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테러와의 전쟁’ 오바마 수세에 몰리나
돌아온 ‘테러와의 전쟁’ 오바마 수세에 몰리나
  • 미래한국
  • 승인 2010.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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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폭파 기도 계기로 ‘유약한 안보정책’ 비판 증가, 올 11월 중간선거서 오바마의 아킬레스건 될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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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 시각)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자행된 노스웨스트 항공기 폭파 테러 기도 사건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요지는 ‘미국인들의 안전과 안보를 지키는 대통령 본연의 엄숙한 임무를 매일, 매순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우리나라가 폭력과 증오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전쟁 중이라고 분명히 말했다”며 “우리는 이들을 패배시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항공기 폭파 테러 기도 사건 후 오바마 대통령이 그동안 미국이 직면하고 있는 ‘테러와의 전쟁’을 무시해왔다는 미 보수층의 비판에 반발하고 나온 것이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이 마치 테러리스트들과 전쟁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려 한다”며 “결과는 덜 안전한 미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번 미국 항공기 폭파 테러 기도 사건을 계기로 오바마 행정부의  고립주의에 입각한 ‘유약한 안보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크다. 

대표적인 비판이 오바마 대통령의 ‘테러와의 전쟁(War on Terror)’ 표현 중단이다. ‘테러와의 전쟁’은 2001년 9·11 참사 후 미국 대내외 정책의 근간을 나타내는 표현이었다. 부시 행정부는 항상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 중에 있는 전시국가라고 강조하며 이에 맞춰 국내외 정책을 수립하고 조정해 나갔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 취임 후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표현은 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연설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연두교서 등 연설마다 언급했던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당시 미 주요 언론들은 이를 부각하며 오바마 행정부가 전임 부시 행정부와 차별을 둔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이슬람권을 향해 한 연설에서도 이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자넷 나폴리타노 국토안보부 장관은 첫 의회청문회에서 ‘테러리즘’을 ‘인간이 야기한 재난들’(man-caused disasters)로 언급했다. 그녀는 정치적 목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미 보수층에서는 ‘테러와의 전쟁’을 부인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이틀 만에 테러용의자들을 수감해놓은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한다고 발표하자 오바마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일방적으로 끝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관타나모 수용소에는 부시 행정부가 지난 8년간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면서 생포한 200여명의 테러용의자들이 수감되어 있었는데 이 수용소는 그동안 미국이 이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유럽 인권단체 등의 비판 대상이 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또 9·11 테러를 모의했다는 칼리드 세이크 모하마드를 미 군사법원이 아닌 뉴욕의 민간 법정에 서도록 했다. 테러리스트가 아닌 일반 민간인 자격을 부여해 피의자의 권리를 보호하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재판을 받도록 하겠다는 목적이었다.

미 보수층은 이런 조치들이 미국은 테러범의 인권도 존중하는 ‘민주주의 챔피언’임을 보여주는 전시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재판과정에서 미국의 기밀 테러정책 등이 드러나면서 미국 안보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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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9·11 테러 후 처음으로 미국 항공기 안에서 폭파 테러 기도가 일어나자 오바마 행정부가 보여준 ‘테러와의 전쟁’이 끝났다는 식의 정책 때문이라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나오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비판에 자신은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을 충실히 수행해왔다고 대응하고 있다. 그는 라디오 연설에서 “내가 9·11 테러와 무관한 이라크전을 끝내기 위해 병력을 재집중하고 있고 알 카에다 기지가 밀집된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병력을 집중하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항공기 폭파 테러 기도의 책임자들은 응분의 대가를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 배후인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 지부(AQAP)가 있는 예멘의 반테러 활동 지원을 대폭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교정책’을 올해 11월 중간선거와 2012년 대선의 중요한 이슈로 삼으려 하고 있다. 이는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이 집중해 성공한 전략으로 당시 민주당을‘9·11 이전의 세계관’을 가진 현실 안보 감각이 없는 사람들로 부각시켰다.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은 벌써부터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일방적 카우보이식 외교라며 협상을 통한 다자적 외교를 펼치겠다는 그의 외교방식을 통해 이룩한 성과가 미약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이슬람권의 대미(對美) 인식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이집트 카이로에서 자신의 중간이름이 ‘후세인’이고 그동안 미국 등 서구가 이슬람권에 한 불찰을 이해하라며 화해의 손을 내밀었다. 막무가내로 핵개발을 하며 미국에 적대적인 이란지도부에도 동영상을 통해 이란을 ‘이란이슬람공화국’이라고 처음 부르며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슬람권의 반응은 변함이 없었다. 퓨 글로벌 센터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슬람권의 미국에 대한 반감은 여전했다. 팔레스타인은 15%만 미국에 호감을 갖고 82%는 반감을 갖고 있었다. 터키는 호감(14%) 반감(69%), 이집트는 호감(27%) 반감(70%), 파키스탄은 반감이 2008년 63%에서 지난해에는 68%로 오히려 올랐다.

미국의 유명한 중동전문가인 파우드 아자미 존스홉킨스 국제대학원 교수는 월스트리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중동의 어떤 독재자도 오바마를 두려워하지 않고 있고 민주화를 요구하는 이란 거리의 시위자들은 오바마가 그들을 구하러 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자미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적으로 고립주의를 표방, 국제문제에서 손을 떼고 재분배 위주의 국내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며 그 결과 미 국경 밖의 세계는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외교협의회의 월터 러셀 미드 석좌 연구원도 외교전문 격월간지 포린폴리시 1·2월호에서 “오바마의 내면에는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의 고립주의와 28대 우드로 윌슨의 국제평화주의가 충돌한다”며 “최악의 경우 실패한 이상주의자인 39대 지미 카터의 전철을 밝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드 연구원은 오바마가 취임 후 대외 개입을 최소화하고 국내 개혁에 주력하는 ‘제퍼슨주의자’로 출발했는데 그것은 미국이 대내적으로 민주주의 모범이 되고 대외적으로는 절제된 행동을 하면 세계 민주주의와 평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기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바마는 중동 등에 개입을 줄이고 이란, 북한, 시리아와 같은 ‘불량국가’들의 체제를 바꾸지 않고도 현명한 정책으로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하지만 미국은 1920~30년대도 이런 고립주의를 시도했지만 결과는 2차대전이었다며 오바마의 고립주의가 세계평화에 기여할지 불확실하다고 암시했다. 반(反)부시를 주창하면 내던졌던 ‘테러와의 전쟁’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며 그의  외교정책이 올해 중간선거에서 자신의 아킬레스건이 될지 아니면 새해 고립주의에서 적극 개입주의로 바뀌는 전기가 될지 두고 볼 일이다.#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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