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탈북민 송금 단속 강화
北, 탈북민 송금 단속 강화
  • 미래한국
  • 승인 2009.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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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발 때는 노동교화소행·외지 추방


현재 국내 입국 탈북민수가 1만6,000명에 달하고 있으며 이 중 절반 이상은 북한에 가족이 거주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탈북민들은 북한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과 중국 등에 있는 탈북민 가운데 3만-4만 명이 북한가족에게 송금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북민 이모 씨는 적은 수입에도 불구하고 절약해 1년에 약 200만~300만 원을 북한에서 굶주리고 있는 친형제들에게 송금하고 있다. 이와 같이 1명당 1년에 1,000달러만 송금해도 연 3,000만~4,000만 달러가 된다. 1달러가 노동자 한 달 임금인 2,000~3,000원을 웃돌고 있어 1,000달러는 북한의 가족들에게 상류생활이 충분히 가능한 금액이며 북한 전체적으로도 적지 않은 액수다.

북한에서는 한국 내 탈북민들이 송금한 돈을 ‘한라산 줄기‘, 중국 내 탈북민들이 보낸 돈은 ’두만강 자금‘이라고 부르고 있다. 과거 재일교포들이 송금한 돈을 ’후지산 줄기‘라고 불렀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다.

하지만 최근 북한 당국의 단속강화로 발각되는 탈북민 가족들이 적지 않다는 소식이다. 적발 시 탈북민이 보낸 돈은 독약으로 변해 가족들을 노동교화소에 보내거나 외지로 추방당하게 만들고 있다. 탈북민 송금이 굶주림에 처한 북한의 가족들을 살릴 수도 있지만 자칫하면 가족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장사를 하고 있는 북한 출신 화교 량모 씨(여·48)는 지난 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중국의 지인들로부터 부탁을 받고 돈을 전달하는 심부름을 해주다가 적발돼 1주일간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간신히 풀려났고 이로 인해 더 이상 북한에 갈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량 씨는 “남한이나 중국에서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몰래 돈을 전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무사히 돈이 전달돼도 받은 사람이 조금씩 나눠 요령껏 사용하지 않고 한꺼번에 사용하다가 발각돼 돈 심부름을 해준 사람까지 고초를 겪게 만든다”고 토로했다.

북한에서 1,000달러는 지방 대도시인 청진이나 함흥 같은 곳에서는 아파트 두 채를 살 수 있는 거액이다. 평양의 고급 아파트라 해도 4,000~5,000달러이면 구입할 수 있다. 최근 돈만 있으면 평양 시내 거주도 가능해지고 있어 ‘송금’이 갖는 위력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순간에 상류층으로 도약해 상대적으로 편안한 생활도 누릴 수 있다.

“외부로부터 은밀히 전달된 돈은 어려운 처지의 북한 주민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잘못돼 적발당하는 경우에는 이 돈이 독약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량 씨는 강조했다.

량 씨는 “형편이 어렵던 사람이 갑자기 돈을 흥청망청 쓸 경우 보위부에 불려가서 돈의 출처를 조사받게 되는데 일단 조사를 받으면 돈의 출처는 물론, 전달 받은 과정까지도 다 털어놓지 않고는 못 배긴다”며 “돈을 받은 사람은 물론 돈을 전달해 준 사람도 돈의 출처와 액수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량 씨는 “남한에서 탈북민이 보낸 돈을 받은 사람은 노동교화소감이고 중국에 머무르고 있는 탈북민이 보낸 돈을 받은 사람은 외지 추방, 심지어 중국의 친지가 보낸 돈도 압수당한 뒤 벌금을 물어야 한다”며 “중국의 친척을 방문했을 때 받은 돈이나 중국의 친척이 북한을 방문해서 준 돈은 문제 삼지 않지만 중계인을 통해서 전달 받는 돈은 엄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량 씨는 보위부를 비롯한 단속 기관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무마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말은 북한의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경우”라며 “북한은 파리보다 파리채가 더 많은 곳인데, 하나 둘도 아닌 수많은 단속요원 모두를 뇌물로 입막음을 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북한 당국이 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송금하는 문제도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평소 거래하던 화교 송금 중개인이 단속 강화로 활동을 잠시 중단하거나 소개 받은 다른 중개인은 터무니 없는 수수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민 김모 씨는“화교들이 전에는 20~30%의 수수료를 요구했던 것이 최근 들어 절반까지 요구하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 놓았다.#

이경한 기자 lkhan181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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