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와 생명력
종자와 생명력
  • 미래한국
  • 승인 2009.1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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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칼럼] 김기선 서울대 교수(식물생산과학부)
▲ 무궁화의 꼬투리와 종자. 무궁화는 종자가 멀리 퍼지게 하기 위하여 종자에 털이 달려 있다.

동물들은 암수가 교미를 한 후 새끼를 낳고는 대개 바로 죽는다고 한다. 이는 연어와 가시고기 등의 얘기를 통해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암수의 존재 의미가 후대를 잘 남기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난초를 비롯해 수술의 꽃밥이 암술머리에 닿게 되면 수정이 돼 종자가 맺히게 되면서 꽃은 바로 시들고 떨어지게 된다. 일년초는 물론 용설란 같은 다년생 식물도 바로 죽게 된다. 이 과정의 산물이 바로 종자이다.

종자는 우리말로 씨라고 하며 식물의 생활사에서 휴면상태에 해당되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배(胚)는 발아 후 어린 식물로 자라서 새로운 세대로 연결된다. 종자는 어떤 외부환경에서도 살아남도록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겨울이 아주 추운 시베리아평원 같은 곳에서 자라는 보리나 밀은 반드시 추운 겨울을 지내야 이듬해 봄에 발아를 한다. 충분히 겨울을 지냈다고 느껴야 마음 놓고 발아를 하는 것이다. 이는 혹시 닥칠 추위에 이미 발아한 종자가 얼어서 피해를 입을까봐 마련된 방법이다.

종자가 멀리 퍼지게 하기 위해 종자에 날개나 털이 달려 있는 경우가 있는데 전자는 단풍나무, 후자는 민들레와 플라타너스, 버드나무 그리고 무궁화 등이 좋은 예이다.

종자는 예쁘거나 맛있는 열매 속에 숨어 있어 동물들이 먹은 후 멀리 가 배설한 후 거기서 발아하는 종도 많다. 종자가 멀리 이동도 하지만 이와 함께 종자들이 동물의 위에서 위산으로 껍데기가 연화된 후 밖으로 배설되면 발아가 아주 잘 되는 효과도 있다. 따라서 초식동물과 식물은 서로 공생하는 셈이다.

또한 종자에 가시가 있어 동물의 발이나 인간의 신발과 옷 등에 달라붙어 이동돼 멀리 가서 떨어져 발아되는 식물도 있다. 질경이 등 잡초 종자에 속하는 많은 종들이 이에 속한다. 우리가 잘 아는 봉숭아는 영어로 ‘touch-me-not’ 즉 ‘건드리지 마세요’인데, 이유는 성숙한 꼬투리에 손을 대면 속의 꼬투리가 터지면서 속의 종자들이 멀리 튀겨 나가기 때문이다. 가수 현철 씨는 ‘봉선화 연정’에서 이를 잘 묘사하고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 종자를 떨어뜨려 자기 끼리의 경쟁을 완화시키고 세력을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종자에는 많은 저장물질이 있다. 이것은 씨젖(배유)으로서 종자 내의 배가 발아한 후 바로 이용할 양분이다. 아기가 태어난 후 엄마가 주는 젖과 같아서 씨젖이라고 한다. 인간과 동물들은 이러한 종자를 식량으로 한다.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에는 벼, 보리, 밀, 옥수수 등이 있고 지방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 것에는 유채, 깨, 아주까리 등이 있어 인간생활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식물의 종자를 보면 다음 세대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참 과학적으로 잘 만들어졌구나 라고 감탄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국에서의 청소년 자살률이 계속 높아져 가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작은 종자도 깊은 섭리가 들어있는데 인간들의 생명력이야 오죽하랴 하는 입장에서 안타까운 마음이다.#

김기선 서울대 교수(식물생산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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