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수도분할 반대는 내 운명”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수도분할 반대는 내 운명”
  • 미래한국
  • 승인 2009.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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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원한 재야인사’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정운찬 국무총리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하던 세종시(행정복합도시) 건설 문제가 국가 최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세종시는 여의도의 25배에 해당하는 면적에 인구 50만명 유치를 목표로 충청남도 연기군 지역에 건설 중에 있다. 하지만 도시건설이 지난 노무현정부 시절 다분히 정치적 이유로 시작되었으며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원안대로 추진할지 여부가 논쟁이 되고 있다.

<미래한국>은 지난 9월 24일 세종시건설 중단운동을 펼치고 있는 ‘수도분할반대국민운동본부’의 장기표(張基杓) 대표를 만났다. 장기표 대표는 1980년대 김근태, 이부영, 이재오, 김문수 등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펼치며 재야(在野)의 좌장으로 꼽히던 우리사회의 대표적 진보진영 인물. 그러한 그가 이제는 진보진영과 야권이 지지하고 있는 세종시 건설의 반대운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마지막 재야인사’ 장기표 답다”라는 생각과 함께 세종시 문제에 대한 그의 생각과 근황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됐다.

장기표 대표는 서울대 법대에 재학 중이던 1972년 ‘서울대생내란음모사건’으로 구속된 것을 시작으로 김대중납치사건규탄 및 유신독재반대시위, 민청학련사건, 민중당 김낙중 간첩사건 등에 연루돼 다섯 차례 구속되었으며 90년대 들어서는 민중당, 개혁신당, 민주국민당, 사회민주당 등을 창당하면서 제도권 집입을 시도했으나 모두 고배를 마셨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재임 시절에는 개인적으로 깊은 인연을 맺고 있는 두 대통령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으며, 지난 2007년에는 새정치연대라는 당을 만들어 대권도전에 나섰다가 중도포기하기도 했다. 현재 그는 새정치연대 대표, 사단법인 신문명정책연구원 이사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범수 편집위원 bskim@futurekorea.co.kr


- 야권 인사로서는 드물게 지난 노무현정부에서 추진한 세종시 건설문제에 대해 적극 반대하고 있는데 그 이유가 뭡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를 행정수도 건설 명분으로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행정도시 건설은 국가 균형발전이나 수도권 과밀해소에 아무 도움이 안 됩니다. 오히려 두 가지 목적에 역행합니다. 왜냐하면 국가 균형발전을 하려면 충청도만 발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전라남북도와 강원도 등도 함께 발전시켜야 하는 것이죠. 또 균형발전을 하려고 한다면 지방의 산업과 교육시설을 육성해야 합니다. 돈이 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 돈을 행정도시를 만들어 정부청사를 옮기는 데 쓰면 어떻게 합니까. 수도권 과밀해소를 말하지만 충청도 사람만 수도권에 가서 수도권 인구가 늘어난 게 아닙니다. 일자리를 구하려고, 자녀 교육 때문에 수도권에 몰리는 거죠. 설사 행정수도 이전이 국가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해소에 도움이 된다 하더라도 대통령과 6개 부처장관은 서울에 남고, 국무총리와 9개 부처의 나머지 사람들이 공주로 가면 뭐가 되겠습니까. 국정운영의 마비를 가져오는 것이죠. 수도(首都)라는 한자에서 ‘수’는 머리 수자입니다. 상징적으로 표현하면 국가의 머리를 반쪽으로 나눈다는 것은 정신분열을 가져옵니다. 나라가 망하는 길이죠.”

장기표 대표는 행정 수도 이전이 실제로 충청도 지역에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 청사를 옮겨 지으면 공무원이 1만1,000명 갑니다. 가족들을 포함해도 5만 명이 안 됩니다. 도시가 안 됩니다. 도시가 되려고 하면 공장이 있고, 학교가 있고, 연구소도 있어야 장사하는 사람도 생기고 도시의 자족기능이 생기는데 공무원만 옮겨서는 유령도시가 됩니다.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한 노무현 정부에서도 공무원들이 반발을 하니까 서울에서 출퇴근할 수 있는 통근열차를 만들겠다고 제안했습니다. 이게 말이 됩니까. 결국 행정수도 이전은 노무현 정부가 말도 되지 않는데 충청권 표를 얻으려고 한 겁니다. 실제로 노 전 대통령도 행정도시 건설해서 ‘나 재미 좀 봤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에 대한 모독인거죠. 자기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인격적으로 모독당하는데 저항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어떻게 잘 살 수 있겠습니까.”

- 수도이전과 관련한 부작용이 명백히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포퓰리즘’에 눌려 정부와 여권쪽에서 반대 목소리가 별로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진보진영이나 야권에서는 이 문제를 대체로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그들은 행정수도 건설에 찬성도 많이 안하고 반대도 안합니다.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내세우니까 진보 이념에는 맞거든요. 저는 이것이 굉장히 잘못됐다고 봅니다. 제가 그래서 최근 ‘진보지식인 여러분들에게’라는 글도 썼지요. 실제로는 행정수도 건설 정책이 강남의 집값을 엄청 올려놨습니다. 2005년과 2006년에 토지보상비로 61조원이 나갔어요. 보상 받은 돈으로 아파트 사니까 집값이 올라갈 수 밖에 없죠. 이러한 실상을 진보정치 하는 사람들도 전혀 몰라요.”

이쯤에서 ‘영원한 재야인사’ 장기표 개인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어떤 사상과 국가관, 국가비전을 가지고 있을까.

- 과거 함께 활동하던 김근태, 이부영, 이재오 전 의원 등은 모두 제도권으로 들어가 나름 일정한 성공을 거뒀는데 유독 장 대표님만 재야에 남아 있습니다. 어떤 소신 때문인가요, 아니면 실패한 건가요.

“두 가지로 말씀드리겠는데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제가 하는 일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같이 민주화 투쟁을 하던 사람들만 대한민국에 남아 있으면 대한민국은 벌써 망했을 겁니다. 제가 제도권 정치에 들어가지 않은 의미가 있습니다. 다양한 노력들이 조화를 이루어 발전하는 것이지 어떤 한 쪽 분야의 사람들만의 노력으로만 발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저의 역사의식 때문입니다. 저는 오늘의 세계적인 변화를 문명이 전환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정보화, 세계화는 단순히 사회 한 부분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총체적 양식이 변화하는 겁니다. 삶의 총체적 양식을 문명이라고 합니다. 신문명시대, 정보문명시대의 도래에 잘 대비하면 참된 자유·평화·복지·자아실현을 누리면서 아주 잘 살 수 있습니다. 잘 대응하지 못하면 대량 실업, 소득 양극화, 환경파괴, 인간성 상실로 사회는 붕괴하고 인생은 파탄하는 대 재앙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잘 대응하려면 정보문명시대에 맞는 새로운 이념과 정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저는 정보문명시대에 신문명 이념, 신진보 이념을 만들어 두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제도권에 안 들어갔습니다.”

- 1989년 민중당 창당 이후 총선에도 다섯 번 출마하고 지난 대선에도 출마하셨는데요.

“제가 군소정당 후보로 나왔는데 꼭 당선되려고 해서 출마한 건 아닙니다. 국민의 관심이 선거에 집중되어 있을 때에는 선거 공간에서 저의 이념과 정체성을 말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나간 것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다른 동지들처럼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후보로 나갈 수 있었겠죠.”

- 김대중 전 대통령과는 ‘리틀 DJ’로 불릴 정도로 오랜 인연이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중학교 동창인데다 비슷한 점도 많은 것 같은데 두 분에 대해 아주 신랄한 비판을 해 왔습니다. 두 전 대통령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아주 잘못된 분들이에요. 김대중 선생을 두고 ‘트랜스포머’(정치, 경제 변혁을 이끈 지도자)라고도 하던데 그 분은 IMF를 빙자해서 나라경제를 팔아먹었습니다. 김대중 선생이 집권을 하고 IMF 사태를 맞았을 때 IMF가 긴축재정, 시장개방, 노동시장의 유연성, 재벌 개혁, 금융개혁 다섯 가지를 요구했습니다. 이것은 전부 대한민국 경제를 망치는 정책입니다. 잘못된 정책을 김대중 선생은 120% 들어줬습니다. 다만 김대중 씨를 ‘빨갱이’라고도 그러는데 그가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한 것은 맞지만 그 분은 빨갱이가 아닙니다. 김대중 씨는 ‘돈’ 주의자에요. 빨갱이라고 하니까 결과적으로 김대중 씨를 도와주는 것에요. 그가 할말이 생기니까요. 노무현 씨가 행정수도 건설 명분으로 국가 균형발전을 내세웠는데 보수 쪽에서는 균형발전에 반대한다고 했습니다. 행정수도 건설은 균형발전이 아니다 라고 했어야지요. 보수는 진보를 돕고, 진보는 보수를 돕고 있습니다.”

▲ 9월 24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수도분할반대국민운동본부 회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대통령을 지낸 분이 그렇게 죽는 것은 국제적 망신입니다. 그러나 인간적으로 보면 그 죽음은 높이 평가되어야 합니다. 요즘 청문회 하는 사람들 보면 철면피 아닙니까. 노 전 대통령은 그 정도 창피스러움을 당했기 때문에 자신이 책임을 진 것이죠. 그런 면에서 상당히 양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노무현 씨는 자신이 국정운영 능력이 없으면 없는 줄 알아야 하는데 행정수도 이전처럼 권력을 남용했습니다. 노무현 씨는 굉장히 영웅심이 있는 사람입니다. 행정수도 이전은 충청권의 표만을 얻기 위해 한 것은 아닙니다. 영웅심 때문에 한 겁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재미 좀 봤다’는 말도 했죠.”

-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얼마 전 책도 내시고 많은 생각을 밝히고 계신데,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북한과 보다 많이 교류하고 많이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를 위해 구걸해서는 안 됩니다. 김정일이 협상에 나온 것은 오바마가 겁나서 나온 겁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강경책을 쓰니까 대화가 되고 있는 겁니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김정일이 현정은 회장을 불러서 스스로 한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책이 북한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저는 이명박 정부가 대북정책을 잘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국민을 설득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없어요.”

-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  

“저는 근본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진보 진영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미국과 북한의 문제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안 됩니다. 만약 미국과의 문제라면 미국이 핵탄두를 8,000여개 가지고 있고 북한은 고작 5~6개 가지고 있는데 그럼 북한이 핵무기를 갖는 게 당연하다고 귀결되어 버립니다. 북한의 핵문제는 남북간의 문제입니다. 북한 핵은 미국에 별로 위협이 안 돼요. 북한의 핵문제 때문에 망할 나라는 북한과 남한입니다. 여기에 지식인들이 북한에 놀아나고 있는 겁니다. 그 부분은 문제 제기를 해야 하고, 그리고 북한 인민에 대해서는 이들이 남한을 적대시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즉 북한 정권과 인민을 구분해서 김정일을 돕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인민을 돕는 것은 기분이 상하더라도 최대한 도울 필요가 있어요. 보수 쪽에는 대북 퍼주기를 한다고 그러는데 그건 착각이에요. 북한은 남한이 퍼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 해요.”

- 그러면 어떤 방향으로 지원을 해야 할까요.

“기본적으로 북한은 달러와 비료는 많이 주면 줄수록 좋아합니다. 달러를 주면 안 됩니다. 먹는 것이나 생필품은 남한이 많이 주겠다고 해도 안 받습니다.”

장 대표는 이어 북한 김정일의 건강 이상설에 대해 독특한 견해를 밝혔다. 최근의 언론보도와는 다르게 김정일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전 세계가 놀아나고 있어요. 중국이 북한에 압력을 가하면서 김정일을 제거할 작전을 할 가능성이 있으니까 김정일이 ‘아프다’ 하면서 피해가는 겁니다. 김정일이 현정은 회장을 만났을 때 4시간 동안 얘기를 했다고 하는데 건강이 좋지 않다면 그 정도 나이에 1시간 앉아서 말하기도 힘들어요.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이 만나고 와서 보니까 건강하더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구속되셨는데 그때 일들을 돌아보면 지금과 생각이 달라진 점은 없나요. 이를테면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재평가라든지.

“그렇게 말할 거리가 없습니다. 저는 박정희 정권을 물리치기 위해 투쟁한 것은 옳았다고 생각해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니까 그때 경제가 발전되었으니 재평가를 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나는 그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부정부패가 엄청났습니다.”

장기표 대표는 앞서 언급한 대로 1972년 서울대생내란음모사건,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 규탄 및 유신독재 반대시위 주도, 1979년 긴급조치9호 청계피복노조사건, 1992년 김낙중 간첩사건 등에 연루돼 수차례 옥고를 치렀다. 특히 김낙중 조선노동당사건은 대한민국 지식인 간첩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통일운동가로 행세해온 김낙중은 36년간 남한 내 고정간첩으로 암약하면서 북한으로부터 미화 210만 달러의 공작금을 지원받아 이중 일부를 장기표, 이재오, 김문수 등이 창당한 민중당에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나머지 현금 100만 달러는 독침, 권총 등이 김낙중의 집 장독대에서 발견됐다. 김낙중은 1991년 북한으로부터 김일성 공로훈장과 민족통일상을 받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 1992년 김낙중 간첩사건에 연루된 것은 명백한 잘못 아닙니까.

“그것은 제 불찰이죠. 그때 김낙중 씨가 갖고 있던 돈이 200만 달러, 그때 돈으로 20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었어요. 저는 그러한 돈을 북한에서 줄 리도 없고 받을 리도 없다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김낙중 씨가 준 돈이 안기부 돈이라고 봤어요. 제가 정치를 하는 사람이라면 문제를 꿰뚫어 봤어야 했는데 그때는 몰랐습니다.”

- 민주화운동을 했던 많은 분들 중 이처럼 알게 모르게 북한과 연계돼 활동했던 이들이 있다고 한다면, 최근 우리 사회에서 친북성향을 보이는 이른바 진보활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물론 북한에서 일부러 몇 사람을 접촉해서 남한 사회를 교란시키려고 한 적도 있어요. 그렇지만 보통 친북좌파는 북한과 연계를 맺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지령을 받지 않아도 북한 일을 잘 합니다. 그러니 북한에서 움직일 필요가 없지요. 그런 사람들은 물론 아주 잘못된 사람들입니다.”

- 과거 좌파운동을 하다가 소위 전향한 분들에 대해 어떻게 보시나요.  

“굶어죽는 정권의 사상을 옹호하면 되겠어요? 왜 이념이 중요하다고 그럽니까. 그 이념을 따를 때 국민이 잘 살 수 있어야 그 이념이 좋은 것 아닌가요?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뭐가 다릅니까. 다른 점이 별로 없어요.”

- 본인의 이념적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자본주의를 옹호하지 않습니다. 저는 ‘내 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입니다. 민주시장주의이라고 부르는데, 사회민주주의와도 같은 것입니다. 사회민주주의는 시장경제를 인정합니다. 사회민주주의에 자아실현을 보탠 것입니다.”

- 언제부터 사회민주주의자가 된 겁니까.

“1989년 민중당을 준비할 때부터 사회민주주의를 주장했죠. 그때는 사회민주주의라고 말하기 어려워서 대중 민주주의, 공동체 민주주의를 주장했습니다. 운동권으로 보면 PD(민중민주)계열입니다. 그런데 또 이것과 다릅니다. PD는 사회주의입니다. 저는 80년대 엘빈 토플러가 쓴 책을 많이 읽고 거기서 문명 전환의 역사의식을 가졌습니다. 모델은 서유럽 복지국가들입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이런 나라들이죠. 80년대에도 그런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보았고, 그 이후에 자아실현이라는 말을 보탰습니다.”

- 인생을 돌아보면서 크게 후회되는 일은 없나요. 큰 뜻을 위해 정치적인 타협이 필요했다는 생각은 없으신가요.

“여러 가지 후회스러운 일이 많죠. 그러나 그런 것은 굉장히 사소한 것이고 정치적으로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정치의 제일 큰 문제가 자기 정체성이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회창 씨 같은 분은 한나라당 총재를 하고 당대표를 한 사람인데 한나라당이 건재한데도 당을 또 하나 만들면 되겠습니까. 지식인 사회가 도덕이 마비됐습니다. 이번에 청문회 나온 분들이나 질문하는 사람들도 다 똑같습니다. 저는 제 뜻을 실현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장기표는 장기표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도덕성을 생명으로 하는 재야 출신이기 때문에 남이 어떻게 보든 편법은 안합니다.”

장 대표는 마지막으로 자신을 ‘극단적인 이상주의자’라고 정의하면서 참된 자유, 참된 평화, 참된 복지, 자아실현, 이것을 실현하는 인간 해방의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는 지금도 꿈이 야무진 사람입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를 보면서 제가 제시하는 경제 위기의 해법이 쓸모가 있다고 봅니다. 열흘 안에 ‘돈 중심 경제에서 자아실현 경제로’라는 책이 나옵니다. 그 책에 저의 경제철학과 경제정책이 들어 있습니다. 그 전에 ‘한국경제, 이래야 산다’는 책을 통해서 한국경제가 왜 위기에 봉착했고,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극복하고 잘 사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지 얘기했습니다. 저는 이런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이때까지 안 된 것이 앞으로도 잘 된다는 보장이 없지만 저는 그래도 시도할 겁니다.”  #

정리·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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