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준 뇌물로 퇴색된 DJ의 삶과 유산
북한에 준 뇌물로 퇴색된 DJ의 삶과 유산
  • 미래한국
  • 승인 2010.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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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 ·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특파원
워싱턴=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외교정책 이슈에 대한 다양한 견해들이 개진되는 훌륭한 포럼을 마련하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동아시아담당 국장을 역임한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CSIS의 한국연구 책임자가 되면서 CSIS는 다양한 시각을 다루는 행사들을 주최하고 있는데 이는 CSIS가 워싱턴 내 연구소로 그 중요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정신에 따라 차 교수는 최근 출판된 나의 책 ‘배신당한 한국 : 김대중과 햇볕정책’(Korea Betrayed : Kim Dae Jung and Sunshine)에 대한 대담을 주선했다.

차 교수는 정연한 질문과 능숙한 언변으로 대담을 이끌어 갔다. 그의 코멘트들은 김대중의 정권 획득과 그의 대북포용정책인 햇볕정책에 대한 나의 비판적 평가에 균형을 잡아줬다.

차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 밖의 대학 교수들은 김대중이 한국에서 인기가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김대중은 민주화운동 시절 군부 출신의 한국의 역대 대통령들에게 맞섰다는 점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하지만 차 교수는 김대중이 노벨평화상을 받기 위해 벌인 뻔뻔한 캠페인은 지지하지 않으려 했다. DJ는 2000년 평양에서 남북회담을 가진 뒤 6개월 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차 교수는 DJ가 김정일이 평양에서 자신을 만나기로 동의하기도 전에 김정일의 금고에 최소 5억 달러를 넘겨 준 여러가지 폭로를 의심하지 않았다.

차 교수는 자신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서울과 워싱턴 행사에서 나를 만났을 때 내게 CSIS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초청했다. 김대중의 생애를 여론이나 논란이 되는 추측에 휩쓸리지 않고 말하거나 쓰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 책의 처음 의도는 DJ의 생애를 높이 평가하고 소개하는 그의 일대기였다. DJ는 ‘IMF 위기’가 최고조였던 1997년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남아프리카의 넬슨 만델라와 폴란드의 레흐 바웬사와 비교됐다.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재임 시절 체포되고 투옥됐던 그가 대선에서 승리한 것은 선이 악을 이긴 쾌거로 비쳐졌다. 이런 이유로 DJ는 외국의 관측자들로부터 끊임없는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2000년 6월 평양회담과 노벨평화상 수상을 가져온 음모가 알려진 후 그에 대한 평가는 좀 더 균형이 잡혀야 할 필요가 있었다. 내 책은 민주화 운동에서 DJ의 역할을 인정하고 햇볕정책의 기원을 설명하며 DJ가 남북회담과 노벨평화상의 영광을 위해 지불한 대가를 독자들에게 알리려고 했다.

이 폭로가 중요한 이유는 남북회담 전 북한에 전해준 엄청난 돈이 북한을 기근과 질병에서 구해내는 데 도움이 됐을 뿐 아니라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쓰였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평양에서 김대중을 만나고 있을 때도 북한이 1994년 제네바 일반 협정을 무시하고 핵무기를 공격적으로 개발하고 있었던 사실이 없었다면 DJ가 북한에 준 뇌물은 쉽게 잊혀졌을지 모른다. 북한은 뒤로는 우라늄 농축을 통한 핵무기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영변 핵시설 원자로를 폐쇄했다.

DJ 임기 후 나는 그가 한 회견에서 북한에 준 돈은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지역을 운영하고 개성공단 개발을 위해 지불해야 했던 수수료였다고 얼버무리는 것을 들었다. DJ는 왜 북한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가에 대한 질문에 남북한 관계정상화가 먼저 돼야 했기 때문이라며 그럴싸하게 설명했다.

나를 CSIS에서 연설할 수 있도록 초청한 빅터 차는 내 책의 중요 요점이 되는 다른 주제들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워싱턴포스트 특파원으로 한국을 다뤘던 ‘The Two Korea’의 저자, 돈 오버도프는 DJ에 대해 좀 더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내게 DJ가 특히, 민주화 운동 당시 위대한 ‘용기’를 보인 것을 동의하는지 물었다. 누구도 DJ가 담대하고 용기가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DJ의 유산은 북한에 뇌물을 주려는 그의 의도로 영원히 퇴색됐다. 그 뇌물은 대량살상무기로 보강된 군사독재를 공고히 하는 데 필요한 돈이 돼 김정일 독재 강화만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도널드 커크 편집위원·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특파원

번역/아틀란타=이상민기자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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