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지식인의 산실 성공회?
좌파 지식인의 산실 성공회?
  • 미래한국
  • 승인 2009.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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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전 총장, 좌파 이력·전과 있는 교수 대거 임용
▲ 성공회대 전경. 우(右)편 성공회대 성당에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무늬 십자가가 장식되어 있다. 사진 출처 성공회대


서울 서남부 구로구 항동에 위치한 성공회대학교. 지난 6월 21일 이곳에서 ‘노무현 재단 출범 기념 콘서트’가 열렸다. 원래 주최 측은 교통이 좋고 학생수가 많은 서울의 주요 대학들에 장소 사용 허락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한다. 정치색이 강한 이 행사에 장소를 내주기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성공회대가 학교문을 열어줬고, 이 행사는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었다.

지난 10월 9일 고 노무현 대통령 추모콘서트가 역시 성공회대에서 열렸다. 이날 무대에 오른 성공회대 부총학생회장 김모 씨는 “경찰이 자신을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사무실에 불을 지른 혐의로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며 “이명박 독재 정권에 맞서 대학생들이 앞장서서 싸우자”고 목청을 높였다. 

포털 사이트에 ‘성공회대’로 검색을 해보면 특이한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주요 좌파 매체에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발언 중 성공회대 교수들의 발언 인용 건수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의 사례는 현재 ‘성공회대’의 성향과 역할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좌파단체 간부들의 숙주 NGO대학원

성공회대가 좌편향적인 이데올로기를 가지게 된 것은 이재정 전 총장이 부임하면서부터다.  그는 지난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그가 부임하면서부터 성공회대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우선 학교 규모가 이상하리만큼 커졌다. 그는 신학대학교에 불과했던 성공회대를 1994년 지금의 종합대학으로 완성시켰다. 단과대학과 학과 구성도 독특하다. 신학대학을 필두로 영어과·사회학과·사회복지학과가 생기고 여기에 중어중국학과·신문방송학과 등이 추가됐다. 이후에는 자연과학계열 학과들이 덧붙여졌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NGO 대학원도 국내 최초로 생겼다. NGO 대학원은 노동운동에 잔뼈가 굵은 좌파 시민사회단체 간부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는 곳이다. 이재정 전 총장은 지난 2004년 <한겨레 21>과의 인터뷰에서 “종교적 말씀(canon)을 사회과학이란 텍스트(text)를 통해 아시아적 맥락(context)에서 시민사회단체 등 NGO들의 활동을 통해 구현(praxis)해보겠다”는 취지에서 이렇게 학과를 구성했다고 주장했다.


신영복·박성준·진영종 등 임용

이재정 총장 취임 이후 좌파 교수 임용도 두드러졌다. 그는 좌파 이력과 전과가 있는 지식인들을 대폭 성공회대로 끌어들였다.

대표적인 교수는 신영복 씨. 그는 좌파 진영에서 ‘우리 사회 지성의 뿌리’라고 불리는 인물이다. 신영복 교수는 통혁당 사건으로 20년을 복역한 뒤 이재정 총장의 러브콜로 성공회대에 입성했다. 통혁당(통일혁명당) 사건은 지난 1968년에 발생한 대규모 간첩단 사건이다. 남파된 거물간첩이 위장해 통혁당을 조직하고, 지식인·학생 등을 포섭해 결정적 시기가 오면 무장봉기하여 정부 전복을 기도하려던 사건이었다. 통혁당의 최고위급으로 알려져 있는 신영복 교수는 원래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20년만 복역하고 출소했다. 그는 작가이자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로 좌파 진영에서 “마르크스 정치경제학과 관계론의 인간 철학에 기반을 둔 문명론적 진보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책 ‘신영복 다시읽기’ 中, 강준만 외 지음, 2009) 그가 감옥에서 집필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현재 중고교 권장도서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남편으로 유명한 박성준 성공회대 NGO 대학원 교수도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었던 지식인이다. 그는 이 사건으로 15년형을 선고받고 13년을 복역했다.

영어학과의 진영종 교수도 ‘전국대학강사 노조위원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인물이다. 이재정 전 총장은 그를 채용한 배경을 한 주간지의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진영종씨 에게) 강사노조 같은 걸 경력으로 쓰면 어느 대학에서 뽑아주겠냐고 물었더니, 그는 ‘그래도 제가 한 일인 걸요’라며 대답하더군요. 저는 그처럼 책임을 지는 태도가 우리 대학과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진영종 교수는 미디어법 국회 통과 이후 열린 야4당·시민사회단체 주최 ‘언론악법 원천무효, 국민선언 촛불문화제’에서 6대 국민선언 낭독자로 나섰다. 6대 국민선언에는 ▲한나라당 언론관련법은 원천무효다 ▲‘MB OUT’ 달기 온라인행동, 헌법재판소 국민의견 전달 운동 등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범국민운동에 돌입할 것이다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사회과학부 정해구 교수도 이재정 전 총장이 영입한 대표적인 좌파 학자이다. 그는 진보 진영에서 6·25전쟁을 내전 혹은 통일전쟁으로 규정한 브루스 커밍스의 수정주의 관점을 뛰어넘는 학문적 성과를 거두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5년 12월 2일에 열린 한국산업사회학회 주최 ‘21세기, 한국전쟁...’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선 정해구 교수는 한국전쟁에 대한 시각을 이렇게 설명했다.

“다들 한국전쟁이 발발한 원인과 그 책임에만 매달리고 있는데, 이미 이 논의는 대단히 이데올로기적이고 정략적인 요소로 ‘오염’된 상태이다. (중략) 오히려 전쟁의 원인과 책임보다 국가와 전쟁이 과연 국민에게 무엇을 의미했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그런 점에서 인도주의와 평화, 인간의 차원에서 전쟁을 연구해야 한다.”


참여연대 등 사회활동 참여


시민단체나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좌파운동의 논리를 제공하는 교수들도 많다.

조희연 사회학과 교수는 참여연대 정책자문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영환 부총장(사회복지학과 교수)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이다. 앞서 소개했던 진영종 영어학과 교수는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겸 참여연대 부설 아카데미 느티나무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홍구 교양학부 교수는 진보 성향의 대표적인 역사가로 베트남전 진실위원회 집행위원,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민간위원,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 공동 집행위원장 등의 활동을 해왔다. <한겨레 21>에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연재해 온 그는 이 연재물을 묶어 2003년에 ‘대한민국 사(史)’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한동안 교양베스트셀러였다. 그의 생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을 소개하면 이러하다.

“김일성에 대한 평가가 남쪽 사회 내에서 갈릴 수 밖에 없다 하더라도, 한 가지만은 분명히 해야 한다. 친일파와 그 후예들이 김일성의 항일투쟁을 깎아내리는 일 만큼은 용인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의 분단 극복을 위해서) 남과 북이 서로 고무하고 찬양하자. (2005년 7월 20일 오마이뉴스 인터뷰 中)

최영묵 신방과 교수는 미디어법 여론 수렴을 위한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민주당 추천 위원을 역임했다. 방송법 개정에 따라 등장하게 될 ‘종합편성채널’의 성격에 대해 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 나라에도 종편(종합편성채널)은 없다. 현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종편은 권력의 논리에 따라 잘못 태어난 사생아이다.(2009년 11월 5일 한겨레)”

김창남 신방과 교수는 평론가로도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장, 씨네21 편집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그는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교수도 겸직하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담당교수이기도 한 그는 KBS 스타골든벨에서 김 씨가 하차한 이후 자신의 의사를 직접적으로 표명하기도 했다.

“단순히 제작진 차원에서 김제동의 방출이 결정된 것은 아닐 거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김제동 본인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이 정권의 치졸함이랄까 인간에 대한 예의 문제이다. (중략) 연예인들에게 직접 시사프로를 맡기는 것은 어렵겠지만 자기의 사회적 색깔을 드러내는 게 오히려 사회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연예인들, 사회자들의 정치적 발언에 대한 허용 범위나 한계에 대해 이번 기회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다. 2009년 10월 12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이석우입니다’)”

신방과 조은기·김서중 교수도 방송법 개정 사안에 대해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내오고 있다. 이들은 각각 YTN 시청자위원회 위원, 민주화를 위한교수협의회 의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학생들도 민노당 다수

성공회대는 입학전형에서부터 국가독립민주화(양심수)유공자(손)자녀 전형을 둬 이들을 우대하고 있다. 민주화운동 관련 명예회복 및 보상등에 대한 법률 해당자 및 (손)자녀, 양심수 및 양심수 직계 가족(손 자녀 포함)등이 이 전형에 지원할 수 있다. 성공회대 학생들 중에는 실제 민주노동당 당원으로 활동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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