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분당할 것"
"한나라당 분당할 것"
  • 김범수 발행인
  • 승인 201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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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 김동길 태평양시대위원회 이사장

 
“나는 보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 신봉자”

 몇 채의 집을 갖고 있다하더라도 홈페이지, 블로그, 카페 하나 없다면 어디 가서 얼굴 내밀기 힘든 세상이다. 그렇더라도 50대 이상 세대에서는 사이버 공간에 집을 짓는 사람이 흔치 않고, 젊은 세대 중에는 홈페이지 방문자가 없어 우울증을 겪는 경우도 있다.

올해 82세인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의 홈페이지 ‘김동길 교수의 Freedom Watch’는 하루 방문객이 5,000명을 훌쩍 넘어 유명 포털의 웬만한 파워 블로거들도 명함을 내밀기 어려울 정도이다. 화려한 코너로 무장한 다른 홈페이지와 달리 김 교수의 홈페이지는 프로필, 칼럼코너, 공지사항 등 방이 딱 세 개 뿐이다. 김동길 교수의 Freedom Watch는 조회수가 높은 데다 칼럼이 일간지와 인터넷매체에 종종 소개되면서 자타가 공인하는 최강의 홈페이지로 등극한 지 오래됐다.


홈피 하루 방문객 5,000여명

-홈페이지 칼럼 코너명이 ‘이명박 대통령에게’인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이 시대에 가장 효과적인 능력을 가진 사람이니까 이명박 대통령에게 ‘왜 이러느냐, 이렇게 해야 하지 않겠느냐’ 제안을 하는 거지요. 이 대통령이 보고 안보고는 신경 안써요.”

-댓글란과 자유게시판이 없더군요.

“내 얘기만 하는 거지 당신 생각은 어떤가, 들을 여유가 없어요. 내 주장을 실어서 사는 날까지 쓰는 거지. 내가 보기보다 꾸준히 합니다.”

김동길 교수는 매일 홈페이지에 글을 한 편씩 올리고 미국 LA 라디오코리아 방송국을 전화로 연결해 매일 10분씩 15년째 칼럼을 방송하고 있다. 초청강연도 거의 매일 한 차례씩 한다. 20년 전에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 필자가 보기에 그때나 지금이나 기력이 여전했다. 먼저 건강 비결부터 물어보았다.

“얼마 전에 안동시청 초청으로 강연을 하러 갔는데 사회자가 ‘여든 두 살의 노구를 이끌고 오셨습니다’라고 소개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여든 두 살인 걸 처음 알았다’고 했지.(웃음) 40년 동안 강연을 하고 있는데 전국 어디나 다 가요. 하늘이 주신 건강이 있어야 하지만 몸에 해롭다는 건 안해야지. 하루 한 시간 정도 운동하고 편식과 과식을 안해요. 일이든 건강이든 무리하지 않고 감당할 만큼만 하지.”

-홈페이지에 오른 글로 인해 종종 공격을 당하는데 신경 쓰이지 않습니까.

“그런 거야 뭐. 유신 때 정보부에도 잡혀가고 15년 형을 받았다가 1년간 수감되기도 했는데 가족이 없으니 걱정을 안해요. 예전에 장준하 씨와 가까이 지냈는데 딸 하나는 김옥길 총장이 학비를 대줘서 이화여대를 나왔지만 아들들은 학교에 못 갔어요. 나한테 ‘김 교수는 선견지명이 있어서 결혼을 안해 다행’이라면서 집안 걱정이 많다고 하더라구. 나는 선견지명이 있어서 안한 게 아니라 내 자유를 소중하게 생각해서 안했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면 도리가 없었겠지만.”

-매일 칼럼 쓰고 강연하고 방송하시는 목표는 무엇입니까.

“바라는 게 한 가지 뿐이니까. 조국이 자유민주주의를 상실하면 안 돼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원칙 하나 갖고 나갑니다. 왜 국법을 안 지키고 엉뚱한 짓을 하나, 그 얘기를 하는 거지. 공자님이 ‘하나의 이치로 모든 것을 꿰뚫는다’는 일이관지(一以貫之)를 논했는데, 왜 내가 매일 한 편의 글을 쓰느냐면 읽는 사람 때로 몇 만, 적어도 몇 천은 되니까. 공자님 같이 훌륭한 어른도 제자가 3,000명 밖에 안 됐다는데 독자가 많으니 굉장한 효과가 있겠지.”

-대한민국이 북한보다 훨씬 강한데 잘못 되어서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될지 모른다는 주장은 너무 기우 아닐까요.

“쓸데없는 걱정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모르는 소리거든. 안일 무사주의로 나가다가 나라가 곤두박질칠 수 있어요. 촛불시위를 100일이나 할 수 있다는 건 배후에 조직이 있기 때문이지. 평화적 시위라고 하지만 다른 뜻이 있어요. 정권이 교체됐지만 반미친북으로 나가고 있어요. 모임에 나갔더니 나를 보수세력으로 몰면서 곤경의 화살을 날려요. 나는 보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에게 ‘당신 촛불시위 왜 했어?’하고 물으니까 대답을 안해. 그래서 ‘국민건강 위해 한 거 아냐? 광우병 걸릴까봐 했지?’ 그러니까 그렇다고 해요. ‘만일 그 수입쇠고기가 미국산이 아니라 중국산이었으면 당신 촛불시위를 100일이나 했겠어?’ 그러니까 대답을 못해. 왜? 생각을 해본 적이 없거든. 거짓말 하면 안 돼요.”

그는 현재 대한민국에 남파된 간첩이 많다고 걱정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경상남도 산청군에 강연하러 갔어요. 군대 요직에 있는 분, 기관장을 비롯해 많이들 왔어요. ‘이 가운데 간첩 한 두 명은 있을 겁니다’라고 했더니 다 웃는 거야. 농담하는 걸로 알고. 강연 끝나자 그쪽 관계자가 ‘간첩은 있는데 잡지를 못하게 합니다’ 그러더라구.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거치면서 간첩들이 활동하기 좋은 세상이 됐어요. 정보당국에서 ‘증거만 확실하면 잡을 텐데’라고 하는데 간첩은 일단 잡아놓고 봐야지, 안 그러면 못 잡아요. 널려 있는 간첩이 4만 명 정도 된다는데 이 사람들이 매일 뛰고 있어요.”

국회에서 색깔 논쟁을 하지 말자고 하지만 색깔 없는 정치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색깔 없는 정치가 어디 있나”

“탈이념이 어디 있어. 그건 이념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의 수작이지. 김대중 씨가 1997년 대선에서 유세 중에 ‘김종필 총재와 손을 잡았으면 저의 사상과 이념 검증은 끝난 거 아닙니까?’라고 한 말이 신문에 났어요. 당선되고 2년쯤 있다가 김종필 씨가 밀려났지. 일본에 있다가 돌아온 김종필 씨와 식사를 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어요. ‘정말 김대중 씨의 사상 검증이 끝난 겁니까?’하니까 김종필 씨가 한마디도 대답을 못해요. 사상과 이념이 문제되는 사람은 중요한 자리에 앉으면 안 돼요.”

북한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파악해 더욱 걱정이 된다는 게 김동길 교수의 전언이다.

“최은희 씨가 북에 있을 때 김정일도 만나고 당 간부들과도 친했지. 최은희 씨가 ‘내가 여기 와서 뭐합니까. 서울로 보내주세요’라고 했대요. 그러니까 당 간부가 ‘이제 3년만 기다리면 통일이 됩니다. 그때 그냥 서울 가시면 돼요. 보내주고 말고 없어요’라고 했답니다. 3년이 자꾸 연장되긴 했지만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남조선에 지식인과 교수를 다 포섭했다’ 그 얘기지. 이 사람들이 학생들도 포섭하고 노동자도 포섭합니다. 최 여사가 대한민국에 와서 혼란스런 광경을 보고 ‘북에서 말하는 대로 되는 거 아닙니까?’하고 묻더군요. 꼭 그렇게 되진 않지요. 그런 우려가 있긴 하지만. 하지만 적화통일 위해서 대한민국에서 뛰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질서가 없고 혼란하지요. 모든 곳에 다 침투해 있어요.”

-‘나를 보수로 몰지 말라. 억울하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셨던데 무슨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보수와 진보는 많이 선진화된 나라에서나 나눌 수 있지. 영국 의회정치는 보수당이 집권하든 노동당이 집권하든 아무 동요가 없어요. 인류 역사가 추구하는 가치로는 자유와 평등이 있어요. 그 가운데 자유가 앞서는 가치지요. 자유가 없고 평등이 판을 치면, 자유는 사라지고 더 가난해집니다. 지금 대한민국에는 자유민주주의 대 북한 인민공화국 독재체제가 있을 뿐이에요.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로 남북통일을 해야 합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민주주의로 확실하게 나갈 때 좌도 있고 우도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지요.”

-진보와 보수의 개념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만 편의상 우리 사회는 진보와 보수, 좌와 우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를 하려면 좌익이 있고 우익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좌파는 우파를 인정하지 않아요. 그러니 우파에서도 좌파를 인정할 거리가 없지. 허구로 좌요 우요 이러니 우파, 우익진영이 어디 있어. 김정일의 적화통일을 막으려면 자유민주주의를 사수해야 합니다. 자유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사람을 보수 반동이라고 하는데 사실은 진보세력이지. 대한민국을 북의 김정일 집단에게 붙여서 적화통일 하겠다는 게 진보요? 반동이지. ‘적화통일은 안 된다’는 사람도 있지만 ‘적화통일 되어도 할 수 없는 거 아니냐’ 이런 사람도 대한민국 안에 있고, 심지어 ‘적화통일 해야지’ 이런 놈도 같이 살고 있어요. 이걸 어떻게 질서를 잡아.”

노조문화가 없다

 

   
 
     
 

김동길 교수는 인터뷰 시간이 길어질수록 시름이 깊어지는 표정이었다. 질문을 받지 않고 여러 우려를 바로 쏟아내기도 했다.

“선진사회 노동조합은 정치적 문제에 개입하지 않아요. 노임을 올려 달라, 노동시간 단축시켜달라는 얘기만 하지. 파업을 하지만 자기가 먹고 사는 회사가 망하면 안 되잖아. 우리나라처럼 ‘너 죽고 나 죽자’ 하는 건 자본주의 사회라고 할 수 없지. 시위 장면 비디오를 보니 이건 파업이 아니라 피비린내 나는 전투더라구. 너트 같은 걸 넣고 쏘아서 경찰에 박히게 하는 건 대한민국을 부정하고 흔들자는 건데, 쉽게들 생각하면 안 돼요. 미국, 일본, 유럽에도 교원노조가 있지만 다 노임 올려달라는 주장만 합니다. 우리나라 전교조는 정치적 동기가 있어요. 야단났어요. 6.25사변이 남쪽에서 치고 올라가서 일어났다고 가르치는 선생이 있어요. 보수반동적인 대한민국이 수립되었기 때문에 분단되었다고 가르치질 않나.”

김동길 교수는 착각 속에 사는 사람이 많다고 걱정했다.

“대학 교수라는 사람이 ‘맥아더 장군이 인천상륙작전을 안했으면 통일되었을 것’이라는 소리를 해요. 그 사람한테 ‘그때 통일했으면 김일성 세상이 되는데 당신이 대한민국에 살았으니 미국가서 학위받고 교수를 하지. 적화통일 되었으면 당신 같은 사람 죽은 지 오래야’라고 했지. 박헌영을 해치우는 김일성 정권이니까. 1948년에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박헌영이 38선을 넘어 북에 갔는데 6.25 사변 끝나면서 김일성이 박헌영을 미국 스파이로 몰아 처형했지. 그게 북한이에요. 그걸 모르고 철딱서니 없이 김정일 편에서 뛰어 통일되면 뭐가 되겠지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되긴 뭐가 돼. 아무 것도 안해줘요. 먼저 죽여요.”

-요즘 정치를 어떻게 보십니까.

"후진성을 못 면하고 있지. 왜 한국정치가 혼란합니까. 다수결의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아서 그래요. 표결에 부쳐서 수가 많은 쪽이 이기는 게 민주주의 아니에요? 지니까 단상을 점령해서 의사진행을 못하게 하라, 그게 민주주의야? 국민이 한나라당을 지지해서 정권교체가 되었으면 받아들여야죠. 우리 주장은 이러한데 숫자가 적어서 나쁜 법안이 통과돼 분통터지니 이 다음 우리 당이 더 많이 당선되게 해주세요, 그걸 호소하는 게 민주정치입니다. 표가 적은 데도 이기는 길은 폭력 밖에 없어요. 정치인보다 국민이 더 성숙했어요. 폭력 쓰는 집단은 다음에 승리하기 어려워요. 그래도 앞으로 한국의 민주주의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야지.“

 세종시 국민투표해야

-세종시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세종시나 4대강 살리기를 놓고 국회의원들이 국민의 뜻을 대변해야 하는데 자기들 당을 위해 일합니다. 수도이전이라는 게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즉흥적으로 한 말 아닙니까? 연구도 하지 않고 충청도표를 얻으려고 한 말인데 당선이 되어서 문제가 된 거지. 노무현 씨는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이니까 ‘수도 옮긴다고 해서 내가 재미 좀 봤죠’ 그랬어요. 여야가 합의 본 것은 원칙적으로 지켜야 한다지만 그 합의 자체가 정치적인 거지, 민족의 백년대계를 생각해서 한 게 아니잖아요. 이제라도 그걸 바로 잡아보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 옳은 거지요. 세종시와 4대강 문제가 한국 정당을 망가지게 하거나 좀 더 전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텐데 정치꾼들이 국민의 눈치를 봐요. 민심의 향방은 달라요. 정치꾼들이 도리 없구나 해서 타협하는 척하고 순조롭게 넘어갈 가능성도 있어요.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드는 문제는 할 수 없이 국민투표에 부쳐야 합니다. 국민 전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어야지.”

-세종시 수정안은 민주당과 자유선진당은 물론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도 강력히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큰 파장을 일으키겠지만 정국이 그걸로 정돈되겠지. 이명박 대통령이 곤경에 빠지더라도 칼자루를 쥐고 있으니까 정계 대개편이 오겠지. 박근혜 씨는 결국 졸도들을 이끌고 한나라당을 떠나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겁니다. 하지만 당선은 안 될 겁니다.”

이명박 후보가 대운하 공약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김동길 교수는 불만이 많다고 했다.

“대학 교수들이 반대한다 그러니까 이 대통령이 쑥 들어가더라구. 대학 교수 백 수십 명이 서명한다고 왜 이명박 대통령이 당당하게 맞서지 못해. 이 대통령이 그 분야는 공부를 했다고 보는데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얘기를 해봤어야지. 반대하는 교수들 중에서 토목학을 가르친 사람 몇이나 되고 환경론자가 몇이나 되는지 몰라. 4대강 사업은 반대자가 점점 줄어드는 것 같더라구. 그 공사 자체가 지방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도 되니까.”

현 정권 집권 초기에 김동길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정책에 비판을 가했으나 현 시점에서는 대북정책이 명확하고 금융위기를 극복한 점, 원전 수주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난항을 거듭하면서 민족의 앞날이 걱정된다고 했다.

“오늘 이 대통령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이 가혹한 시련은 따지고 보면 김대중·노무현의 반미 친북정권이 물려준 유산입니다. 취임하자마자 ‘6·15선언은 대한민국 헌법에 위배된다. 연방제는 우리 헌법이 용납을 못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표명하지 않은 게 문제였습니다. 정권 인수 과정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박근혜를 꽉 잡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한나라당 안에 이명박 대통령을 반대하는 60명의 투사를 그대로 두고 정당정치가 가능합니까? 박근혜 전 대표를 포용하지 못한 이명박 대통령도 밉지만 이제 박근혜 전 대표가 더 미워요. 박근혜 전 대표가 계속 원안을 고집하면 정계는 아수라장이 되고 한국정치는 위기에 직면하게 됩니다. 이렇게 밀어주지 않으면 정치는 어떻게 하고 대통령이 일을 어떻게 하겠습니까. 세종시 수정안이 옳다는 걸 국민은 다 압니다. 정치꾼들이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월남 이상재 선생 가장 존경

집안 걱정 할 일이 없다는 김동길 교수는 대신 나라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 나라 걱정하다보면 끝이 없을 것 같아 마무리 질문 몇 가지를 던졌다. 월남 이상재 선생을 가장 훌륭한 인물로 생각한다는 그는 ‘매사에 자연스러운 것’이 삶의 원칙이라고 했다.

“어떤 목사님이 나한테 설교 잘하는 비결이 있느냐고 물어요. 잘하자는 마음 자세가 틀려먹은 거지. 나는 한 번도 강연이나 설교를 잘하자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바람 불듯이 물이 흐르듯이 하는 거지. 강연할 때 무슨 얘기를 하고 싶다는 건 있지만 원고는 청중의 얼굴에서 나와요. 거기 가서 분위기에 맞게 하는 거지. 목사님이 설교 잘해서 뭐할 건데, 아무 의미도 없는 겁니다.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되지. 대개 공명심을 갖고 잘하려고 할 때 실패하거든.”

평생 유명세를 안고 살아온 김동길 교수에게 젊은이들을 위한 충고의 말씀을 부탁했다.

“유명하고 유명하지 않은 걸 문제 삼지 말아요. 유명한 거 오래가지 않아요. 역사라는 긴 안목으로 보면 오늘 유명한 사람이 내일도 유명한 게 아닙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 내가 이 시대에 이 만한 능력과 통찰력을 갖고 할 수 있는 일이 뭔가 생각해야지. 작가라면 평생에 작품 하나만 써도 좋은 거야. 18세기를 대표하는 영국 시인 토머스 그레이는 ‘시골 묘지에서 읊은 만가’ 하나로 유명해졌잖아요. 평가는 신경쓰지 말고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세요. 경험 있는 선배들에게 아이디어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최선을 다하세요.”

두 번에 걸쳐 인터뷰를 했는데 그때마다 다음 약속이 있다며 태평양시대위원회 실무진이 계속 재촉했다. 여든 두 살에도 현역으로 뛰는 김동길 교수에게 후회되는 일은 없는지 물었다.

“좀 더 인생을 정직하게 살았어야 하는데 너무 인생을 거짓이 많게 산 거 아닌가,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비판이 있지 후회는 없어요. 인간의 제일 큰 힘은 어떤 경우에도 거짓 없이 사는 것입니다. 다시 살아도 좀 더 정직하게 사는 데 힘쓸 겁니다.”#

인터뷰/김범수 발행인

글/이근미 편집위원 www.rootlee.com

사진/이승재 기자 fotolsj@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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