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파 탈북한 것이 죄가 되어
배가 고파 탈북한 것이 죄가 되어
  • 미래한국
  • 승인 2010.0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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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배가 고파 살길이 막막해 2000년 12월 두만강을 건너 탈북했다. 중국 길림성 화룡시 임산사업소에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중국공안에 의하여 체포 당했다.

그날 밤으로 나는 중국 도문에 있는 변방대 감옥에 이송되어 갔다.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있는 감옥생활은 나의 젊은 시절에 처음으로 당해보는 일이다. 두려움과 긴장으로 가슴을 조여가며 중국 공안에게 이끌려 감옥으로 들어갔다. 철창 속에는 100여 명의 남녀 수감자들이 앉아 있었는데 그들이 모두 탈북한 동포들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후 나는 100여명의 탈북민들과 함께 밧줄에 묶여 중국 도문 세관다리를 지나 남양 보위부에 인솔되었다. 그때 그들은 우리를 남양 보위부 앞에 “조국을 배반한 자들이라 벌을 준다”며 3시간 가량 세워놓았다. 무척 추웠다. 손발이 얼고 얼굴은 까맣게 죽어가고 있었다. 어떤 어린 아이들과 젊은 여인들은 엉엉 울기까지 하였다. 나도 손이 너무 얼어 눈물을 흘렸다. 그때 얻은 동상으로 귀와 손·발에서 아직도 진물이 나와 고생하고 있다.

오후 2시 무렵 보위부 과장이라는 자와 여러 보위부원들이 얼굴이 벌겋게 돼 술 냄새를 풍기며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이 자는 우리를 손으로 가리키며 “중국에 가서 행복하게 살았겠구나!”라며 열 사람씩 불러오라고 지시했다.

오후 3시경이 되어 내 차례가 되었다. 우리는 작은 방안에 들어갔다. 밧줄로 묶인 손이 피가 통하지 않아 퉁퉁 부어오르고 추위로 꽁꽁 얼어 굳어져 쓰리던 아픔도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보위부원들은 우리 손을 풀어주었으나 어떤 여인은 그 자리에서 까무라쳤다. 그러자 그들은 꾀병을 부리지 말고 일어나라고 발로 차며 바닥에 앉혀 놓았다.

보위부원들은 우리 몸을 검사한다면서 모두 옷을 벗으라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그러나 남녀가 함께 있는 앞에서 어떻게 옷을 벗을 수 있겠는가? 남자들은 나를 포함한 모두 두 사람 이었는데 옷을 벗지 않는 나를 손짓하며 가까이 오라고 하였다. 주춤주춤 내가 다가가자 보위부원들은 나를 사정없이 때리는 것이었다.

내 온 얼굴과 코에서는 선지피가 흘러내렸다. “다시 한번 말하는데 옷을 벗으라!”하며 소리쳤다. 아무런 반응도 답변도 없는 나를 일으켜 앉히고는 라디에이터에 족쇄로 두 손을 묶어놓더니 발로 허리와 온 몸을 사정없이 밟았다. 다른 한 남자에게 내옷을 벗기라고 소리쳤다. 나는 알몸이 됐다.

정신이 없는 나에게 일어서라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비틀거리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켜 그들의 말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우리 모두에게 알몸으로 앉았다 일어섰다 하라며 몇 번 시키더니 한 발로 서서 새가 날아가는 것처럼 두 팔을 휘저으며 노래를 부르라고 했다. 그러더니 재미가 있었던지 너털웃음을 짓는 것이었다.

“평화를 사랑하는 우리의 마음처럼 비둘기야 비둘기야 더 높이 날아라...” 이노래는 김정일 정권이 외국인이나 남한 사람들이 올 때 부르라고 하는 노래이다. 노래가사는 얼마나 좋은가? 이곳에서 잡혀 고문을 받는 우리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수치심에 모두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다음날 온성군 보위부로 다시 이송되어 구체적인 조사를 받았다. 탈북민들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보위부원들은 꼬치꼬치 따지며 심문을 했다. “남한에 가려고 시도하지 않았는가?” “남한사람을 접촉하지 않았는가?” “남한 노래나 영화를 본적이 없는가?” “교회에 가지 않았는가?” 계속 질문을 했다.

내가 “그런 일은 전혀 없다”고 대답하자 이 자들은 각목으로 내 온 몸을 사정없이 때렸다. 온 몸이 멍이 들어 성한 데가 없고 살이 찢겨 피가 흘렀다. 이 자들은 “다시 한번 물어보겠는데 그럼 왜 탈북했나” 하고 재차 나에게 물어봤다. 나는 “배가 너무 고파 탈북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거짓말을 한다고 매를 또 맞았다.

그후 나는 배가 고파 탈북한 것이 죄가 되어 강제 노동단련대에 가서 짐승보다 못한 천대와 멸시를 받으며 3개월 동안 강제노동을 했다. 노동단련대에서의 생활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의 나날들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독재자에게 탄압을 받아 숨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김정일은 북한 주민들과 한 하늘을 안고 살 수 없는 우리 민족의 철천지 원수다. 이 세상에 김정일 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북한 주민들은 하루를 살아도 편안히 살 수 없으며 주민들의 참다운 자유와 인권이 보장될 수 없다. # 

정현국 김일성대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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