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아미타불 아멘’이 종교간 평화공존?
‘나무아미타불 아멘’이 종교간 평화공존?
  • 미래한국
  • 승인 2009.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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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CC 둘러싼 한국교회 논란 증폭
▲ WCC 한국총회 유치에 대해 찬·반 논란이 뜨거웠던 제 94회 예장합동총회 광경 /사진제공:크리스천투데이

‘기독교 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가 2013년 부산에서 개최하기로 지난 8월 31일 결정돼 적지 않은 사회적 관심을 모았으나, 정작 총회를 유치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한국 기독교계는 현재 뜨거운 논란에 휩싸여 있다. WCC 총회 유치를 계기로 오랫동안 잠재되어온 WCC의 신앙노선에 대한 한국교회 내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는 것.

논란의 핵심은 WCC와 NCCK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들로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것은 WCC가 추구하는 에큐메니칼(ecumenical) 운동의 성격에 관한 것이다. WCC는 세계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중심이념으로 하는 진보적 교회운동으로 개인구원보다는 사회적 이슈에 치중함으로써 보수적 에반젤리칼(evangelical, 복음주의) 운동과 대립적 입장을 보여 왔다. NCCK는 이 WCC에 소속해 있다.

국내에서는 특히 WCC와 NCCK가 예민한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느 한쪽편의 입장을 대변해온 점과 여러 경로를 통해 북한독재정권과 타협적 관계를 맺어온 일 등이 논란이 돼 왔다.

이러한 논란은 최근 WCC 대표단의 북한 방문에서도 불거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사무엘 코비아 사무총장이 이끄는 WCC 대표단이 지난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북한에 머무르며 북한의 ‘교계’ 인사 및 당국자와 면담했고 국내의 NCCK 관계자들도 조만간 홍콩에서 북한의 조선그리스도교연맹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행보는 신앙적 자유를 일체 허용하지 않고 있는 북한에서의 종교와 교회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김정일 정권의 정당성을 세우는 데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WCC와 NCCK는 타종교와의 평화적 공존을 지향함으로써 기독교신앙의 핵심에서 벗어났다는 논란을 빚어왔다. 일례로, NCCK는 그동안 여러 차례 타종교 단체와 공동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나무아미타불 아멘’ 등의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보수교단, WCC 총회개최 반대움직임

이에 예장합동총회, 예장고려, 예장고신, 예장합신 등 대표적 보수교단들이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WCC 총회의 부산 개최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서고 있다.

9월 24일 개최된 제94회 예장합동교단 총회에서는 WCC 총회 부산 유치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보수교계가 결집해 2013년 WCC 총회에 상응하는 운동을 추진하자는 의견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9월 25일 예장고려총회는 ‘WCC한국총회개최반대투쟁위원회’(이하 반투위)를 발족시키고 ‘제10차 WCC 한국총회 개최 반대에 관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22일 예장고려총회는 WCC 총회를 한국교회의 재앙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대해 나갈 것을 결의한 바 있다.

예장고려총회 반투위는 이날 성명에서 “WCC는 기독교 이름을 가장하고 공존, 평화, 환경, 인권, 하나됨(일치) 등의 모토를 사용하여 정통 기독교를 저해하는 이른바 反성경, 反기독, 反교회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WCC의 문제점들로 ▲종교다원주의 ▲인본주의 성경관 ▲세속적 구원론 ▲종교 혼합주의 ▲ 선교 무용론 ▲기독교 이름의 정치 단체 등을 꼽았다. 반투위는 “진리를 사랑하고, WCC의 모든 어둠의 불의들에서 교회를 지키기를 원하는 한국의 모든 보수교단들은 이 일에 공동으로 제휴할 것을 제의한다”고 밝혔다.

반투위 위원장을 맡게 된 예장고려총회 소속의 석기현 경향교회 목사는 10월 4일 설교에서 “오늘날 ‘교단 통합’이 기독교의 최대 과제인 양 떠드는 사람들은 종교개혁 이전의 시대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순결한 쪽은 그 순결을 지키기 위해서는 절대로 불순물과 섞일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남북통일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지만, 공산주의를 인정하고 민주주의를 포기하면서까지 할 수 있는 일은 결코 아니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이단이나 자유주의 신학과 뒤섞이는 교단 통합을 이해와 관용을 앞세워서 무조건 따라간다는 것은 도저히 행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WCC 총회의 부산 개최에 대한 이러한 우려는 한국 보수교계의 결집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장합동 측은 이미 WCC 한국총회 반대를 위한 타 교단과의 연합과 보수교계의 결집을 촉구했으며 예장고려총회과도 공동 제휴를 제의한 바 있다.

예장고신총회(총회장 윤희구 목사) 측은 “반(反)보수파 신학자들의 모임이 많으니 이제 우리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했고, 예장합신총회(총회장 신용철 목사) 측은 WCC에 대한 정체성과 교단의 입장을 신학연구위원회에 맡겨 연구하기로 결의했다.

예장통합 전국장로회연합회(회장 황명호 장로)은 9월 4일 ‘NCCK의 신앙 및 신학방향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란 제목으로 신앙선언을 발표했고, 한국기독교 15개 교단의 장로대표들이 결성한 한국장로회총연합회(대표회장 박정호 장로)도 진보적 기독교단체들이 의도하는 종교다원주의적 주장에 대해 대응하기위한 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엄신형 목사)는 2013년 WCC 총회의 부산 유치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2014년 세계복음주의연맹(WEA) 총회를 한국에 유치하기로 하고 오는 11월 서울을 방문하는 WEA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유치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교단분열 발단이 된 WCC, 그리고 미래

WCC와 보수교단의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1959년 대한예수교장로회가 통합교단과 합동교단으로 분열될 때부터 이미 제기되어온 문제이다.

당시 장로회신학교의 예산남용 문제에 대해 박형룡 교장이 책임져야 하느냐, 아니냐의 문제를 놓고 박 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에큐메니칼(WCC) 측과 책임이 없다는 복음주의협회(NAE) 측이 대립하면서 신앙노선의 갈등이 불거진 바 있다.

이 문제는 여러 차례의 중재에도 불구하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고 WCC의 정체성이 비성경적이라는 심각한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마침내 한국기독교의 장로교회는 두 교단으로 분열되고 말았다. 그 후에도 WCC의 정체성 문제는 해소되지 않았고 지금까지 양 교단의 해묵은 숙제로 남겨져 왔다.

교단분열 50년을 맞는 금년에 다시 WCC의 정체성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장로교단의 일각에서 한국기독교의 분열을 조장해온 장로교들이 반성하고 다시 합해야 한다는 장로교의 원대복귀론이 제기되고 있어, 차제에 통합교단과 합동교단의 교류와 연합을 가로막는 WCC의 정체성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냐 하는 견해도 있다.

한편 NCCK 측은 WCC 총회의 부산 유치를 축하받아야 할 시점에서 오히려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를 접하며 당황스런 입장에 처해 있다. 더구나 최근 NCCK의 총회장인 김삼환 목사가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타종교와의 평화로운 공존’을 언급한 것을 두고 WCC 정체성의 문제를 심화시켰다는 지적이 있었고, 이에 김 목사 측은 급히 진화에 나서 지난 10월 11일 해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김 목사는 해명자료를 통해 WCC 총회의 한국 유치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타종교와의 평화로운 공존은 WCC의 주장이 아니고 오히려 개신교 교회들 간의 가시적 일치를 주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예장고려총회가 발표한 총회 개최 반대 성명서에 대해서는 예장고려총회가 WCC와 NCCK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하면서 WCC와 NCCK의 창립 목적과 NCCK의 기존 비전을 주지시켰다.

또한 WCC 선교와 전도위원회 금주섭 총무는 10월 15일자 기독공보 칼럼을 통해 “세계평화를 위한 대화적 관계와 다원주의를 구분하지 못하고 WCC를 ‘종교다원주의 단체’로 공격하는 아전인수적인 흑백논리가 과연 한국 기독교의 성숙과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인가 아니면 부정적 이미지의 고착을 재촉할 것인가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WCC의 정체성 문제나 종교다원주의에 대해 솔직하고 정확한 설명이 있지 않고서는 의문이 해소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NCCK의 주류 교단인 통합교단 측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못함으로써 의혹과 오해를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김동권 목사(예장합동 증경총회장)는 “타종교와의 평화적인 공존을 얘기하면서 교회들의 일치를 거론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하면서 “WCC의 비성경적이고 종교다원주의적 신앙노선은 이미 1959년에 총회 차원에서 지적된 문제점으로 조금도 타협할 수 없는 것이다. 또 NCCK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정치적 행위들로 보아 저들의 정체성이 더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럴수록 우리 보수교단의 결속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예장통합교단 소속의 한 목회자는 “WCC와 NCCK를 하나로 묶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NCCK 소속 8개 교단 가운데 WCC에 속한 교단은 4개 교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국 기독교가 WCC 한국총회를 어떻게 받아 들이냐 하는 문제는 미래의 한국교회의 발전 방향과 깊이 연관된 것으로서 앞으로 논쟁의 전개와 결과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

김창범 편집위원 cbkim47@hanmail.net

[WCC 한국(부산) 총회 개최 반대에 관한 성명서]

오는 2013년 한국 부산 벡스코에서 WCC 제10차 총회 개최 뉴스의 보도 앞에 경악스러움을 금치 못한다. WCC는 기독교 이름을 가장하고 공존, 평화, 환경, 인권, 하나됨(일치) 등의 모토를 사용하여 정통 기독교를 저해하는 이른바 反성경, 反기독, 反교회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본 교단 제59회 총회(2009. 9. 22)는 이를 한국교회의 사탄적 재앙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반대하고 투쟁할 것을 결의했다.

반대와 투쟁 사유

·WCC는 ‘구원에 이르는 유일한 길’이 기독교만이 아니라 타종교를 통해서도 가능하다는 종교다원주의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WCC는 성경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인정하지 않으며 인간이 저술한 하나의 역사책이라는 인본주의 성경관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WCC는 ‘영혼 구원’이 아닌 정치적 해방과 경제적 착취로부터의 해방 그리고 사회 구조적인 악으로부터의 해방이 구원이라는 세속적 구원론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WCC는 각 종교에 나타난 영적 능력과 신비를 동일한 성령의 역사로 보는 범신론적 종교 혼합주의를 주장하기 때문이다.

·WCC는 종교다원주의를 근거로, ‘복음전파’를 금할 뿐 아니라, 각 종교 간의 대화를 통해 각자 자기 종교를 잘 믿으면 된다는 선교 무용론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WCC는 사회주의운동, 공산주의운동, 인권운동, 민주화운동 등에 주력해온 기독교 이름의 정치 단체이기 때문이다.

 

* 제의 : 진리를 사랑하고, WCC의 모든 어둠의 불의들에서 주님의 교회를 지키기를 원하는 한국의 모든 보수교단들은 이 일에 공동으로 제휴할 것을 제의한다.

 

2009년 9월 25일

대한예수교장로회 고려 (총회장 홍록두 목사)

WCC한국(부산)총회개최반대투쟁위원회 (위원장 석원태 목사)

WCC는 어떤 단체인가?

세계교회협의회(WCC)는 1차 세계대전 후 생활실천운동과 신앙직제운동의 2개 단체를 생겨나게 한 에큐메니컬 운동에 기원을 두고 있다. 이 두 단체는 2차 세계대전 후 1948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총회에서 연합하여 WCC를 탄생시켰다. WCC는 교회의 일치와 갱신을 위해 봉사하고 기도와 관용과 상호 이해의 정신으로 연합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WCC의 회원으로는 대부분의 개신교 교단과 동방 정교회가 포함되어 있으며 현재 110개국, 349개 교회가 가입된 세계적인 기독교 기구다. WCC는 7년마다 총회가 열리며 제10차 총회가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WCC와는 별개조직으로 1924년 설립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1948년 1차 총회부터 WCC와 연관을 맺고 있다. 현재 WCC에 가입한 한국교회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통합), 기독교대한감리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대한성공회 등 4개 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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