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제 폐지론,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사형제 폐지론, 유토피아를 꿈꾸는가
  • 미래한국
  • 승인 2010.04.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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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한정석 편집위원
▲ 한정석 편집위원


사형제도를 두고 찬반 논란이 많다.

사형의 역사는 오래된 것이다. 사형제도는 인류가 문명사회를 열면서 규범화시킨 가장 오래된 형벌 중의 하나라고 브리태니카는 기록하고 있다.

사형제도가 반(反) 인륜적인가 아닌가 하는 논쟁은 1516년 토머스 모어가 ‘유토피아’에서 사형제 효과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이래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찬반 모두 일견 일리가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아마도 사형제에 대한 논쟁의 본질이 ‘진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입장’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입장이란 현대철학이 규정하는 바, 윤리와 도덕, 종교의 문제를 넘어서는 영역이다. 한마디로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럽의 사형제 폐지는 프랑스 68운동의 선봉에 섰던 신좌파(New Left)와 무정부주의자들이 국가와의 투쟁에서 얻은 전리품이었다. 그들은 사형제 폐지를 국가라는 억압기구 해체의 전략적 의제로 파악했다. 그들 역시 사회주의 유토피아를 꿈꿨다.

그런데 정작 사형을 금지한 영국에서는 2년 전 IRA에 의한 테러가 발생하자 국민들의 사형제 찬성률이 80%를 웃돌았다고 한다. 유토피아는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각 나라마다 고유한 사회경험과 전통 그리고 현실적인 가치가 아닐까.

영국 BBC의 인터넷판은 사형제도와 관련된 오랜 역사적 논쟁과 현재의 찬반 논리들, 그리고 각국의 ‘입장’들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국민의 89%가 사형제를 찬성하고 있고 또 사형을 집행하고 있는 일본의 독특한 논리를 발견했다. 그것은 ‘악인에게 합당한 벌을 주지 않으면 선한자들이 줄어 든다’는 인식이다. 권선징악, 그 오랜 공동체 문화의 정서가 법감정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양적 가치인 권선징악은 유토피아적 생각일까 아니면 현실적인 필요에 의한 캠페인이었을까. 

죄(罪)라는 한자는 ‘나쁜 짓 (非)은  그물(四)에 걸린다’라는 뜻의 회의자이다. 그물이 망가지면 나쁜 짓(非)들은 그물(四)을 두려워 하지 않게 된다고 옛 현인들은 믿었던 것이다. 그래서 고대의 현인들은 기강(紀綱)을 중요시 했다.

기강이란 그물의 코를 통제하는 굵은 벼릿줄을 말한다. 그래서 벼릿줄을 들면 그물이 펼쳐지고 그 벼릿줄, 즉 기강이 풀어지면 그물은 제 구실을 못하게 되는 법이다.

사형제는 현재 대한민국에서는 합법이다. 따라서 사형제에 대한 찬반 논의와는 별개로 언도된 사형은 반드시 집행되어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국가와 법 기강의 문제가 된다. 죄와 벌에 관한한 우리는 유토피아를 꿈꿔서는 안되는 것이다. (미래한국)

시너지웍스 대표·전 KBS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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