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 내 사랑 내 곁에
[영화평] 내 사랑 내 곁에
  • 미래한국
  • 승인 2009.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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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인생사는 루게릭 환자와 장의지도사의 만남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받아들이는 과정 담담히 그려

(박진표 감독, 김명민·하지원 주연)

가끔은 이미 결말이 나와 있을 법한 영화라도 표를 끊어 보고 싶어하는 것이 사람들의 심리다. 영화의 내용이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성과 장의지도사 여성의 사랑이야기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박진표 감독의 영화 ‘내 사랑 내 곁에’도 이러한 공식이 들어맞는 영화이다.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남자와 이 남자를 극진히 간호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니 말이다. 결말이 어떻게 날지 알면서도 내심 궁금해서 보게 되는 영화가 바로 ‘내 사랑 내 곁에’이다. 영화를 본 이후 관객들의 반응은 ‘뻔한 이야기’이라는 평이 절반, ‘감동적’이라는 평이 절반이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식상하기 쉬운 이야기를 이끌어가면서도 ‘감동’이라는 키워드를 잊지 않았다.

영화는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경화증)으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한 청년이 어머니를 잃은 시골 장례식장에서부터 시작된다. 혼자 양말을 신을 수도 없는 종우(김명민)에게 장례를 치르기 위해 장의지도사 지수(하지원)가 찾아오게 되고, 어릴 적 같은 마을에 살았던 두 사람은 연분의 감정을 가지게 되는데… 여기에서 ‘죽음’이라는 종착점을 두고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담담히 전개된다.

장의지도사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지난해 국내에서 개봉한 일본 영화 ‘굿바이’가 연상되지만 똑 같은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내 사랑 내 곁에’는 다른 관점을 시도하고 있다. 지능이나 의식은 정상이지만 온 몸의 근육이 점차 마비되어가는 ‘루게릭 환자’의 삶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그러하고, 장의지도사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죽음’에는 어느 정도 익숙할 법한 여성이 정작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이자 남편의 죽음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살펴볼 수 있다는 점도 이 영화를 보는 묘미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종우와 함께 병실을 쓰는 환자들과 환자들의 가족의 삶을 터치함으로써 가족들이 겪는 고통도 곁들여낸다. 퇴직금을 다 쏟아 부어야 할 정도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식물인간처럼 살아가야 하지만 치료를 연명하며 환자가 깨어나길 기다려야만 하는 가족들의 심정도 버무려 낸다. 하지만 영화는 종우와 지수의 사랑의 줄다리기를 두 배우의 힘에 의지해 지나치게 오래 끌어감으로써 ‘억지로 눈물을 짜내려는 신파극’이라는 혹평도 피할 수 없었다.

‘내 사랑 내 곁에’는 지난 9월 24일 개봉한 이후 10월 12일 영진위 통계 기준 전국 관객수 187만5,000여 명을 기록하고 있다. 영화 ‘해운대’와 ‘국가대표’ 이후 특별한 대작이 없었지만 가을에 어울릴법한 멜로 드라마를 찾는 관객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루게릭 환자 연기를 위해 체중 20kg를 감량한 배우 김명민의 연기도 볼 만하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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