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우파 민중가수로 기억되고파”
“애국우파 민중가수로 기억되고파”
  • 미래한국
  • 승인 2010.01.1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송만기 가수·방송인
▲ 가수 송만기씨


보수단체 집회나 행사장에 가면 깔끔한 차림의 한 중년 남성이 마이크를 들고 단상에 서서 목청을 높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기타 연주와 함께 노래도 부르면서 집회 사회를 보는 그는 현장에 모인 참가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낸다.

최근 ‘신나는 4대강’이란 노래가 담긴 7집 앨범을 발표한 가수 겸 방송인 송만기 씨(51)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단국대 경영학 석사, 육군학사장교, 하키 국가대표, 연극인, 쇼핑호스트, 라디오 DJ 등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송 씨는 직업도 여러 가지다. 현재 강남에서 생고기집과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며 각종 행사의 전문 MC도 맡고 있다. 그는 인터뷰가 진행된 다음 날에도 미국선교사 로버트 박 입북 문제에 대한 집회의 사회를 맡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몇 명의 연사가 똑 같은 얘기만 하다 들어가던 이전 보수집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집회문화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노래와 사회로 보수단체 일을 돕고 있는 송 씨는 ‘知之者 不妊?之者 ?之者 不妊樂之者’라는 공자 말씀을 떠올리게 한다. 논어에 기록된 이 말은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이다. 자신의 주장을 직설적인 가사로 풀어내며 각각의 시의성에 맞는 노래들을 발표하고 있는 송 씨는 그 모든 일과 인생 자체를 굉장히 즐기고 있었다.

송 씨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교회음악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4대째 기독교 집안입니다. 저 또한 초등학생 시절부터 교회 성가대로 활동했습니다.” 1979년 TBC 대학가요제를 통해 데뷔한 송 씨는 “당시 동기가 김수철, 권인하 등입니다. 제가 78학번인데 그때부터 돈을 받고 노래하는 프로였습니다. 명동 쉘브르에서 노래했었죠. 박강성, 변진섭, 윤태규, 전영, 남궁옥분 등이 모두 그곳 출신일 만큼, 디스크자키 이종환 사단이라고 하면 예나 지금이나 최고죠. 전 쉘브르 출신인 것이 늘 자랑스럽습니다”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정치대학원 5기 졸업생이기도 한 송 씨는 “유명 방송인 만큼 꼭 되고 싶었던 것이 정치인이었습니다. 형편이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정치를 꿈꿔왔죠”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이미 송 씨는 양평군수에 두 차례 도전한 바 있으며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도 양평군수에 재도전할 뜻을 내비쳤다.

스스로 ‘개혁보수’라 말하는 송 씨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립각을 세우며 거침없는 정치적 발언을 해왔다. “좌파정권 10년, 특히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삐걱대며 잡음도 많았습니다. 그 당시 압구정에서 가게 하나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저는 물론이고 주변 상가주인들이 몸소 느끼는 경기가 최악이었죠. 더욱이 대통령이란 사람이 말을 함부로 하면서 정쟁만 일삼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그렇게 가슴만 치고 있던 송 씨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2004년 3월 21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의 사회를 보면서다. 노무현 정부의 경제 실책을 조목조목 비판한 것은 물론 유시민.정동영 등 당시 여권 인사들에게도 일침을 가했던 자리였다. 집회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집회 주최 측 관계자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았다고 한다.

MBC 왜곡 편집의 희생양... 결국 승소

하지만 1주일 후 MBC 미디어 비평 프로였던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이 전파를 타면서 송 씨는 도마 위에 오르게 된다. 당시 TV 속 화면에 비친 송 씨는 집회 참가자들을 향해 “여러분,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이 있습니까?”라고 외친다. 이에 격양된 참가자들이 권양숙 당시 영부인을 향해 심한 욕설을 퍼붓는다. 해당 욕설을 한 번 더 언급한 송 씨에게는 ‘대통령 부인 학력비하 발언자’라는 낙인이 찍히게 되었다.

해당 방송이 끝난 직후부터 송 씨와 그의 가족은 수천통의 살해 협박 문자와 전화는 물론 엄청난 사이버 테러에 시달려야 했다. “한동안 사람들을 만나면 손부터 봤어요. 칼이라도 쥐고 있을 것 같아 무조건 경계했죠. 대인기피증으로 너무나 힘들었고 억울한 마음에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습니다.” 이때부터 그의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기 시작했다.

▲ .
송 씨는 “MBC가 의도적으로 방송을 왜곡 편집했다”고 말했다. “그날 제가 한 말을 앞뒤 중간 다 자르고, 권양숙 여사에 관한 발언만 방송에 내보냈죠.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39초 동안 제 얼굴 그대로 화면에 보여줬고, 너무나 교묘한 편집으로 송만기란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나쁜 놈으로 만들었습니다.”

송 씨는 본인의 발언 취지와 다르게 편집됐다고 MBC 측에 항의했지만 매번 면박만 당하고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정의의 여신 디케는 그의 편이었다. 당시 집회 현장을 취재했던 모 기자가 문제 발언에 전후 맥락은 따로 있다는 글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면서 전세가 역전된 것이다. 조중동을 포함한 다른 언론사들도 사설을 통해 원본 방송을 촉구했고, 끝까지 버티던 MBC는 ‘시청자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4월 2일 원본 테이프를 공개 보도했다.

5분 50초짜리 원본 방송에서 송 씨는 “국민 여러분, 남 전 대우건설 사장이 왜 자살했습니까. 만약 제가 TV에 나와서 권양숙 여사한테 ‘고등학교도 안 나온 여자가 국모로서 자격이 있습니까’라고 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송 씨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을 가리켜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남 사장)이 시골에 있는 별 볼 일 없는 사람(노건평 씨)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는 일이 이제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은 ‘언어적 살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비판한 것인데 그렇게 왜곡될 줄은 몰랐습니다”라고 전했다.

욕설 파문에 대해서도 송 씨는 “그날 모인 사람들은 ‘여사는 무슨 여사냐. XX지’라며 욕설을 퍼부었지만, 저는 욕하지 말고 문화시민답게 가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흥분한 사람들은 진행에 방해가 될 정도로 권 여사를 향해 폭언을 퍼부었죠. 이를 진정시키고자 해당 욕설을 한 번 더 언급하고 박수를 유도하며 상황을 마무리 지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청중을 말리는 과정에서 덧붙여진 발언으로 MC 기법의 하나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원본 방송 이후 MBC는 시청자들의 비판 속에 짜깁기 편집을 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하지만 이미 송 씨의 연락처와 신상정보가 인터넷에 떠도는 등 그가 입은 피해는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송 씨는 “MBC는 보수 집회를 비판하고자 편집 방향에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해 보도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토로했다.

진실이 확인된 후에도 노사모의 공격은 계속됐다. 하지만 송 씨는 휴대폰 번호도 바꾸지 않고 전원도 켜둔 채 일일이 대응하며 정공법으로 승부했다고 한다. “2006년 10월 MBC와 담당PD, 진행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이겼습니다. 방송사의 의도적인 편집은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내용이었죠. MBC는 항소도 하지 않고 재판 결과에 승복했습니다.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도 수사를 의뢰했었는데, 붙잡힌 범인이 같은 동네 사는 H란 여성이었습니다. 노사모 홈페이지에 저에 대한 비방 글을 많이도 올렸더군요. 참다 못해 2007년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H 역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습니다.”

승소 당시의 느낌을 묻자 송 씨는 “저와 가족들이 겪은 물질적.정신적 피해가 매우 컸지만 결국 진실은 밝혀졌기 때문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습니다”라고 회고했다.

“정복하기 위해서 굴한다”

인터뷰 도중 목소리도 떨리고 눈물도 잠깐씩 비추었지만, 그가 겪은 마음 고생에 비하면 그늘 하나 없이 매우 당찬 모습이었다. 이에 생활신조를 묻자 송 씨는 “‘정복하기 위해서 굴한다’란 말을 좋아합니다. 오랜 세월 많이 참고 지내온 것도 더 큰 뜻을 이루기 위한 것이었습니다”라며 “저는 정말 열심히 살아왔고 남에게 실례를 안 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권에 대해선 입에 거품을 물고 비판합니다. 노 전 대통령이 지금은 고인이 됐지만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사과 한 번 안하고 그렇게 갔잖아요”라고 말했다.

또한 송 씨는 “노무현 좌파정권의 부당성에 대해 노래로도 많이 항의했습니다. 대표적으로 ‘까마귀’란 곡이 있습니다. 까마귀는 노 전 대통령을 의미하며 친북좌파들을 풍자한 가사가 8절까지 이어집니다”라며 “당시 정권에 맞서 싸운 연예인은 대한민국에 송만기 한 사람입니다. 전 사명감을 가지고 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발표한 ‘신나는 4대강’을 작사 작곡하게 된 배경을 묻자 그가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 “... 강이 살아야 우리도 잘 살 수 있다. 잘사는 나라 행복한 국민 4대강이 살아야 한다... 온난화 홍수 가뭄해결 4대강을 살려야 한다.” 대운하는 물론 4대강 살리기의 당위성을 압축해 가사에 담았다는 송 씨는 주된 이유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발전을 꼽았다. 이어 송 씨는 “그런데도 저쪽 사람들은 좌파정권 창출에만 급급해 경제가 죽고 이명박 정부가 무너져야 자기들이 살 수 있다고 여긴다”며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다는 송 씨는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꾼들로 비리가 많았지만 이 대통령은 토목과 건설 분야 대기업 회장까지 한 전문가입니다. 남다른 신념과 의지로 청계천 신화를 성공시킨 것처럼 대한민국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송 씨는 또한 “힘을 합치기 위해선 용서와 화해가 있어야 한다”며 “이 대통령이 지금 좌편향적인 사람들도 끌고 가려고 하는 것은 국가 수반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김미희 기자 elikim@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