다. 거기다가 ‘부패를 일삼는 독설가’라는 인식이 덧붙여져 있죠. 그래서 국민들은 개헌이든 뭐든 정치인들이 하는 얘기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무슨 꿍꿍이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그럼에도 국민이 뽑은 리더들이 결정하고 이끌어가야겠지만 지지 대신 조롱을 받는다는 건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개헌 논의가 당리당략이 아닌 시대의 과제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겸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리·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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