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를 꼼짝 못하게 하는 위안화
엔화를 꼼짝 못하게 하는 위안화
  • 미래한국
  • 승인 201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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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목표는 금본위에 의한 통화 패권

일본 PHP 발행 Voice 2009년 12월호 

미야자키 마사히로 평론가
 

IMF에 대한 출자비율 재검토 요구

10월 초 터키. 세계은행, IMF의 이스탄불 회의에서 중국은 획기적인 IMF 개혁을 제안했다. 출자 지분을 변경해야 한다는 중국의 입장을 강력히 요구했던 것이다.

4월 초 런던 G20에서 중국은 SDR 통화론(장부상의 SDR로 달러를 대체해 실질 통화로 하라는 주장)을 외쳐댔다. 실제로 중국의 IMF에 대한 증자와 SDR채 구입 합계가 900억 달러로 일본의 1,000억 달러에 육박한다.

SDR이란 Special Drawing Right의 약어로 ‘특별인출권’을 말한다. 디폴트를 막기 위한 긴급 수단이다. 이는 세계적 공황을 막는 효과가 있다.

9월의 피츠버그 G20은 IMF 출자 비율의 재검토에 합의했다.

중국은 이를 2010년 11월 서울 G20까지 실현하자고 주장했다. 노골적으로 지위 향상을 기도하며 IMF에서 선배격인 일본의 존재 같은 것은 안중에도 없다는 분위기이다.

당장은 달러 기축통화 대체에 대한 과도기로 가서 현행 통화 바스켓(달러 44%, 유로 34%, 파운드와 엔화 각각 11%)에 중국의 人民元(위안화)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의 공식 목표는 ‘2011년까지 SDR 통화 바스켓 3%, 2021년까지 10%’이다. 만약 이 지분대로 된다면 유로와 달러는 입장을 양보하지 않을 것이며 엔화의 지분이 깎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세계 매스컴은 중국 경제의 비약만을 보도하고 세계 경제의 불황 탈출은 중국이 견인한다고 추켜세우며 표현의 자유 요구나 인권에 대한 비판을 하지 않을 것이다. 10월 1일 중국의 건국절 군사 퍼레이드를 목격한 후부터 일본, 미국, 유럽 논조는 중국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추인하는 모양이 됐다. 일부에서는 “G7은 역할을 끝냈다. 앞으로는 G20이 G7을 대체한다”는 얘기마저 나오고 있다.

IMF에 대한 출자 비율은 미국, 일본 순이며 일본은 1992년 이후 제2위의 지위에 있다. 앞에서 말한 이스탄불 IMF 회의에서는 ‘2011년 1월까지 지분을 재검토한다’고 합의됐다. 이왕(易網) 중국인민은행 부행장은 회의에서 “신흥국의 경제력이 늘어났으니 현재의 지분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동시에 이 부행장은 유럽과 미국이 강력히 요구하는 위안화의 환율 협상에 대해서는 “2005년 7월 21일 이후 중국은 미국의 달러 연동제를 폐지하고 관리된 변동 시세로 이행하고 있으며 현재의 외환제도는 앞으로도 계속하는 것이 안정에 도움이 된다”면서 한발짝도 양보하지 않았다.

오바마 정부도 중국의 지나친 외환 조작을 인식하면서도 ‘부정 조작국’으로는 인정하지 않은 채 중국의 비위를 맞추고 있는 형편이다. 

‘달러의 끝’의 시작

로버트 만델 교수는 금본위제도의 부활을 주창하는 세계적 논객이고 199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에다 통화정책 연구의 1인자이다. 이 만델 교수가 중국에서 개최된 ‘아시아 논단’ 석상에서 다음과 같은 강연을 했다.(광조우에서 9월 개최)

첫째, 2~3년 이내에 위안화는 엔화를 대체하는 국제 통화의 위치를 획득할 것이다. 아시아에서 유로처럼 기축통화가 될 것이다. 둘째, 20~30년 내에 위안화는 달러를 대체하는 세계 통화가 될 가능성이 크다. 마치 파운드가 전후 달러에 대체됐던 것과 같은 경우가 될 것이다.

셋째, 대변화의 징조는 IMF 개혁에 있어 중국의 주도권과 SDR채의 발행으로 나타난다. 얼마 안가 SDR 바스켓에서의 중국의 비율은 10%에 달할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예측을 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친중파로 대표적인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9월 28일 워싱턴 존스홉킨스대 강연에서 “달러는 향후 결정적인 통화 위치를 내놓게 될 것이다”라고 말해 이를 해외 매체들이 크게 보도했다.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초대국으로서 미국의 달러가 불변하다는 상황은 격변 과정에 있으며 달러를 대체하는 통화로서 유로와 위안화가 더 영향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 더욱이 유로는 세계에서 유통 속도를 올리고 있고 신뢰도가 강화되고 있다”(헤럴드 트리뷴 9/30)고 했는데 여기서도 엔화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그러나 작년 9월 15일의 리먼 쇼크 이후 세계 최강의 통화는 아무리 생각해도 엔화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요인으로부터 일본 경제나 엔화에 대해 한마디 언급조차 없다고 하는 사실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닐까.

더욱이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 통상대표로 일했고 중국과 미국은 스테이크 홀더(이해관계자)라는 말을 처음 하기 시작한 인물답게 엔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위안화의 전망에 대해 언급했다. “앞으로 10년, 20년이라는 전망으로 봐서 위안화는 확실히 그 영향력을 세계시장에서 뚜렷하게 증대하게 될 것”이라고 일관해 중국을 예찬하고 있다.

이렇듯 상황 변화는 지극히 신속하다. 기본적인 것이 불과 1년 사이에 다음과 같이 변화됐다.

첫째, 달러의 기축통화시대가 끝나는 것이 시작됐다. 대체 통화는 유로나 엔 아니면 위안과 인도의 루비도 포함돼 다극 통화체제로 된다. 이에 따라 브레튼우즈 체제는 근본적으로 파산한다는 논의가 리먼 쇼크 직후부터 세계를 휩쓸었다.

2009년 3월부터 중국은 SDR 통화를 제창해 7월에는 SDR 채권이 실현됐다. 그러나 중국의 본심은 금본위의 통화 패권을 이루는 데 있으며 아시아 경제의 기축통화체제 확립을 하는 데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둘째, 세계은행, IMF가 중추였던 브레튼우즈 체제가 붕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1971년의 닉슨 쇼크(달러의 금태환 정지), 1973년 이후 변동환율제 도입 그리고 2008년 월가 쇼크에 의한 브레튼우즈 체제가 변혁의 파도를 타고 있음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일 것이다.

셋째, 쌍둥이 적자를 더 팽창시키고 있는 미국채가 어차피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져 신 달러화폐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빈말이 아니라 어쩌면 북미 통화 ‘아메로’의 도입이 있을는지 모른다는 예측이다.

이러한 최악의 시나리오에는 일본을 대비한다는 발상조차 없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일본에는 들르지조차 않았지만 북경과 사우디, UAE를 방문했다. 사우디에서는 국왕 예방이 허락됐다.

이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일본의 당국자는 태연하기만 하다.


위안화가 금과 링크 되는 날

그렇기는 하지만 IMF 개혁은 중국의 과도적 목표에 불과하며 궁극적 중국의 목표는 위안화를 금과 링크시켜 국제 결제 통화로 하는 데 있다. 사실 중국은 이미 호주, 남아시아, 캐나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금 생산국이 됐다. 북미를 작년에 따돌렸다.

이로써 업계의 재편이 일어났다. 영미+남아라는 종래의 앵글로 계열이 신흥 금 산출국가군에 비해 열세가 되고 세계적 규모의 금광산과 금광기업의 재편, 골드기업이 복합기업체로 되는 데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는 것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움직임의 표리와 아울러 어차피 도래할 금본위제 복귀를 향한 투기행위인지 아니면 달러 하락에 대비해 금폭등을 하게 하는 것이 목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야심만만한 중국계 다국적 기업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위안화가 언젠가 국제 결제 통화가 되느냐 아니면 도중에 좌절하느냐는 것은 위안화의 금본위 링크에 좌우되는 것이다.

종이 조각 같은 위안화를 서민들도 거들떠 보지 않았고 금세기 초까지 홍콩달러, 대만달러, 싱가포르달러가 위안화보다 가치가 있었다.

수출 주도로 외화가 축적되니까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의 면세점에서 위안화를 받기 시작하고 홍콩에서는 위안화 환율이 역전됐다. 중국의 2006년 외환보유고가 1조 달러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2009년 6월 말 2조 달러 돌파, 9월 말 2조2,370억 달러를 달성했다.

중국은 SDR 통화를 달러 기축의 대체 수단으로 주장해 미국과 유럽을 흔들고 IMF 개혁을 표방하며 사실은 IMF에서의 지위 향상(유엔과 마찬가지 방식으로)을 도모하고 있다. 그 단계를 분석해보면 1) SDR채권 500억 달러 구입, IMF 증자에 400억 달러 출자 2) 통화 스와프협정을 6개국과 체결 3) 2국간 결제를 브라질과 체결 4) 위안화 결제를 홍콩 등과 체결 5) 위안화 결제권 확대(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해왔다.

기가 강해진 중국은 2009년 10월 위안화로 국채를 홍콩에서 발행했다.(2년, 3년, 5년의 3종류) 발행 총액이 60억 위안. 이중 3분의 1을 개인투자용도로 할당했다. 중국이 본토 이외에서 위안화 국채를 발행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외국의 기관투자가도 구입, 위안화의 국제화가 현실로 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위안화는 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가 되고 무역결제에 사용되면 일본의 경제력을 명실공히 넘어서게 된다. 그리하여 중화경제권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이와 같은 중국의 약진은 국제정치의 정치력에 의한 것이다. 1971년 단번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 되고 국제정치 무대에서 주요국가로 행세하게 됐다.

개혁 개방 정책이 결실돼 일본을 제치는 GDP를 자랑할 만한 실력을 갖췄다. 1989년 중국의 대외채무는 90억 달러로 이를 갚느냐 못갚느냐는 수준이었는데 천안문 사건으로 세계에서 고립됐을 때 해외로부터의 투자가 대만과 일본에서 재개돼 되살아나고 해외 화교 투자로 본격화됐다. 세계 공장으로서의 재가동도 시작되니 외환보유고는 2,000배로 늘고 GDP는 세계 3위로 약진했다.

1990년 주식시장을 개설했는데 처음에는 홍콩이 중심이었던 아시아의 주식시장이 지금은 상해가 세계의 금융센터를 목표로 할 정도가 됐고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경제 회복의 엔진’으로 격상되는 것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위폐 대책의 후진은 결정적

그러나 중국이 허세를 부리지는 않는지 모르겠다. 미국과 유럽의 보수 매체 대부분은 표면적인 보도나 예측에는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에는 채권시장이 육성돼 있지 않다. 둘째, 금융시스템이 결정적으로 서구와 다르다. 셋째, 중국에 자유로운 투자를 할 수 없다. 넷째, 환율이 인위적으로 낮게 조작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안화가 달러나 유로와 나란히 주요 통화의 위치를 차지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걸린다고 분석하고 있다.

필자는 좀 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위안화 위폐 대책의 후진성이다. 지금도 지하경제에서 쓰이는 많은 것이 위폐이다. 전체의 20%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위안화에는 고액권이 없다.

즉 일본의 1만엔권은 커녕 5천엔권에 해당되는 것도 없다. 현재 최고 액수의 위안화는 100위안(1400엔에 해당)이다. 가지고 다니기 불편하지만 500위안권, 1000위안권을 발행하지 않는 것은 위폐가 나돌기 시작하면 곧바로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순풍을 단 것처럼 보이는 중국경제이지만 취약성이 있다. 중국 경제는 수출이 격감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경기 회복은 미미한 상태이다.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았고 지역 대립이 심하다. 공직자의 부패가 만연하고 권력투쟁은 격화되고 있다. 은행 대출은 이상할 정도로 팽창되고 은행 시스템은 기능이 잘 안 된다. 증권 거래에 어려움이 있고 얼마 가지 않아 모순이 크게 폭발할 것이다.

위안화를 저평가하도록 조작해서라도 수출을 유지하기 위해 달러를 사들이고 미국 채권의 구매를 유지하지 않을 수 없는 딜레마와 위폐 문제 해결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하는 일정대로 야심이 실현될는지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영훈 교포교육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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