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 FTA 발효 5년, 그 이후
한-칠레 FTA 발효 5년, 그 이후
  • 미래한국
  • 승인 2010.01.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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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국가가 남미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FTA , “칠레 시장 개척과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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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는 우리 농업을 성장시킬 기회라 여깁니다. 예를 들어 미꾸라지를 이동시킬 때 그 안에 메기를 넣으면 긴장해서 죽지 않고 견딘다고 하더군요. 우리 농업과 농민들도 외국과 경쟁할 때 긴장감과 목표를 갖고 열심히 하다 보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나안농장(충남 예산)에서 축산업을 하고 있는 이연원 사장의 말이다. 실제 그는 유기농법 및 무항생제 돼지로 경쟁력을 확보, 국내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극복했다. 이와 반대로 외부와의 경쟁 없이 우물 안 개구리로만 살아가는 것은 생존 자체가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도전과 경쟁을 즐기는 자와 피하는 자 중 승자는 누구일까. 우리나라는 칠레를 시작으로 5개 국가(또는 기구)와 FTA 협상을 타결했다. 현재 9개 국가와 실무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FTA 추진국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반대 여론에 부딪히며 날카로운 논쟁을 벌여야 했다. FTA를 찬성하는 쪽은 ‘FTA 조약 체결을 통한 수출 증가와 교역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반대 입장에서는 ‘싼값에 들어오는 외국산 농산물과 교역품 등으로 인해 국내 산업이 붕괴할 것’이라며 항의했다.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힌 농민단체들은 거센 반대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한-칠레 FTA에 대한 우려는 기우

1992년 유럽연합의 출범과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의 발효로 지역주의가 확산되면서 치열한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지역별 무역 네트워크가 탄탄해졌고 진입장벽도 높아졌다. 반면 그 속에 포함되지 못한 국가들은 대외무역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은 무역의 자유화, 바로 FTA였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11월 대외경제조정위원회에서 FTA 체결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첫 대상국으로 칠레를 선정했다. 그 이유에 대해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미진 박사는 “남미 경제를 선도하는 칠레는 중남미 국가와 미주지역에 진출하는 데 있어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이어 “이미 다수의 국가와 FTA를 체결한 경험이 있는 칠레는 한국과의 무역관계에서도 상호 보완적인 측면이 많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2002년 10월 타결된 한-칠레 FTA는 극심한 찬반 논란에 휩싸이며 2004년 2월이 돼서야 국회 본회의에서 비준동의안이 통과됐다. 2004년 4월 1일부터 발효된 한-칠레 FTA. 당시 반대론자들이 주장한대로 국내 산업은 붕괴됐을까. 5년이 지난 지금 한-칠레 FTA에 대한 우려는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스웨덴의 리더십 코치인 미아 퇴르블롬의 말처럼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들에 대해 걱정하느라 시간을 낭비한 것’이다.

하나의 예로 농업계에서 가장 크게 반대했던 칠레산 포도는 계절관세 적용품목(11월-4월 말)이다. 즉, 우리나라에서 포도를 수확하지 않는 겨울부터 봄까지만 주로 수입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한 겨울에도 싼 가격에 포도를 먹을 수 있게 됐다. 그밖에 칠레산 농산물들도 수입이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지만, 주로 미국 등 경쟁국 수입 물품들을 대체하는 정도다.

최근 발표된 주요 주류 수출입 동향에서도 칠레산 와인이 국내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주로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에 집중돼 있던 와인의 수입이 한-칠레 FTA 체결 후에 확 달라진 것이다. 국내 와인 수입시장이 급성장한 배경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칠레산 와인이 프랑스산과 미국산 와인을 대체한 것이 주된 이유다. 이는 고급 품목으로 여겨졌던 와인의 대중화로 이어졌고, 소비자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음주 문화를 누리게 되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칠레 시장에서 확산

지난해 4월 1일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칠레와의 교역량은 협정 발효 5년 만에 18억5,000만 달러에서 71억6,000만 달러로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철강 등 대 칠레 수출은 6배 증가했다. 동(銅) 관련 제품, 돼지고기, 포도 등 칠레로부터의 수입도 3배 넘게 늘어났다. 자동차의 경우는 일본을 제치고 칠레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관세 철폐로 가격인하 효과를 본 경유 수출은 23배나 급증했다.

우리나라의 대 칠레 수출 확대와 함께 칠레로부터의 수입도 안정되면서 무역수지 불균형도 점차 완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성은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연구원은 “대 칠레 수출에 의한 생산유발과 고용유발 효과 역시 큰 폭으로 상승했다”며 “국내 기업의 칠레 진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무역연구원이 대 칠레 주요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104개사 중 75%가 ‘한국산 인지도 상승’ 등을 이유로 ‘한-칠레 FTA가 대 칠레 교역에 도움이 됐다’고 답변했다. FTA의 선점효과를 통한 대 칠레 수출증가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칠레 시장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칠레가 다른 여러 나라들과 잇따라 FTA를 체결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대 칠레 수출 주력 품목은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의 추격을 받고 있다. 이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조미진 박사는 “적극적인 칠레 시장 개척과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경쟁국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고성은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연구원도 관련 보고서를 통해 “경쟁국들보다 먼저 FTA 협상을 타결하더라도 관세 양허 수준이나 즉시 철폐 비율을 어떻게 선정했느냐에 따라 시장 선점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방한한 바첼렛 칠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칠레 FTA가 발효된 지 이미 5년이 지났고 체결 당시와는 상황 변화가 있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FTA를 심화·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상호 협의해 나가기로 했음”을 밝힌 바 있다. #

김미희 기자 eli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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