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보호 항목 삭제된 채 수년째 방치 중
탈북민 보호 항목 삭제된 채 수년째 방치 중
  • 미래한국
  • 승인 2009.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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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리뷰] 북한인권법


북한 동포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북한인권법이 발의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유사 법안이 하나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탈북민 인권문제,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 문제, 북한 주민에 대한 정보전달 등 주요 내용도 삭제되었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각각 지난 2004년과 2006년 북한인권법안을 채택했으나 정작 우리 국회에서는 법안 통과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17대 국회에서 처음 논의

북한인권법안은 지난 17대 국회 때부터 논의되어 왔던 사안이다. ‘북한주민의 인도적 지원 및 인권증진에 관한 법률안’(황진하 의원 대표발의), ‘북한인권법안’(김문수 의원 대표발의) 등 2건의 북한인권 관련 법안이 당시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상정된 바 있다.

그러나 이 법안들은 당시 복잡한 남북관계의 상황으로 인해 입법이 추진되지 못했다.

18대 국회에서는 황우여 한나라당 의원과 같은 당 황진하 의원이 각각 북한인권법과 북한인권증진법안을 발의하면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북한인권법은 50여개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북한인권단체협의회(대표회장 김상철)가 초안을 작성해 6월 7일 제출한 법안으로 황우여 의원을 비롯한 23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것이다.

당시 이 법안을 발의한 황우여 의원은 “북한인권법안은 2007년 12월 18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북한의 인권 상황에 관한 결의의 정신에 입각하여 북한인권 상황 개선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북한에 억류된 국군포로 납북자의 생사확인과 송환문제, 이산가족 상봉문제와 북한이탈주민의 불안정한 지위를 악용한 인권침해 문제에의 대처는 국제사회가 함께 해결 노력해야 할 과제”라면서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황우여 의원안과 황진하 의원안은 ▲북한인권 관련 기본 계획 수립 및 국회 보고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사 설치 ▲북한인권 실태 조사 관련 국회 보고 ▲북한주민에 정보 전달·유통 ▲북한인권 등의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단체에 대해 경비 보조 등 필요한 지원 ▲국가인권위원회 혹은 국가인권위원회 내의 북한인권기록보존소에서 북한인권 침해 사례 및 증거의 수집·기록·보존 등에서 동일 또는 유사한 사항을 담고 있었다.

이에 두 법안은 통합 또는 조정이 요구되었으나 조정 과정에서 참여연대 등 좌파 시민단체와 민주당이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에 적극 반대하면서 주요 내용이 삭제된 채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의 대표발의 안으로 단일화됐다.

탈북민 인권보다 북한 정권 고려가 우선(?)

당시 참여연대(공동대표 임종대)는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발표하고 “남북관계가 악화되는 시점에 이 법안은 대북제재 강경책으로 정치적 논란만 일으킬 뿐”이라며 법안에 적극 반대했다.

민주당도 ‘북한인권법안’을 ‘대북 삐라 살포 지원 법안’으로 규정하고 법안 제정을 결사 저지하겠다고 천명했었다. 이에 따라 북한인권법안은 ‘MB악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아직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되어 있다.

윤상현 의원이 대표발의한 새로운 법안에는 ▲통일부에 북한인권자문위원회 설치 ▲외교통상부에 북한인권대사직 신설 ▲국가인권위원회에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 ▲민간단체에 대해 그 활동에 필요한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하기로 하는 등 기존 법안에 포함된 내용이 반영되었다.

그러나 국군포로와 납북자 송환과 관련해서는 관련 법안들이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태여서 삭제되었다.

야당으로부터 ‘삐라살포지원법’으로 불리며 공격의 대상이 됐던 ‘북한주민에 대한 정보전달’과 관계국과 외교적 마찰을 불러 일으킬 소재가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인권보호’에 관한 항목도 이번 법안에서 다뤄지지 않았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인권법안은 ‘명분쌓기용이다’, ‘북한동포의 인권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다’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美 북한인권법, 탈북민 망명 통로 열어

한편 우리나라의 북한인권법의 실질적 모태가 된 2004년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대북 정보 제공 및 재외 탈북민 지원 등에서 우리나라의 법안보다 구체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북한인권운동 단체에 대한 대규모 재정 지원 ▲대북 방송 및 대북한 라디오 공급 확대 ▲대북 인도적 지원의 배분 투명성 및 감시 강화 ▲탈북자들의 난민자격 혹은 망명 신청 허용 등을 상세히 규정하고 있다.

또한 당시 법안에는 활동을 위한 재원으로 북한인권 개선에 200만 달러, 북한 자유촉진활동에 200만 달러, 탈북 난민 등의 지원에 2,000만 달러 등 연간 최대 2,400만 달러(약 270억 원)을 정부가 지출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규정도 포함시켰다.

탈북민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국 헌법에 의해 부여된 시민권의 어떤 법적 권리 때문에 미국 내에서 난민 지위나 망명자격을 얻는 것이 방해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해 한국으로 귀순한 이후 미국으로 다시 망명하려는 이들에게 통로를 열어주었다.

또 법안은 “중국 정부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탈북민들에 대한 무제한의 접근을 허용해야 한다”는 등 중국 정부에 대한 권고적 내용들도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북한인권법안은 지난 2008년 9월 미 하원이 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을 통과시켜 2012년까지 4년간 더 연장됐다. 새롭게 통과된 북한인권 법안은 임시직이었던 북한인권 특사의 직급을 대사급으로 격상시키고, 연방정부가 외국과 협력을 강화하고 탈북민의 망명도 더 많이 허용하도록 했다.

지난 2006년 일본의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문제를 ‘일본 초유의 국민적 과제’라고 규정하고 있다.

▶관련기사 <미래한국신문> 203호 12면

‘日의회 북한인권법안 통과’

법안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매년 북한의 납치문제 등 북한의 인권 침해 문제와 이에 대한 정부의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며 외국정부 및 국제기관과의 수사공조 등 연계활동의 의무를 지게 된다.

법안은 탈북민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보호 조치를 취할 것을 규정했다. 일본국민에 대한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대북 경제 제재를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한 조항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러나 탈북민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히고 있다.#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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