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발표들의 진단과 처방
최근 북한 발표들의 진단과 처방
  • 미래한국
  • 승인 2010.0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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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송종환 편집위원(명지대 북한학 교수)
▲ 송종환 편집위원(명지대 북한학 교수)

우리 언론들은 1월 1일자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남한 당국을 헐뜯는 표현이 한 줄도 없다고 보도하면서 남북한 정상회담까지 점치고, 증시에서는 1월 11일 북한 외무성이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회담 개최를 제의한 다음날 한동안 잠잠하던 남북한 경협주(株)가 상승했다.

이렇게까지 북한에 대해 무지할 수가 없다. 신년 공동사설은 2009년에 ‘2012년 강성대국 공산화 통일’을 위해 결정적 국면을 열었다고 평가하고 금년 목표로 경공업과 농업 진흥,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 한반도평화체제 마련 순으로 제시했다.

북한은 경공업과 농업 발전을 통한 주민생활 개선을 거의 해마다 제기했지만, 순서상으로 항상 국방공업 뒤에 뒀다. 금번 경공업.농업 진흥 우선은 지난 해 11월 30일 전격적으로 취해진 화폐개혁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를 무마하고 특히 2009년 1월 8일 후계자로 지명된 김정은 세습체제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북한은 남북한 관계 개선과 민족 화해·협력 실현 방도로 자주(주한미군철수), 민주(공산당 활동 자유화를 위한 국가보안법 철폐), 통일(북한식 연방제 통일)을 문서화한 ‘6·15 남북공동선언’과 ‘10·4 선언’ 이행을 제시했기 때문에 우리 대통령을 실명으로 비난만 하지 않았을 뿐 적화통일 목표에는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외무성 성명은 신년 공동사설에서 제시한 한반도평화체제를 평화협정 체결로 구체화하면서 대북제재 제거라는 새로운 조건을 추가하고 선(先) 평화협정, 후(後) 비핵화를 분명히 했으므로 6자회담 개최 가능성이 적다. 또 6자회담 테두리 내든 별도로 진행되든 평화협정 체결 회담이 개최되더라도 북한 핵 폐기를 위한 생산적 결과는 기대되지 않는다.

북한이 1월 13일 남북공동해외공단 시찰 평가회의 개최, 금광산관광과 개성관광 재개 협의, 14일 옥수수 1만 톤 지원 접수와 같은 대남 유화 제스처를 보이다가 ‘북한 급변사태 대비계획’에 대한 언론보도와 관련 15일 ‘거족적 보복 성전’을 다짐하는 대남 협박 성명을 발표했다.

이러한 발표들은 앞뒤가 안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령유일지배체제 보위, 이를 지키기 위한 핵무기 불 포기, 대남공산화 전략 고수와 이 원칙들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남한으로부터 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과 맥을 똑같이 하고 있다.

1월 중에 있은 북한의 각종 발표들, 특히 외무성의 평화협정 체결 제의에 대한 혼선이 우려됐다.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6자회담이 재개되고 북한 비핵화 과정에 진전이 있으면 9·19 공동성명에 명기된 대로 직접 관련 당사국들이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평화체제 협상을 할 수 있다”고 논평했다. 미 국무부의 공보담당 차관보도 “미래의 평화협정 협상에서 미국이 유일한 당사국이 아니다”라고 하면서 한국이 당사국임을 밝혔다. 지극히 타당하고 시의적절하다.

북한 국방위원회가 ‘보복 성전’ 개시를 발표하고 대량살상의 위력이 있는 북한 핵무기를 머리 위에 이고 살면서 평화협정 체결만 하면 평화가 확보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그는 과거 대북포용정책에 순치돼 착각 속에 살고 있거나 친북좌경 성향일 것이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려면 북한이 요구하는 대북적대시 정책 중지나 주한미군 철수 보다 먼저 북한 핵이 전면 폐기되고 남북한 상호 간에 군사적 신뢰가 구축돼야 한다.

북한의 각종 발표들을 계기로 정부는 국가안보를 튼튼히 해 대비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 등 유관국과 긴밀히 협조하고, 언론은 북한의 본질을 잘 모르는 국민을 대상으로 보다 정확한 분석으로 보도에 임해 줄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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