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北 체제 급변 가능성 진단
[좌담] 北 체제 급변 가능성 진단
  • 미래한국
  • 승인 2010.03.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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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체제 내구력 평가 매뉴얼 마련해야 / 美·中 등 관계국과 협의, 대책 마련 절실
▲ 배진수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국내외에서는 북한 정권이 곧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당시 동구권이 무너지고 소련 연방도 해체된 시점이어서 이러한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지만 북한 정권은 그로부터 15년 후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최근 김정일의 건강악화와 지난 11월 30일 행해진 ‘화폐개혁’ 이후 ‘북한 급변사태’에 대한 관심이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래한국>은 전문가 대담을 통해 화폐개혁 이후 북한 체제의 급변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사회 : 송종환 본지 편집위원, 명지대 초빙교수, 전 국가안전기획부 해외정보실장

참석자 : 강철환 북중전략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조선일보 기자
배진수 동북아역사재단 수석연구위원, 전 고려대 연구교수(북한학)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 전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이념연구센터장
 


 
송종환 : 북한이 화폐개혁한 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화폐개혁 실패로 물가가 치솟고 민심마저 흉흉해지고 있습니다. 최근 다시 제기되고 있는 북한 지도자의 건강 문제도 북한 체제의 안정을 위태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동구 공산국가는 이미 1990년 전후에 다 붕괴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그대로 있습니다. 공산국가가 붕괴할 때 학자들이 분석한 사례가 많았는데 먼저 배 박사께서 그 당시 분석 사례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그것을 바탕으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동구권 붕괴 이론과 북한 사례


배진수 : 그때로 저희들이 한번 되돌아가보면 1990년 전후 당시 학자들이 동구권이 빨리 붕괴될 것이라고 거의 예상을 못했습니다. 학자들은 과감한 예측을 안 하려다 보니 실제 붕괴되는 것을 제대로 못맞췄습니다. 한국에서는 1994년 김일성 사망부터 북한 붕괴 얘기에 대한 논의가 많았습니다. 동구권이 붕괴될 때 서양에서는 브레진스키(Zbigniew Brzenzinski)가 ‘공산권 위기지수’에 관해 처음으로 책을 내면서 10가지 항목을 잡아서 그 항목에 어느 정도 해당이 되느냐를 네 가지 점수로 해서 총 30점 만점으로 점수를 내 위기단계다, 준비단계다 이런 식으로 구분을 했는데 그때 상당히 적중해서 이슈가 됐었습니다.

그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1970년대부터 정치권의 붕괴에 대한 이론이 많이 연구가 됐었는데 테드 거(Ted Gurr)라는 학자가 가장 유명합니다. 이 학자는 1800년부터 약 1990년까지 국가의 붕괴나 체제 변화에 대해 여러 가지 변수로 데이터 베이스 만들어 놓은 적이 있습니다. 레온 휴위츠(Leon Hurwitz)라는 학자도 정치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5가지 제시했습니다.

브레진스키의 ‘공산권 위기지수’를 다시 한번 읽어보면서 생각해 보니까 1990년 중반에 이 변수를 가지고 김일성 사후에 많이 대입을 했었는데 지금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과 관련해서 이런 것들이 그대로 적용할 만한지는 별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실무 경험이 있던 사람들, 국내 전문가들과 함께 새롭게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송종환 : 이 지수를 북한에 적용을 해본다면 종교 활동 증대, 민족주의와 공산주의 충돌, 정치적 반대 확립, 밑으로부터 정치적 낙원화 요구 증대, 인권 요구 증대 등은 북한에는 적용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동구권의 붕괴 사례가 북한에는 적용되지 않았던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 손광주 데일리NK 편집인
손광주 : 1994년에 김일성이 사망했을 당시 외부 세계에서 북한을 바라보는 관찰자 내지 연구자 입장에서는 북한이 길게는 3년 안에 무너질 것이라는 얘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죠. 그 근본적 배경은 외부 세계에서 북한의 당시 ‘수령 절대주의 체제’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입니다.

북한시회는 1960년대 말부터 수령-당-대중의 수직체계가 거의 완벽하게 잡혀 있었습니다. 스탈린주의 체제보다 훨씬 더 견고한 유일체계가 성립되어 있었던 거죠. 90년대 공산권이 몰락했지만 북한에서는 수령절대주의체제라는 것이 엄존해 있기 때문에 북한사회 내부에서 체제 자체에 대한 도전 요인은 상대적으로 매우 미약했습니다. 이것이 당시 북한이 붕괴되지 않은 결정적인 내부 요인입니다.

1994년부터 1998년까지 300만 명 가까이 되는 북한 주민들이 아사 또는 면역 체계 약화로 죽었는데 이들이 죽으면서도 김일성, 김정일의 잘못 때문에 죽는다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당시 미 클린턴 행정부의 대외포용정책이 지속되고 있었고, 중국도 북한의 갑작스런 붕괴를 원치 않았다는 것이 당시 북한붕괴를 초래하지 않은 3대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압축해서 말씀드리면 당시 북한이 자체 붕괴하기에는 다른 공산권과 내외적으로 다른 요인들이 있었던 겁니다.

송종환 : 공산권이 무너진 게 1990년 전후인데 그때 북한 내부 사정은 어땠습니까?


90년대 중반 한계 도달, DJ가 ‘구제’


강철환 :
손광주 국장님 말씀에 동의를 합니다. 다만 저는 북한 사회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그 당시 북한 사회가 급격히 어려워지면서 변화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한 마디로 체제 변화 느낌이 좀 있었습니다. 요덕수용소에서 1987년에 출감할 때 요덕군 민가에 명태가 많이 널려 있었는데 그 다음해 되니까 반으로 줄고 그 다음해에는 아예 없었습니다. 이 사례만 보더라도 불과 3년 만에 경제가 거꾸러지는 속도가 엄청났습니다.

1990년이 되니까 뇌물이면 안 되는 것이 없고, 달러에 대한 수요가 불과 2~3년 안에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1989년에 라디오에서 몰래 루마니아 독재자 차우세스크(Nicolae Ceausescu)의 죽음에 대해 들었는데 너무 놀라 친구들과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부터 여기저기 소문이 돌기 시작하더군요.

체제가 유지되려면 기본적인 경제적인 베이스와 주민들의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저는 1990년대 중반 이후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굶어죽으면서도 수령님을 외치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 당시 엘리트들의 상당수가 바뀌었습니다. 1992년 말에 평양에 가보니 대학생들이 김정일에 대해 전부 다 욕을 하고, 또 중국이 개혁개방 돼서 경제가 성장하니까 그 얘기도 많이 하더라고요.

1995년부터 1997년까지 평양에서 온 친구들을 많이 만나봤는데 평양시에서 노동당 지도원급이 사는 아파트 전기가 1997년에 끊기고, 38선 인민군 정규 군단에서는 배급이 안 되니 무기를 놓게 되고 함경도에는 부대가 다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때 이미 북한체제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가정이긴 하지만 1997년에 김대중 정부가 안 들어섰더라면 북한 정권이 과연 존재할 수 있었을까 생각을 해봅니다. 인민들은 김정일이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정적으로 DJ가 와서 김정일의 권위를 세워주니까 북한 주민들이 ‘이 체제가 무너지지 않겠구나’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또 하나 중요한 일은 삐라 보내는 게 1997년 말부터 중단된 겁니다.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에는 주민들이 굶기 시작해 삐라 효과가 굉장히 높아졌는데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것을 완전히 중단시켜 버렸습니다.


화폐개혁 이후, 주민 저항 표면화


송종환 :
지금 상황이 1990년대 말 전후와는 다른 상황이 많은데, 화폐개혁 이후에 요즘 북한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손광주 : 2002년 7·1경제조치에 따라 ‘종합시장’이라고 대도시 중심으로 시장이 생겨났습니다. 종합시장 외에 장마당이 있었고 장마당을 억제하면 골목장이 생겼습니다. 시장을 매개로 북한 주민들이 생계를 유지하는 폭이 상당히 늘어난 거죠. 그런 가운데 갑작스럽게 화폐개혁이 되니까 시장 통제에 대한 당국의 능동적인 역할이 오히려 축소되고 주민들의 저항이 피동형에서 능동형으로 바뀌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피동적 입장에 있었던 주민들이 화폐개혁 이후에 바뀐 측면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시장세력이 당국에 저항하는 것이 ‘능동화’되는 초기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 송종환 편집위원
강철환 :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 배급제가 사라지면서 주민들은 뙈기밭 농사를 하거나 시장에서 장사하고, 그것도 안 되는 사람은 도둑질을 하는 등 무슨 짓을 해서라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화폐개혁을 해 인민들이 쌓아 놓았던 생활 자산을 뿌리째 빼앗았기 때문에 화폐개혁 전후로 북한주민의 생활이 급격히 안 좋게 된 것 같습니다. 무역 하는 사람들과 통화를 해보면 화폐개혁 전에는 ‘김정일 장군’이라고 했었는데 끝나고 나서는 김정일을 ‘또라이’ 라고 합니다. 지금 북한의 여러 상황을 보면 1990년대 후반, 거의 끝났다고 했던 시절과 유사하지 않나 생각을 해봅니다.

송종환 : 북한이 결국은 붕괴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은데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가 관심사인 것 같습니다.

손광주 : 예측하긴 어렵지만 저는 이번 화폐개혁이 수령 절대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로 추진되었다고 봅니다. 우리는 시장경제가 성숙되어 있기 때문에 대체로 우리의 시장경제 내부적 관점에서 보면 예측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북한은 시장경제 경험이 없습니다. 절벽에 떨어질지 독사에 물릴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순수하게 북한의 내부적인 상황만 보면 붕괴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외부적으로 중국이나 한국이 어떻게 볼 것인가 그것은 따로 생각할 문제입니다. 내부적 요인과 외생적 요인을 종합적으로 놓고 봐야 하는 상당한 함수 문제가 아닌가 합니다.

강철환 : 저는 북한이 데모도 할 수 없고 반발도 표출할 수도 없는 사회이지만 심각한 저항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1987년에 요덕수용소에서 나와 농촌 지역에 나갔는데 농민들이 일을 안 합니다. 집단 태업을 하는 거죠.

1995년 이후에는 뙈기밭이 퍼지면서 지금은 뙈기밭이 대세이고 집단농장의 태업은 완전히 구제불능으로 갔다고 봅니다. 이것이 탄광, 광산, 국영기업소들로 번지기 시작해서 나라 전체가 일을 안 하는 겁니다. 이미 망해가고 있는 거죠. 때려잡아도 일을 안해요. 그것이 저항이 아니겠습니까. 국가가 강제적으로 내몰아도 자기 생존과 연관된 일들은 죽기살기로 하는 거죠. 올 초부터는 저항의 형태가 집단 태업에서 행동으로 넘어가는 단계로 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군대의 변화가 제일 위험합니다. 인민군대 역사 이래 지금처럼 사상 동태가 나쁜 적이 없다고 그럽니다. 지금 북한의 군인들이 옛날에 부모들이 굶어죽던 것을 보던 세대라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북한 붕괴시 軍 동향 예측 불허

송종환 : 북한 체제가 붕괴되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손광주 : 북한의 체제 전환 문제와 관련해서는 김정일의 건강문제, 후계자 세습문제, 그리고 체제전환 과정에서의 군대의 역할이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불안정성이 증폭될 경우에는 최악의 경우 대량살상무기가 확산될 우려가 있고, 대량 탈북사태가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가 관찰해야 될 대목도 이 3가지 주요 요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 강철환 조선일보 기자
배진수 : 군사적 반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충성도가 높은 그룹들은 끝까지 반발할겁니다. 동독 붕괴 때에도 동독 군부 중에는 군사적으로 끝까지 저항을 한 그룹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에 소련이 무마해 충돌이 일어나진 않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군사적인 반발, 충돌이 있었을 겁니다. 북한의 경우에도 반드시 그런 상황이 있을 것으로 예상을 해야 될 겁니다.

강철환 : 현재 김정일을 둘러싸고 있는 집단의 이해관계 중에는 그야말로 김정일과 운명을 같이하고 김정일의 아들 외에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골수집단이 있고, 그 다음에 기본적인 집단, 이 사람들은 중국식 개혁개방을 해서 경제발전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주로 내각, 엔지니어를 포함해서 엘리트 그룹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 다음에 군대가 있는데 군대는 사실 상당히 예측불허한 집단이기 때문에 김정일의 아들과 같이 가겠다면 아주 골치 아플 겁니다. 군대가 기본세력과 결합하거나 아니면 박정희처럼 군대 주도로 개혁개방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송종환 : 우리 정부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실제 이 계획에 따라 북한에 진주할 경우 북한 주민들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강철환 : 기득권세력은 반발할 겁니다. 하지만 민심이라는 것은 빨리 바뀌기 때문에 초기에 어떻게 심리전을 하고 도와주느냐에 따라 절대 다수의 민중들은 달라질 겁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폭정에 눌려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도와주는 것은 무척 좋아하죠. 대한민국이 도와준다고 하면 더 좋아할 겁니다. 군인집단이라는 것도 사실은 사단장 이상이 특권층이라 볼 수 있고 그 이하는 빈민층에 가깝습니다. 기존의 군인들도 국가 기관 시설을 만드는 공사 같은 것을 할 때 돈을 벌게 해주고 미래가 보장이 되면 혼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겠죠. 군대를 초기에 잡는 것이 빨리 되지 않으면 반발이 있겠지만 반발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을 겁니다. 북한은 모든 게 황폐화돼 있기 때문에 무너지는 모양새도 요란스럽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어처구니 없게 무너질 수 밖에 없습니다.

손광주 : 얼마 전 북한의 급변사태에 따른 언론 보도가 있었고, 북한당국이 여기에 반발하는 성명이 나온 적이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반발하는 문제야 그렇다 해도, 그런 내용은 국익 차원에서 비공개가 유지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앞으로 우리가 북한 문제를 현명하게 풀어가는 데 미국과 중국의 협조는 불문가지입니다. 장기적으로 대북정책의 목표를 평화통일로 잡는다면 중국의 도움, 적극적인 협력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지금은 북한의 ‘체제 내구력’의 문제에 대해서 종합적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의 사정에 맞는 내구력 평가 매뉴얼을 우리 스스로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 매뉴얼에 따라 국가기관에서 이것을 체크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과 관련하여 예민한 임계시기까지도 미리 예상하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지금은 우리 대북정책의 최종 목표를 정하고 한미동맹에 기초해서 종합적인 플랜을 마련하고,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장기적인 로드맵을 만들어놔야 한다고 봅니다. 설사 북한이 아주 단기간 내에 붕괴된다고 해도 우리가 플랜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는 대한민국이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능동적이고 계획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강철환 : 중국과의 협조 관계와 관련해서 말씀드리고 싶은데 저는 지금 시진핑(習近平)이 중심이 되는 5세대 중국은 상당한 고민이 있다고 봅니다.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게 전무후무한 자기네 방식인데 이것이 과연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냐, 아니면 중국 사회가 민주주의로 가는 것이냐 하는 고민입니다. 시진핑 세대는 중국식 사회주의가 옳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북한과 베트남이 모델케이스가 돼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라는 변수

북한이 저렇게 하다가 붕괴될 경우에 중국식 사회주의 자체가 붕괴될 수 밖에 없고 내부에서 어떤 민주화 역량이 표출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빨리 북한에서 친중적이면서도 개혁개방을 하고, 통일보다는 자기들과 공조할 수 있는 세력을 원하고 있는 입장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기본적인 공산당의 변화가 없는 한 중국의 협조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손광주 : 물론 중국 공산당은 한미연합군이 압록강, 두만강으로 갑작스럽게 올라오는 상황은 중국의 국익에 위배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갖는 북한 딜레마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한 붕괴로 인해 대량 난민이 유입돼 중국 동북지방의 안전성이 크게 흔들릴 경우입니다.

중국은 동북 3성에까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 인권 등이 들어오면 베이징 정권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하나는 신의주에서 베이징을 향한 또는 선양을 향한 MD 미사일 기지가 설치된다면, 이것은 중국에 있어서 아주 끔찍한 것이죠. 그래서 저는 적어도 우리가 북한 문제에 대해서 한국이 주도해 나간다는 것을 중국에 이해를 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북지방에 난민이 유입돼도 한국이 아무 상관 안하겠다면 중국은 한국의 장기적인 통일정책에 반발할 수 있는 거죠.

저는 북한이 체제 전환을 할 경우 먼저 북한에 등소평 정부 같은 개혁개방 정부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새로운 개혁개방 정부는 친남(親南), 친중(親中), 친미(親美)로 가고, 한국과 국제사회가 대략 15년 정도 북한의 고속 경제성장을 도와주면서, 그동안 남북한의 정치, 사회문화적인 격차를 해소해서 장기적인 평화통일로 가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송종환 : 한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협의를 해서 북한이 붕괴되었을 때 미군이 한반도 안정과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위해 일시적으로 북한 지역에 진주하게 될 것이나 ‘한반도 통일이 안정된 후 북한 지역에 주둔하지 않고 철수할 것’과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 지역 안정과 주민을 부양할 것’을 중국 측에 내밀하게 약속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해서 주도적 자세를 갖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지난 10년 동안은 이런 것을 생각하지 않고 북한을 흡수하지 않는다고 해서 연구도 안 한 것이 사실입니다. 연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이 되는데요.

배진수 :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한 ‘내구력 진단’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앞으로 전문가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북한 문제가 50년이 넘었으면 이제는 조금씩 분석력이나 예측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중간에 정권이 바뀌면서 일회성으로 해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는 이것을 교훈 삼아서 지금부터라도 전문적인 연구를 꾸준하게 영속적으로 할 수 있는 전담 연구그룹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구력 진단’을 하면서 관련 데이터도 구축하고 계속 업데이트 시키고 보완시켜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15년 전 김일성 사후에 북한 붕괴 얘기가 나왔을 때 길어도 5년이라는 얘기가 대세였습니다. 제가 5년이 지난 다음에 이후에 이것이 맞았는지 검증을 해봤는데 75%는 잘못 봤고, 25% 정도만 제대로 예측을 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성향을 봤는데 정말 전문가들의 그룹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사실은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이쪽과 관련해서 연구 노하우가 축적도 되고 현재도 계속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들로 전담팀을 구성해 제대로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북한 붕괴 이후 대책 구체화해야

또 하나는 저희들이 분석을 할 때 시야를 넓혀서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을 얘기할 때 기존에는 공통적으로 동구권의 붕괴라든지 베트남과 예멘 같은 분단군의 통합 사례를 많이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급변사태에 대한 대비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례들은 이것 말고도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엔평화유지군(PKO)이 가는 사례들이 거의 급변사태에 해당하는 사례들이고 제대로 연구해보면 생각지도 못한 돌발 상황에서 어떻게 조치해서 성공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도 사실은 급변사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전쟁 때 민사작전을 하면서 북한 지역으로 올라갔던 것도 불과 몇 개월이지만 급변사태의 실제 경험입니다. 그때 자료를 추적해 봐서 한미간에 이견을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나갔는지,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라든지 이런 것들은 아주 좋은 자료입니다.

손광주 : 저는 정부의 효율적인 대외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정보력의 확대라고 봅니다. 첫째는 국가정보원에 고급 전문 인력이 대거 확충되어야 하고, 여기에서 수집, 분석한 정보를 외교부나 경제부처에서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국정원에서 민간 분야의 전문가들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하고요. 정보는 국력의 인프라입니다. 4대 강국 속에서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평화통일로 가려면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이 필요합니다.

강철환 : 6·25 때 한미연합군으로 북으로 올라갈 때 국군과 같이 올라간 사람들이 바로 실향민입니다. 하지만 50년 세월이 지나다 보니 문화적으로도 그렇고 남북한이 너무 달라졌습니다. 실향민도 세상을 떠나고 2세들은 북한에 관심이 없고 알 수가 없죠. 북한이 붕괴되고 나서 만약 한미연합군만 북한 지역에 올라간다면 북한 주민들이 점령군 같기도 하고 반감이 생기겠죠. 저는 탈북자 그룹이 10만 명을 넘기 시작되면 이 사람들이 북한의 민주화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통합 논의도 중요하지만 통합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세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 정부도 그렇고 탈북자 그룹에 대한 관심이 없었는데요. 이북5도청 같은 경우에는 어르신 분들만 남아 있고요. 북한이 붕괴되면 바로 도지사가 임명될 수 있는 시스템을 이제는 준비해야 됩니다. 그 작업을 빨리 하지 않고 닥치고 나서 하면 늦습니다. 이제는 시급하게 준비할 때가 됐습니다.#

정리ㆍ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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