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에 들어 선 21세기
2010년대에 들어 선 21세기
  • 미래한국
  • 승인 201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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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니치신문 1/10 하마 노리코 동지사대 교수

2010년이 되었다. 지난 10년은 꽤나 변화가 큰 10년이었다. 그러나 영국사람은 지난 10년을 ‘The Naughties’ 라고 이름 지었다. Naught란 Zero라는 의미이며 2000년에서 2009년까지 0이 계속 된 10년이라는 뜻이다. 즉, 별 볼일 없이 지낸 10년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Naughty라는 영어 단어에는 또 다른 뜻이 있다. 장난꾸러기, 말썽쟁이 그리고 성인의 경우에는 예의 없는 놈, 못된 놈, 골치 아픈 놈과 같은 뜻이다.

그런데 대서양 건너 미국에서는 2000년대를 ‘Oughties’ 또는 ‘Aughties’라고 부른다. ‘Ought’는 ‘이래야 한다’는 뜻이고 ‘Aught’는 ‘무엇인가’ 또는 ‘무엇이든’의 뜻이다-(역자 주 : anything의 옛말). ‘이래야 한다 - 이래야 하는데’는 ‘어째, 이 모양인가’가 되고, ‘무엇인가’, ‘무엇이든’은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뜻을 풍긴다.

‘Naughties’나 ‘Aughties’나 모두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신음소리처럼 들린다. 영국사람이나 미국사람이나 앵글로색슨이 자본주의 승리자가 될 줄 알았는데 21세기의 10년을 지나고 보니 금융왕국의 꿈은 깨져 승리의 축배 아닌 쓰디 쓴 고배를 마시게 되었으니 ‘Naughties’ ‘Oughties’가 참으로 적절한 표현 같다.

그러면 이제 오는 10년을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 10대라면 ‘Teenager’다. 영국의 미디어는 ‘Teenies’라 부르고 있으나 이 단어는 어린 아이들이 ‘아주 작은’이라는 뜻으로 쓰는 ‘Teeny-weeny’라는 말을 연상하게 하여 어쩐지 2010년대 세계 경제가 줄어들 것 같은 감을 준다.

그런 염려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연초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세계의 주력 금융기관이 직면하고 있는 위험도는 리먼 쇼크 직전의 높은 수준에 가깝다고 한다. BIS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 역할을 하고 있는 기관이다. 그 BIS가 이런 경보를 울린 것은 절대로 가볍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Naughties’, ‘Oughties’ 10년 동안 그렇게 혼이 났는데 아직도 같은 일이 되풀이 될 위험성이 높다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버블과 디플레이션이 반복되고 모든 나라가 내부 지향적이 돼 결과적으로 세계 경제가 축소일로를 밟게 될 것이다. 디플레가 심화하는 일본의 현실이 이를 예견하고 있는 것 같다. 어째서 이렇게도 빨리 어리석은 일이 다시 일어나는가. 아마도 우리가 글로벌 시대에의 대응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리라. 21세기 대처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리라. 그래서 2000년대가 ‘무’의 시대가 되어버렸고, ‘어째 이 모양인가’ 하고 한탄하게 된 것이다.새로운 사태에 적응하기에 10년은 너무 짧았는지도 모른다.

‘Naughties’, ‘Oughties’를 거쳐 21세기도 열 살이 되었으나 열 살은 아직 어린애다. 어른의 지혜는 아직 못 갖추었다. ‘Teenies’가 끝나면 21세기는 스무 살, 성년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얼마나 지혜로워질 수 있을까. 앞으로 10년 동안 얼마나 성장할 수 있을까가 인류의 과제일 것이다. 이때 성장은 근래 유행하는 ‘성장 전략’이 아니라 ‘지적 성장’을 의미한다. 그것 없이는 2010년대도 또 ‘잃어 버린 10년’이 될 것이다. ‘잃어 버리다’는 영어로 ‘Lost’다. 잘못하다가는 2010년대는 ‘Teenies’ 아닌 ‘Losties’가 될 지 모른다. 그렇게 안 되기 위한 ‘지혜의 전략’이 필요하다. #

정리·김용선 객원해설위원

서울대 공대 졸업

전 LG 경영개발원 인화원 원장

태평양아시아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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