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2만명 시대’의 과제
‘탈북민 2만명 시대’의 과제
  • 미래한국
  • 승인 2009.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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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김범수 편집위원·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집행위원
▲ 김범수 탈북난민보호운동본부 집행위원


‘탈북민 2만명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10월 국정감사에서 통일부와 예산정책처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 한 해 국내 입국 탈북민은 3천명에 달하고 내년까지 누적인원이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990년까지만 해도 국내 입국 탈북주민이 한국전쟁 이후 총 1천명을 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근래 탈북민 문제를 둘러싼 국내외적 여건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는 이제 탈북민 문제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김정일 이후 북한체제의 변화가 예상되고 있고 남북통일시대가 더 이상 구호가 아닌 현실적 가능성으로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탈북민들의 성공적 국내 적응과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포용 여부는 향후 진정한 남북사회 통합의 성패를 가름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탈북민들의 국내적응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다. 한 민간단체의 보고서에 의하면 국내 입국 탈북민들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0%미만이었고 취업 중인 이들 중에서도 75% 가량이 단기 단순노무직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다수 탈북민들이 한국사회에 완전히 편입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얘기다.

대부분 탈북민들은 한국에 입국하기까지 굶주림과 인신매매, 체포와 강제북송 등을 거치며 수차례 죽음의 문턱을 넘나드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받게 되는 정신적, 육체적 외상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 상처로 남아 이들의 사회적응을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청소년들의 경우도 문제가 심각하다. 성장기간 중국 등지를 떠돌며 학업기회를 놓친 탈북청소년의 상당수가 남한에서 학교를 중도포기하고 있으며 많은 청소년들이 영양실조에 따른 두뇌의 미발달로 ‘저능아’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배고파 못살고, 제3국에서는 말이 안통해 못살고, 한국에서는 몰라서 못살겠다’는 말이 이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는다.

이러한 역사적 비극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가 탈북민 2만명의 어려움을 인내하고 극복할 수 없다면 2천만 북한주민들과 하나되는 통일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다. 더구나 탈북민들의 사회적응문제는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장차 더욱 큰 사회적 고통과 비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우리는 탈북민들을 한없이 기다리고 포용해야 한다. 그들의 모습은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긍정적 역할을 부각시키고 이를 현실화 함으로써 문제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 사회주의체제에서 살다가 남한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경험한 탈북민들을 다가올 통일시대의 역군으로 세워야 한다.

북한땅에 대한 애정을 가진 이들 탈북민들은 통일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을 직접 설득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 또한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적응하며 겪은 힘겨운 과정과 시행착오는 자료화돼 향후 남북사회의 통합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난 10년 김대중·노무현 정부 하에서 탈북민 문제는 우리 사회 내 ‘비주류’ 이슈였다. ‘반정부’, ‘재야인사’들의 몫이었다. 햇볕정책 혹은 포용정책이라는 미명하에 정부가 북한주민보다 북한정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동안 탈북민 문제는 외면 받고 억압받아 왔다.

480여 명의 탈북민이 대량 입국하는 쾌거에 대해 통일부 장관이 나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며 북한에 사과하는 믿지 못할 일도 있었고, 유엔에서 탈북민보호를 위한 대북인권결의안이 상정될 때마다 우리 정부는 이에 반대하거나 기권했다. 탈북민들을 제3국에서 국내로 데려오는 일은 브로커나 인권단체들의 ‘인권장사’로 매도됐고, 탈북민들의 불가피한 사회 내 부적응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이명박 정부는 아직 탈북민 문제에 대해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 정부의 선택, 우리의 미래를 지켜보자. 그리고 그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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