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전략
21세기 대한민국의 국가전략
  • 미래한국
  • 승인 201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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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 전략이야기]
▲ 이춘근 뉴라이트 국제정책센터 대표


2010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 지, 그리고 21세기가 시작된 지 꼭 10년이 지났다. 그러나 10년 전 2000년을 맞이하며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기대했던 가장 중요한 염원의 하나인 통일은 아직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으며, 더욱 부유한 국가가 되려는 꿈도 이루지 못했다.

즉 2010년 한국의 국제정치 및 경제적인 위상은 2000년의 그것과 비교할 때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10년 동안은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말해야 할지도 모를 시간이었다. 특히 2003-2007년 노무현 정부 기간 동안, 경제성장률은 대단히 저조했으며 그 결과 대한민국의 국제 경제적 위상은 몇 단계 낮아졌다.

또한 지난 두 정권이 보여준 반미 친북적인 외교정책은 다 무너져 가는 북한을 기사회생하게 만들어 줌으로써 통일의 길도 멀어지게 했고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간접 지원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안보 상황을 오히려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말았다.

2000년 당시 세계 12위에 이르렀던 한국의 GDP는 현재 가용한 최신 자료에 의거할 때 14위로 밀려난 상태이며, 사실상의 핵보유국이 돼 버린 북한을 상대해야만 하는 군사전략적으로도 대단히 힘겨운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반면 2000년을 맞이하던 당시, 거의 가망 없어 보였던 북한은 지난 10년 동안 생존에 성공했고, 핵무장에도 성공했다. 1999년 햇볕정책이 시작된 이후 남한이 퍼다 바친 수십억 달러의 돈으로 핵무기를 개발했고 수십, 수백만 톤의 쌀을 가지고 북한은 강성대국, 선군정치를 외칠 수 있었다.

북한의 대전략

그래서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북한은 국제사회를 향해 공갈을 치며 자신이 한반도 최후의 승자가 되겠다는 국가 대전략을 미국에 강요하려 했다. 북한의 국가 대전략이란 북한이 한반도 통일의 주역이 된다는 것이다. 더 간단히 말하자면 미래의 한반도에 수립돼 있을 통일 국가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어야 한다는 것이 북한의 대전략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핵을 만들었고, 핵을 가지고 이 같은 상황의 도래를 위해 미국과 전략적 거래(deal)를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핵으로 미국을 위협하며, 핵을 포기할 테니 미국은 한국과의 군사동맹을 포기하고, 주한미군을 철수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2010년 북한 신년 공동사설이 주장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 란 자신이 핵을 포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주한미군을 철수하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지난 10년 동안 북한의 대전략은 간단했다. 손자병법의 2편 작전편(作戰編)은 ‘지혜 있는 장수는 적을 이용해야 한다’는 전략론의 진리를 강조하고 있다. 손자는 ‘그러므로 지략이 뛰어난 장수는 적국의 식량을 얻어 자신의 군대를 배불린다’(故智將務食於敵)고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지난 두 번의 남한 정권과 이를 지지하는 좌파적 지식인들과 보통 국민들은 국제정치학적 근거가 박약한, 역사에도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우화(寓話)에 근거한 햇볕정책을 금과옥조(金科?條)의 대북정책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동안 북한은 전략 및 전쟁론의 최고 진리요, 역사적으로 증명된 기본 원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이제 2010년을 맞이하여 우리는 21세기에 대비한 국가 대전략을 보다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수립해야만 한다. 2010년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다음 10년 사이에 일어날지도 모를 일에 대비해야만 한다. 아니, 우리가 원하는 바로 그 일이 일어나도록 역사를 만들어 갈 준비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가 원하는 역사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우리는 구체적인 게임플랜(Game Plan)이 잘 그려진 전략 지도를 미리 만들어 두어야 한다.

폴 케네디의 뒤를 잇는 세계적인 석학 니알 퍼거슨 하바드대 역사학 교수가 한국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010년대 10년 중 북한은 붕괴할 것이라고 말하고, 2019년 세계는 한국의 재통일을 가장 위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의 북한유지비용은 과다

퍼거슨 교수는 북한은 누가 지원하지 않으면 무너져버릴 ‘인위적’ 존재에 불과한 나라라고 판단한다. 2000년부터 10년 동안 북한은 한국과 중국의 지원을 통해 살아남았다. 그러나 2008년 한국에 새 정부가 수립된 이후, 한국의 북한 지원은 중지되었다. 이제 중국의 지원까지 없어지면 북한은 붕괴할 수 밖에 없다는 퍼거슨의 분석은 낙관적이지만 사실이다.

우리는 퍼거슨이 ‘중국은 결국 북한이 계속 존재하도록 지원하는 비용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라고 언급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 비용이 과도하지 않는 한 중국은 끝까지 북한을 지원할 것이며 북한은 이를 통해 생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한반도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조차 꿈꿀 것이다.

중국은 북한이 소멸되고 한반도 전체가 자유민주국가로 통일되는 것이 중국의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는 지-전략적(Geostrategic) 고려를 게을리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중국은 건국 후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1950년 겨울 한반도에 중국군을 투입함으로써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 미국과의 전쟁도 불사했을 정도로 북한을 중시한다.

중국이 북한을 완충국으로 유지하는 것보다 북한을 포기하고 한반도 통일을 허락하는 것을 더 나은 일로 생각하려면 중국도 어쩔 수 없는, 북한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 과다’ 라는 조건이 성숙되어야 한다. 바로 이 부분이 ‘21세기 대한민국 국가전략’에 반드시 포함돼야 할 내용이다.

중국이 북한을 유지하는 것이 너무나 피곤한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드는 일은 우리의 몫이며, 자유 통일을 이룩한 대한민국은 중국의 국가안보에 아무런 영향도 없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발전과 번영에 큰 도움이 되는 나라라는 사실을 인식 시키는 것 역시 우리가 해야 할 과제다.

내심 통일에 대해 불확실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일본에 대해서도 통일 한국이야말로 일본의 국가 이익에도 최선이 된다는 사실을 설득해야 한다.

북한이 붕괴되고 한반도가 통일되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동북아시아 국제정치의 급격한 변동(dynamics) 과정과 변동의 결과가 중국, 일본 등의 국가 이익에도 최선임을 보장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는 한반도 통일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종말을 향해 달려가는 북한정권이 급변사태에 도달하는 경우 대한민국은 북한에 대한 한국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한 능력을 반드시 갖추어야만 한다. 우리는 국제사회를 향해 북한의 급변사태가 어떻게 결말돼야 하는지를 먼저 선언해 두어야 한다.

북한이 붕괴되더라도 그것은 한국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상한 국제법적 해석은 집어 치워야 한다. 우리 동족이 혼란 상태에 빠졌는데 그것을 대한민국이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은 전략적 발상도, 동포애적 발상도, 민족주의적 발상도 아니다. 북한 급변사태 시 북한 문제를 담당할 가장 우선적인 나라(stakeholder)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주변국가들에 확실하게 인식 시켜야 한다.

북한 붕괴 이후 우리의 역할을 선언해 두어야

우리 스스로 그 일을 담당할 능력(경제력은 물론 군사력도)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의 급변사태 발생 시 중국의 힘이 북한을 선점하는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스스로 북한 급변사태 이후를 처리해 나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현재 그럴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래서 우리는 미국의 힘과 지원을 필요로 하는데 그럴 경우 중국의 개입이 문제가 된다.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외교력, 경제력, 군사력이 모두 필요한데 바로 이런 것들을 종합하고 대비책을 강구하자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 국가전략을 구상해야 한다는 것과 동의어이다.

대한민국 국제정치학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우리나라도 강대국이 되는 데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앞으로 2010년대가 끝나기 전, 한반도에 자유민주주의 통일 대한민국을 건설할 수 있기 위해,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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