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장밋빛 전망과 복병들
한국경제의 장밋빛 전망과 복병들
  • 미래한국
  • 승인 2009.12.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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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 강석훈 성신여대 경제학과 교수


얼핏 보기에는 한국경제가 순풍에 돛 단 듯이 순항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년 2월 25일자 보도에 의하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가장 나빴던 것으로 나타났다. OECD 30개 회원국의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계절조정치)은 전기 대비 평균 -1.5%인 가운데 한국은 -5.6%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성장률은 OECD 회원국 평균 성장률보다 무려 3.7배가 낮았었다.

이러한 상황은 약 9개월이 지난 지금 완전 반전됐다. 12월 2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한국은 올 3분기에 OECD 회원국 30개국 가운데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 성장(0.4%)을 기록했다. OECD 회원국의 전년 대비 3분기 평균 성장률은 -3.3%를 기록했다. 한국의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멕시코와 함께 2.9%를 기록해 OECD 회원국(평균 0.8%) 가운데 가장 높았다. 한국은 특히,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전기 대비 지난 1분기 0.1%, 2분기 2.6%에 이어 세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했다.


한국개발연구원, 내년 경제성장률 4.2% 전망

경제성장률 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수출도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 11월 수출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증가율을 보였다. 실제로 11월 수출은 343억 달러, 수입은 302억 달러를 기록했고 무역수지는 40.5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11월까지 누계로는 378억 달러에 달하고 올해 전체로는 400억 달러 이상을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최대치이다. 11월 말에 한국의 외환보유고는 2,642억 달러로 사상 최고수준이고, 약 1년 만에 순채무국에서 다시 순채권국으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잇따라 상승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발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7%였다. 2개월 후인 9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는 4.2%로 0.5%p가 증가했고 동 기관이 금년 11월 발표한 전망치는 5.5%로 2개월 사이 1.3%p가 추가적으로 증가했다. 바야흐로 내년 경제전망은 행복한 장밋빛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시되며, 사방에 복병과 지뢰밭이 도사리고 있다고 하겠다. 먼저, 가장 우려되는 점은 고용문제이다. 한국경제에서는 2005년 이후 약 3년간 경제성장률이 변화해도 고용이 거의 변화하지 않았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후 고용률이 급격히 하락했다. 2007년 10월 60.4%를 기록했던 고용률은 2008년 10월에는 60.0%로 0.4%p가 하락했고 2009년 10월에는 59.3%까지 다시 0.7%p가 하락했다. 경제가 호황인 경우에도 고용은 별로 증가하지 않고 불황이 닥치면 고용이 급속히 감소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국가부채 비중 확대

모든 경제주체들의 부채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보다 근본적인 우려를 하게 한다. 먼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재정을 급속하게 확대함으로써 정부부문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인 2007년 국가부채는 299조원으로 GDP 대비 30.7% 였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경제성장률이라는 숫자를 재정으로 구입함에 따라 국가부채는 급속히 증가해 2009년 말에는 366조 원, GDP 대비 비율은 35.6%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과 2년 사이에 국가부채는 66조 원이 증가하고, GDP 대비 비율은 무려 4.9%p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낙관적인 기대가 담긴 2009~2013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 의하더라도 2013년 국가부채는 493조 원이 되고, GDP 대비 비율은 35.9%에 달한다. 이러한 수준을 2003년 국가부채 166조 원과 비교해 보면 절대금액으로는 327조 원, 배율로는 2.97배가 증가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가부채에 대해서는 포괄범위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있지만, 포괄범위 문제를 제외하고서라도 지금의 국가부채 증가속도는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할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고령화, 소규모 완전 개방경제의 특수성, 남북 통일의 가능성까지 고려할 때 국가재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부채문제는 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다.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경상GDP는 1.42배가 증가하였지만, 공기업의 부채는 1.88배, 민간기업의 부채는 1.88배, 가계부채는 1.61배가 증가하여 모두 경상GDP 증가 배율을 앞섰다. 절대적인 규모에서 보면 동 기간 중 부채증가분은 공기업 172조 원, 민간기업 1,116조 원, 가계 324조 원에 달한다. 기업과 가계의 부채규모가 증대하면 외부충격에 대한 내성이 약화돼 작은 충격도 큰 위기로 발전하기 쉽게 된다.

미래성장능력을 가늠하는 설비투자의 부진도 우려된다. 설비투자는 2008년 상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1.3%의 미미하나마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하였으나, 2008년 하반기에는 5.2% 감소세로 전환했고, 금년 상반기에는 -19.5%로 감소세가 확대됐다. 내년 설비투자에 대해서 한국은행은 13.6%, KDI는 17.1%의 증가율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이후 설비투자증가율이 10%를 상회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금년의 낮은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한국은행과 KDI의 설비투자 예상치는 다소 낙관적인 예상치라고 할 것이다.


미국 저금리 해결책, 버블 발생 가능성

이번에 경기침체기를 겪으면서 가장 아쉬운 점 중의 하나는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구조조정이 매우 미흡했다는 점이다. 조선과 건설, 해운업에서 일부 구조조정 노력이 있었지만, 실제로 부실기업을 걸러내고 건실한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구조조정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소기업부분은 문제가 더욱 심각한데 정부의 대출만기연장, 지급보증 확대 방안 등에 따라 옥석을 가릴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부실한 기업들이 시장에 계속 잔류하여 한정된 재원을 낭비하는 구조가 거의 개선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통해 경쟁력 있는 금융기관과 기업들로 거듭나고 있다. 이들과 세계무대에서 경쟁해야 할 우리 기업들의 앞날이 걱정된다.

지금까지 주로 국내적 요인들을 고려했으나, 세계경제 요인도 녹록지 않다. 최근에 일어난 두바이사태에서 보듯이 향후에도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특히 금융글로벌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금융감독기구의 설립이 무산됨에 따라 향후 글로벌 금융위기는 더욱 빠른 주기로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저금리가 만든 부동산버블과 버블붕괴에 따른 금융위기를 다시 저금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미국의 저금리에 따른 글로벌 버블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특히 미국경제의 펀더멘탈 약화와 미국 달러화의 공급확대는 달러약세를 유발해 유가 등의 원자재값을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외에도 글로벌 불균형의 조정에 따라 향후 세계경제성장률의 둔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며, 경기침체시마다 나타나는 보호무역주의도 경계의 대상이다.

지금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경제성장률의 유혹에 현혹되지 않고 냉철하게 한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데 초점을 모아야 할 시기이다. 지나친 위축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나친 자만은 더욱 큰 화를 초래하는 법이다. #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미 위스콘신 메디슨대 경제학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금융팀장 패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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