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남한 드라마 CD 확산
북한에 남한 드라마 CD 확산
  • 미래한국
  • 승인 2009.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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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단속에도 숨어서 시청 / 젊은이들 사이에 드라마에 나오는 남한 말투·패션 유행

최근 북한당국은 남한 드라마 CD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해 적발 시 엄벌한다는 포고문을 발표하는 등 ‘남한 CD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평양, 평성, 청진, 함흥을 비롯한 전국 주요 도시에서 남한 드라마 CD를 보거나 소유, 유통하다 적발될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비사회주의 그루빠’가 조직되어 남한 드라마 CD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단속을 강화해도 남한의 CD물은 고위층 간부를 비롯한 비교적 힘 있는 가정집들이나 친구들 속에서 유통되고 있어 색출이 쉽지 않다.

지난 11월 북한에서 중국에 친척 방문을 온 평양 출신 김모 씨(67)는 지금 평양에서는 각 인민반에서 회의를 열고 외국의 녹화물을 몰래보거나 유포시키는 ‘반사회주의적 행위’에 대한 적발 신고체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평양을 비롯한 북한 전역에서는 “인민반 사업을 더욱 개선 강화하자!”라는 교양자료에 따른 강연을 하며 “이색적인 사상요소나 생활풍조가 내부에 스며들지 못하게 함으로써 혁명수뇌부의 안전과 사회주의 제도를 더욱 믿음직하게 보위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북한사람들은 당국의 감시와 통제가 심한 속에서도 남한 드라마에 빠져 있다”면서 젊은이들은 친구들끼리 모여 집안에서 문을 걸고 몰래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감상하면서 남한의 헤어스타일과 패션을 접하고 이를 모방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등 외국과 접촉할 기회가 있는 가정은 VCD, DVD 플레이어 같은 녹화기를 사들이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한다.

외국에 나가는 사람들에게 VCD, DVD 플레이어 등 녹화기를 구입해 달라고 부탁하거나 국경경비대 군인에게 돈을 주면서 밀수를 해 다른 사람들에게 더 비싸게 팔고 있다고 한다.

지난 1990년대 초 북한에 유행한 외국영화는 중국과 홍콩 영화였다. 1994년 김일성 사망 후 고난의 행군 시기에 들어서면서 탈북민들이 많이 생기고 신의주, 혜산 등 국경지역에서는 국경경비대원들에 의한 밀수단의 활발한 활동으로 남한드라마나 영화가 들어오게 되자 이것이 인기를 얻어 평양에까지 많이 침투됐다고 김모 씨는 전했다.

가장 인기 있는 남한 드라마로는 ‘겨울연가’ ‘유리구두’ ‘가을동화’ ‘올인’ ‘천국의 계단’ ‘사랑이 뭐길래’ ‘대장금’ 등의 순으로 알려졌다. 인기영화는 ‘장군의 아들’이다.

남한 노래로는 ‘내마음 별과 같이’ ‘사랑은 나비인가봐’ ‘신사동 그사람’ ‘사랑을 위하여’ ‘당신은 모르실거야’ ‘잘 있어요’ 등 대부분이 트로트곡이며 인기 가수는 현철, 태진아, 송대관, 주현미, 설운도 등이다. 인기 있는 남한의 탤런트는 배용준, 장동건, 김희선, 권상우, 이영애 등이다.

특히 평양에 남한의 드라마가 확산되면서 드라마에 나오는 유행어와 남한 말투를 따라 하는 젊은 청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머리모양과 옷차림도 남한사람들을 따라 한다. 여성들의 경우 통을 좁게 해 다리에 딱 달라붙은 맘보바지나 찢어진 청바지인 찐바지를 입는 것이 유행되기도 한다.

북한은 10년 전만 해도 청바지를 비롯한 남한의 의류들까지 철저히 통제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장마당에서는 생산지 상표를 떼고 의류를 팔면 당연히 남한제품으로 인정하고 사가는 등 남한의 상품에 매혹되고 있다.

북한주민들은 지금 60년 이상 지속된 우상화 세습독재의 낡은 사고방식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북한당국이 외부세계와의 차단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써도 새로운 것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욕구를 막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

정현국 기자 chw-9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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