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인사 논란 ‘이용훈의 대법원’
코드 인사 논란 ‘이용훈의 대법원’
  • 미래한국
  • 승인 2010.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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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법관 인사시스템 완전 무시
▲ 이용훈 대법원장


대법관은 사법부의 권위를 상징하는 자리다. 대법원 판결의 파워 또한 독립된 권한으로 막강하다. 하지만 노무현 정권 출범 초기에 소장 판사들이 대법원의 개혁을 요구하며 촉발된 ‘대법관 제청 파문’ 이후 서열·기수·성별이 파괴됐다. 이와 함께 진보·개혁 성향의 대법관들로 대거 교체되면서 법원의 권위와 질서가 점차 무너져 내렸다.

이에 최근 여야가 사법제도개혁특위 구성에 합의했다. 지난 2월 10일에는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가 대법관 증원 및 다양화와 경력법관제를 포함한 사법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향후 국회를 중심으로 법조계와 법학계가 다각적인 논의를 선행할 방침이다.

현재 대법원은 이용훈 대법원장을 포함해 14명의 대법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5년 9월 취임 이후 이 대법원장은 늘 ‘대법원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강조해왔다. 하지만 다양화를 앞세운 ‘코드 인사’ 논란으로 매번 도마 위에 올라야 했다. 다양화된 사회적 가치를 반영하기 위한 대법관 선정 노력이 지나쳐 기존의 법관 인사 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현 정권과 이념이나 코드 및 개인적인 인연 등을 함께 하는 인사들 일색으로 구성되면 행정, 입법, 사법부가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권력분립의 원리를 기초한 헌법정신이 훼손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헌 공동대표 또한 “대통령이 공공연히 개혁론을 내세워 자신이 임명하는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 모두를 현 정부의 이념이나 성향과 맞추고 있다”며 “이는 곧 국가원수로서의 직무를 저버리는 행위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노무현 정부는 대법관 임명 때마다 서열이 파괴됐고 시민단체 등 외부 목소리에 의해 대법원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2005년 10월 임기를 마친 이용우 전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통일과 민족에 대한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며 “오늘날 사법부 독립의 위협 요인은 과거와 같은 국가권력이 아니라 각종 이익단체나 이념단체 그리고 정치세력 등 목소리 큰 사람들의 압력”이라고 토로했다.

구성원 다양화 명목 시민단체의 대법관 추천 영향력 커

노무현 정권 때 교체된 대법관 수는 모두 열두 명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13명 중 단 한 명을 뺀 나머지 전원을 바꾼 것이다. 2005년 9월 임명된 이 대법원장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사건과 선거소송에서 각각 대리인과 변호인을 맡았다. 이에 ‘노무현의 대못’이라 불리며 대법원장 취임과 동시에 코드 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2004년 8월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 임명한 김영란 대법관(54)은 사시 20회 출신이다. 그의 대법관 임명은 서열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어서 법원 내부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당시 대법관을 바라볼 만한 위치에 있던 후보자 대부분이 사시 12회 정도였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단체와 여성계에서 2년 연속 그를 대법관 제청 후보로 선정한 것이 알려지면서 시민단체 지지를 얻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는 풍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시민단체가 좋은 대법관을 뽑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자신들의 구체적 이해관계를 가장 잘 구현시켜 줄 특정인을 대법관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하지만 일부 단체에서는 대법원이 공고를 통해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 추천은 비공개로 하겠다는 원칙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에 실명을 공개하는 등 추천 이상으로 관여했다. 민변과 참여연대 등의 이 같은 다양화 요구는 자신들과 이념적 코드가 같은 사람을 대법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압박이나 다름없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한편 별다른 논란 없이 2005년 2월에 임명된 양승태 대법관(62)은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구성 다양화와 관련해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갖고 있는 인물이 (대법관으로) 오는 것은 환영하지만 출신이나 배경이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관의) 전제라는 점에는 다소 의견을 달리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이용훈 대법원장의 첫 번째 대법관 인사로 2005년 11월 박시환 대법관(57)과 김지형 대법관(53)이 임명됐다. 박 대법관은 최근 논란이 된 우리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지낸 인물이다. 2003년 5월 서울지법 판사들의 법관인사제도 개혁 건의문 집단 제출을 주도했고 참여연대와 법원노조 등의 추천으로 대법관 자리에 올랐다. 노사가 대립하는 사건에서 친노적 판결을 수차례 내린 김 대법관도 지방대(원광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대법원에 들어왔다.

그들의 대법관 인사 직전에는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한 사석에서 현직 법원장과 판사 출신 변호사 등 4명(박시환, 김지형, 이홍훈 등)에 대해 실명까지 거론하며 대법관으로 임명되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천 장관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법조인을 대법관으로 만들려는 명백한 의도를 가지고 한 행동이라는 비난은 계속됐다.

당시 하창우 대한변협 공보이사는 “구성원 다양화를 위한 인위적 기준에 집착한 나머지 코드 인물에 집중됐다”며 “오히려 실력 있는 법관들은 추천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2006년 7월에는 이홍훈(64), 박일환(59), 김능환(58), 전수안(57), 안대희(55) 대법관 5명이 새롭게 임명됐다. 이는 이전 인사에 비해 원만한 선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중 개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이홍훈 대법관은 판사 시절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는 현수막 설치를 허가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며 민주노총 간부가 춘천시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민주노총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 때문에 이 대법관은 대법관 인사가 있을 때마다 참여연대와 법원노조, 소장 판사들의 지지를 받으며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거론되어 왔다.

대법관은 고도로 훈련된 직업법관 중에서 선임하는 것이 바람직

퇴임 대법관들은 대부분 변호사 개업을 해 전관 예우의 혜택을 누린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대법관 퇴임 후 변호사 시절 수임료 5,000만 원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이에 한나라당 사법제도개선특위 소속 주성영 의원은 최근 전관 예우의 전형적 사례로 이용훈 대법원장과 박시환 대법관을 지목했다.

주성영 의원은 “사법부의 귀족주의와 순혈주의를 깨야 한다”며 “이 대법원장은 대법관을 마치고 5년 동안 변호사 수임료만 60억 원을 신고했다”고 전했다. 당시 이 대법원장이 맡은 사건의 70%가 대법원 사건이고 열악한 인력 사정 때문에 대법원 사건의 70%가 기각된다는 불리한 조건을 감안하면 이 대법원장이 매달 1억 원씩 신고한 것은 전관 예우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주 의원은 이어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박시환 대법관도 부장판사를 그만두고 22개월간 변호사로 일했는데 당시 수임료가 22억 원으로 월 9,000만 원 꼴이었다”며 “당시 사건 내역을 보면 한 건에 5,000만 원짜리 형사사건이 있는데 이는 전관 예우에 기댄 것”이라고 말했다. 박시환 대법관은 2003년 자신이 주도했던 개혁건의문에서 ‘전관 예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주장했지만 본인 스스로도 전관 예우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한편 이명박 정부 들어서 임명된 차한성(56), 양창수(58), 신영철(57), 민일영(56) 대법관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 엘리트 남성 법관’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임명권자의 의지에 맞춰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추구했던 이용훈 대법원장이 정권 교체 후엔 인선 기조를 전통적인 쪽으로 되돌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법원 내부에서는 ‘전체 판사 중 절반 이상이 서울대 출신이고 이들의 법관 임용 성적 등도 타 대학 출신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좋아 대법관 후보군에 더 많이 포함될 수 밖에 없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외국의 대법원 구성에 관한 입법례를 살펴보면 최고 법원의 법관들은 직업법관 중에서 임명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대법원 구성원의 다양화에 앞서 폭주하는 상고사건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도로 훈련된 직업법관의 경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중론이다.

향후 이명박 정부는 남은 임기 내에 10명의 대법관을 교체할 수 있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내년 9월 임기가 끝난다. 이에 현 정부가 실무능력과 경륜을 중심으로 대법원 구성을 새로이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정권에서 무너져 내린 법원의 권위와 질서를 회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미희 기자 elikim@futurekorea.co.kr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고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

2000년 2월 국회법 개정으로 인사청문회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국회 동의에 앞서 국회 인사 청문 절차를 거치게 되었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15년 이상 판사·검사·변호사 또는 법률이 정하는 이에 준하는 직에 있던 40세 이상의 자여야 한다.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기는 6년이다. 대법원장은 중임할 수 없으나 대법관과 판사는 연임할 수 있다. 법관은 임기 내라도 정년에 달하면 퇴직한다. 대법원장의 정년은 70세이며 대법관의 정년은 65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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