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자기 역사를 직시하라
중국은 자기 역사를 직시하라
  • 미래한국
  • 승인 2009.10.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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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풍향계/유럽

Minxin Pei 미·중 관계 전문 정치학자, 현재 美 Claremont McKenna대 국제전략硏 소장
카네기 평화기금 중국프로그램 선임연구원, 프린스턴대 교수 역임

파이낸셜타임스 10/1

10월 1일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60주년으로 중국은 허약, 빈곤, 전쟁참화 상태에서 비교적 안정과 번영을 누리게 되었지만 공산당 집권 60년은 결코 경제성장과 정치적 안정으로만 일관하지는 하지는 않았다. 그 중 20년(1957~76년) 동안은 중국 역사상 인간으로서 최악의 고통, 잔학, 광신주의로 그 악명이 높았다.

모택동의 최악의 광적 통치 하에서 공산당은 지식인과 전문가 약 50만 명을 1957년 반우파운동으로 숙청했다. 1958년에는 중국을 공업국가로 도약시키려는 잘못된 계획, 즉 대약진운동으로 세계 역사상 최악의 기근상태를 초래해 약 3,600만 명이 아사했다. 1966~76년 문화혁명 기간 중에는 중국은 내란 상태로 빠져 수백만 명의 인명 희생이 있었고 중국사회는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지금 중국 지도자들은 이 세계가 중국 근대사의 어두운 면만 보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세계의 각광을 받은 2008년 북경올림픽 행사는 중국이 인류문화에 공헌한 것이고 공산당의 폭정을 말끔히 씻어 낸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자국의 역사를 일면만 보여야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 지난날의 실패와 약점에 집착하면 정통성에 관해 골치 아픈 문제를 일으키고 책임을 추궁하는 일이 일어날 것이다. 바로 이 점이 오늘날 중국의 금서 대부분이 공산당의 역사, 특히 건국 첫 30년 동안에 관한 저서인 이유이다. 그 예로 중국 언론인 양 지솅이 쓴 대약진운동의 진상 폭로 저서 ‘묘비’는 2008년 홍콩에서 출판된 서적 중 최우량도서로 선정됐지만 중국에서는 금서가 됐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중국의 역사를 새로이 도배하려는 중국 공산당의 조직적 노력은 효과를 보는 것 같다. 중국의 젊은 세대는 우울한 과거에 관해 지식이 별로 없다. 반우파운동이나 대약진운동으로 말미암은 기아에 관하여 아는 사람도 별로 없다. 동시에 오늘날 중국의 청년들은 대부분 열렬한 국수주의자들이어서 공식적으로 조작된 역사의 신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예를 들면 그들 대부분은 북한이 한국전쟁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중국의 공인 역사는 미국과 한국이 전쟁을 도발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또 항일전쟁에서 국민당 정부군이 그 주역을 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공인 역사는 중공군이 일본을 패퇴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산당이 역사적 기억을 억압하는 데는 부담도 크다. 중국의 지도층이 자기들의 역사를 직시하지 못하거나 인민들과 정치적 화해를 달성하지 못하면 중국은 진정한 국제적 신망을 기대할 수 없다. 중국 인민들은 대부분 모택동 집권기간 중 공산당 실정의 희생자였다.

중국의 지도층은 자기들의 역사적 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다른 나라, 특히 일본에 관해서는 위선적인 발언을 한다. 역사에서 ‘새빨간 거짓말’(Big Lie)를 옹호함으로써 공산당은 외세 배격적이고 자멸적인 극단적 민족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정통성은 단기적으로만 부양되고 티베트와 신장의 소수민족 분쟁과 같은 주요한 문제에 관해 정책 선택의 폭이 좁아진다. (공인 역사에서 이 소수민족 문제는 가장 왜곡되어 있다.) 세계 경제에 깊이 결합되어 있는 중국이란 나라는 ‘거짓말로 된 민족주의’를 희롱할 수 없다.

중국으로서 역사적 기록을 곧바로 세우는 것은 결코 늦지 않다. 모든 잘못에도 불구하고 모택동 치하의 암흑 시절에서 벗어난 지 오래됐다. 문화혁명이 끝난 후 경제를 성장시키고 질서를 회복한 업적은 중국 인민들에 대해 정치적 자산을 쌓아놓은 것이다. 만약 공산당이 자기 자신에 대한 ‘새빨간 거짓말’을 포기하고 진실을 알리기 시작하면 중국 인민들은 아마도 공산당의 과오나 실정을 용서해 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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