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건설은 시장수요와 엇박자
신도시 건설은 시장수요와 엇박자
  • 미래한국
  • 승인 2009.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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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혁신·기업도시 건설 , 성공할까
▲ 최승노 편집위원·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

노무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행정복합도시, 10개의 혁신도시, 6개의 기업도시 건설을 벌여 놓았다. 경제적 타당성 없이 정치적인 목적에 치우친 사업이라 정부의 지원이나 보조금 없이는 추진동력이 없다. 그러다 보니 세금 먹는 하마로 전락할 것인가 아니면 사업을 재검토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여 있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가 없듯이 민주주의에도 결점이 있다. 선거 때마다 지역의 민심을 끌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는 일은 흔하다. 표를 의식해야 하는 정치인들을 유혹하는 함정, 바로 포퓰리즘이다.

밑 빠진 독

대선과정에서 충청권의 표심을 얻기 위해 내놓은 수도이전이 불발되면서 행정복합도시라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신도시 계획이 수립되었다. 이름을 세종시라고 짓고, 행복도시라고 부른다고 해서, 도시가 위대해지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력을 스스로 유지할 수 있는 자립도시가 성공의 관건이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혁신도시다. 혁신도시는 행정복합도시로 정부부처를 옮기게 되면 충청권에만 혜택이 돌아간다는 다른 지방의 정서를 달래기 위해 공기업을 각 지방에 나눠 주겠다면서 만든 것이다. 그야말로 정치성 선심의 극치인 셈이다.

이익을 공짜로 주겠다는 정치인들의 속삭임에 넘어간 국민은 악마에게 영혼을 판 것처럼 분별력을 잃는다. 실제로, 내가 세금 내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이 대신 부담하는 것이라면 뭐든 좋다는 이기주의가 국가적인 낭비를 부른다. 지방의 텅 빈 공항을 보면 얼마나 지역이기주의의 폐해가 심각한지 쉽게 알 수 있다.

행정복합도시와 혁신도시의 운명도 텅 빈 공항의 신세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을 들여 호화롭게 만들 수는 있지만, 도시로서의 자생력이 없어 세금만 까먹는 밑 빠진 독이 될 전망이다.

사업을 되돌리지 못하도록 많은 돈을 들여 벌여 놓은 것도 문제지만, 지역민의 기대감을 부풀려 놓은 것은 더 큰 문제다. 스스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도시의 생산구조를 만들 생각 없이 정부의 시혜성 정책과 세금에 의존해 살겠다는 생각에 빠진 일부 지역민의 기대감은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만들 것이다.

이들 소수는 사업의 수혜자가 되어 영화 속의 좀비처럼 국민 전체의 희생을 대가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려 할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저지른 소위 ‘대못질’은 국민의 부담을 장기화할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는 주장을 쉽게 할 수 있는 터전을 제공했다. 남의 신세를 지는 것을 부담으로 느껴 부끄럽다고 느끼기 보다는 일단 챙기고 보자는 생각, 남의 부담을 통해 얻는 일을 마치 권리인양 주장하는 일이 보편화되면서 사회의 도덕과 윤리는 무력화되었다.

시장의 수요에 어긋난 신도시의 몰락

정부가 세금을 거두어 쓰면서 유념해야 할 것은 돈을 효율적으로 지출하는 일이다. 즉 시장에서 기업들이 경쟁하면서 이루어내는 효율성을 흉내 내야 한다. 만약 시장이 했더라면 이랬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정부가 세종시를 포함한 17개의 신도시를 건설하면서 생각한 기준은 오로지 정치적인 목적이다. 수도권에 있는 것을 강제로 지방으로 이전시키는 일이다. 시장의 수요와는 무관하고, 경제적 타당성을 제대로 따지지도 않았다.

국가 전체의 효율성과 행정력의 비용을 고려한다면, 행정부를 여러 곳으로 분할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또한 시민이나 기업들이 살고 싶어 하지 않는 곳에 신도시를 만들겠다는 생각은 시장의 수요에 정부가 엇박자를 놓는 일이다. 즉 정부가 자원의 비효율적 배분을 강제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살기 원하는 지역에 신도시를 만드는 일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미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지역에 억지로 수도와 신도시를 만들어 실패한 사례는 많다. 그런 사례의 공통점은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한 도시 건설이다. 사람들을 억지로 이주시키고 살게 하려는 생각은 사회주의 실험에 불과하다.

광역신도시의 함정

과거에도 지방에 많은 도시를 만들지 않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경제학적으로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신규 수요를 창출해 내기 위해 공급은 새롭고 더 유용한 것이어야 하며, 싼 값으로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우리나라 지방의 현실을 보라. 지방에 신규 수요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인구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이미 도시화가 상당 부분 진척된 상태이다. 지방에서 도시로 이동할 수 있는 인구의 규모가 상당히 작아진 상태다. 이러한 현상은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에서 조차도 광역신도시 건설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 지방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지방에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모두 수요가 없는 곳에 터를 파고 있는 셈이다. 상당한 수준의 인센티브나 해외 수요의 유인책이 없다면 성공할 수 없다. 신도시 건설로 구도심의 사람과 자본이 신도시로 이전하게 되면, 구도심의 활력은 급격히 쇠퇴할 것이고 슬림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지방의 현실은 신도시 건설보다는 기존의 도심을 재개발하여 도시의 활력을 높이는 일이 필요한 상황이다. 혁신도시는 그래서 더욱 아쉽다. 공기업을 기존 도심지역으로 이전할 계획을 세웠다면, 이렇게 사업의 폐해가 크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도시는 본질적으로 기업이 주도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도시의 생명력을 높이는 일이다. 하지만 현재 추진되고 있는 기업도시는 경제성을 상실한 채, 이익집단의 요구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사업 타당성 재검토해야

정부의 대규모 토목사업이 경제성을 결여하는 예는 흔하다. 특히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정치적 나눠 갖기에 몰입된 사업은 국민의 부담만 늘린다. 그런 면에서 혁신도시와 기업도시도 행복도시 만큼 문제가 심각하다. 더 비용이 커지기 전에 재검토하여 바로 잡아야 한다.

이미 토지 보상이 거의 끝난 곳도 있고, 기반시설이 이미 마련된 곳도 있을 것이다. 들어간 비용이 아까울 수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인 태도는 앞으로 얼마의 세금이 들어갈 것이며, 그 사업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를 따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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