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오동춘 역 김인권 “나는 추억을 주는 배우이고 싶다”
해운대 오동춘 역 김인권 “나는 추억을 주는 배우이고 싶다”
  • 미래한국
  • 승인 2009.10.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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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운대’ 오동춘 역 김인권
▲ ‘해운대’ 오동춘 역 김인권

때로는 여자 조폭에게 죽도록 맞는 깡패 역할로, 때로는 해방 이전 중국에서 활동하던 아나키스트(무정부주의자)의 막내 단원으로 스크린을 누벼온 영화배우 김인권 씨. 그의 이름을 혹시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해운대’에서 친구 아들을 앵벌이 시키는 동네 날건달 ‘오동춘’이라고 하면, ‘아, 그 사람’하고 무릎을 칠 것이다.

충무로에서 그는 그동안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에 긴장감과 재미를 불어넣는 조연 역할을 많이 해왔다. 영화 ‘해운대’에서 주연은 설경구, 하지원 씨였지만 실제 영화 상영 이후에는 오동춘 역할을 맡았던 김인권 씨와 해양구조대원으로 출연했던 이민기 씨가 더 주목을 받았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에 출연한 이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인권 씨를 서울 명동의 드라마 촬영장에서 만나 볼 수 있었다. 그를 만나자마자 최근 그에게 붙여진 ‘천만 관객 배우’라는 타이틀이 어떠냐고 물어봤다.

 

영화 ‘해운대’로 천만 관객 배우

“좋죠(웃음). 다행이고, 감사하죠. 배우가 일생에 천만 관객이 든 영화에 출연하는 기회가 10~20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해요. 천만 명이 넘게 영화를 봤다는 건 세계적으로도 기록할 만한 사건이에요. 우리나라에서는 이번에 해운대가 다섯 번째로 천만을 돌파했어요. 국민 4명 중 1명이 극장에 왔다는 건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 같아요. 기적이에요.”

그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어 1997년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에 수석 입학한 이후 대학 시절부터 줄곧 연기 생활을 해왔다. 지금 33세이지만 연기 경력만 10년이 넘는다. 배우로서 인생 경험을 쌓은 후 40대 후반 쯤 영화감독을 하고 싶다지만 2002년에 이미 대학 졸업 작품으로 영화를 제작했다. 이 영화의 제목은 ‘쉬브스키’. 대학 때 배우를 하면서 벌었던 1,500만 원을 다 털어서 만든 작품이다. 김인권 씨는 이 영화에 대해 “인생이 뜻대로 안 돼서 욕을 입에 달고 사는 불우한 청년의 자아 성찰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의 이야기처럼 김인권 씨도 순탄치 않은 배우 인생을 겪어왔다. 1999년 영화 ‘송어’로 데뷔한 이래 아나키스트(2000), 조폭마누라(2001), 단편영화 차오(2001), 말죽거리 잔혹사(2004), 용의주도 미스신(2007), 숙명(2008)등에 출연해 왔지만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 영화 침체의 여파가 그에게도 닥쳐온 것이다. 특히 해운대를 찍기 전 1년 동안은 휴대폰에서 대리운전 문자가 뜨는 게 반가울 정도로 외로운 시절을 겪었다.

“그때는 둘째 아이가 돌이 되기 전이라서 부인도 너무 힘들었어요. 온 집안이 우울증이었어요. 그 우울증을 제가 대신 겪어줘야 됐죠. 물론 일할 기회는 있었어요. 드라마나 연극 제의도 들어왔고요. 그런데 내심 마음에 ‘한국 영화가 어려운 시기에 영화배우라는 것을 입증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때 언론 인터뷰를 할 때 ‘한국 영화 살아난다’고 한 말도 있고, 먹고 살기 위해 드라마로 가버리면 비굴해지는 거잖아요. 그러다가 1년이 가버린 거죠. 그런데 감사하게도 해운대가 잘 돼서 제가 영화배우인 것을 증명을 한 거고, 드라마에 출연해도 마음이 놓이게 됐죠. 그동안 기도했던 게 이뤄진 것 같아요.”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는 주로 과격하고 재미 있는 이미지를 선보여왔지만 실제 그의 성격은 영화에서처럼 발랄하고 과격하진 않다고 한다.

 

중학교 때 교회에서 연극하며 배우 꿈꿔

“영화를 하면서 그런 것을 끄집어내고 그러다 보니까 그런 면이 나온 거고요. 어렸을 적 교회 다닐 때 조용하게 기도하고 그러다가 목사님이 연극하라고 하면 그때 무대에 올라가서 끼를 발산했던 것 같아요.”

김인권 씨는 중학교 시절 교회에서 전도집회를 할 때 선보일 연극을 준비하면서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때 연극을 하면서 ‘하나님, 저 나중에 크면 뭐하죠?’하고 눈 감고 기도하고 성경책을 펼쳤어요. 성경에 나와 있을까 싶어가지고요.(웃음) 왜냐하면 목사님이 매일 꿈을 가지라고 그랬거든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교회에서 그가 올린 연극은 뮤지컬 등을 포함해서 13편 정도이다. 그때 8mm 테이프로 찍어둔 연극이 아직도 보물 1호라고 한다.

“그때는 촌극도 하고 성극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별 것 다한 거 같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완전히 웃긴 연극이었죠. 주제는 신앙에 대한 이야기고요. 제일 처음 했던 것이 하나님의 힘으로 곰 같은 힘이 솟아나서 터미네이터가 되는 그런 이야기에요.”

▲ 영화 해운대의 한 장면

왜 비호감 캐릭터 연기하나?

그는 감초 역할과 더불어 다른 배우들이 하기 꺼려하는 ‘비호감’ 캐릭터를 연기하기도 한다. 2008년 개봉한 영화 ‘숙명’에서 그는 마약 중독자로 나온다. 11월에 개봉하는 영화 ‘시크릿’에서도 그의 배역은 마약 딜러. 그에게 작품 선택의 기준에 대해 물어봤다.

“하나의 작품에 기여하는 것이 좋아요.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느냐, 어떤 이야기를 통해 그 역할이 하나의 장치로서 정확하게 규명되고 있나, 그런 것을 충분히 생각합니다. ‘시크릿’을 할때는 이번에 나 또 비호감 되는 거야?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저에게 그런 도전이 들었어요. 이 캐릭터를 관객이 봤을 때 ‘저 사람, 또 저런 역할 하냐?’가 아니라 ‘쟤도 하나의 인간이구나’ 그런 도전이에요.”

11월에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지만 그는 요즘 10월 초 방영하는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촬영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번에 그가 맡은 역할은 수녀를 데려다가 아이돌 그룹에 가서 남자라고 하는 ‘무대뽀’ 매니저이다. 너무 젊은 세대의 이야기라서 출연할 때 고민이 많았지만 오히려 지금은 20대 초반 나이의 배우들로부터 많이 배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종적으로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영화감독이 되고 싶지만 지금은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연기 생활에 충실하고 싶다고 전했다.


“관객들이 저를 보고 그냥 기분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매체를 통해 만나는 사람이잖아요? 극장에서 브라운관에서 많은 추억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 저 배우 그때 기뻤지, 슬펐지 하는 이런 추억이 많은 배우요.”

중학교 때 연극을 시작한 이후 20대에 그는 배우로서의 꿈을 이뤘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을 꿈꾸고 있을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제가 교회에서 연극을 하다 배우가 됐고, 지금 영화를 하고 있고, 앞으로도 큰 틀을 벗어날 것 같지는 않아요. 물론 그 이상 꿈꾸는 것도 있고요. 또 한 가지는 중학교 때 목사님이 ‘어렸을 적 꿈이 다 이루어진다’고 하셨는데 제가 철썩 같이 믿었거든요. 그런데 그 꿈이 다 이루어졌어요. 지금은 그런 꿈을 모으는 갈급함이 필요한 것 같아요.(웃음)”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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