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수용소에서 겪은 강제낙태와 고문의 악몽
북한 수용소에서 겪은 강제낙태와 고문의 악몽
  • 미래한국
  • 승인 2010.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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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이야기

함경북도 무산 출신인 김모 씨(여·31)는 1999년 20세가 되던 해에 중국으로 탈북했다. 우연히 보따리 장사를 하던 한 중국 상인을 알게 되어 중국 남자에게 시집을 가는 조건으로 두만강을 건너 중국으로 간 것이다.

당시 그녀의 집에는 남편을 잃고 뇌졸중으로 누워 있는 어머니와 피골이 상접해 해골 같은 모습을 한 두 동생이 있었다. 식구들은 살기 위해 산에 올라 소나무 껍질을 벗겨먹고, 비지 찌꺼기에 나물도 비벼 먹고, 늪에 가서 개구리알과 올챙이를 잡아 삶아 먹기도 했으며 때로는 옆집 개밥을 훔쳐 먹기도 했다.

이런 형편에 중국은 최소한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없이 잘 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터라 그녀는 시집가서 남편에게 잘해주면 북한에 있는 자신의 집에도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생각하고 중국 사람을 따라 두만강을 건넜다.

중국 상인을 따라 어두운 밤 두만강 건너 산을 넘고 넘어 몇 시간 발이 부르트도록 간 곳은 어느 작은 시골 초가집이었다. 그 집에 들어가니 40대로 아버지뻘 되는 사람이 있었고, 그녀는 그날부터 아버지 같은 그 사람을 남편으로 모시고 살았다. 3개월쯤 지나 그는 자기 친구가 북한으로 가는 인편에 그녀의 집에 돈을 보내주었으니 아무 걱정 말라며 그녀를 위로했다.

그녀의 삶은 만족할 만했다. 태어나 처음으로 국과 김치에 쌀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도 못되어 그는 주변의 신고로 잡혀 북송되게 되었다. 그때 그는 임신 6개월의 몸이었는데 안전원들은 이를 알고 “중국인 남편과 아이까지 가졌으니 죽어 마땅하다”며 사람들 앞에서 앉았다 일어나기 500번을 시켰다.

시키는 대로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야 이 간나 새끼 옷 안 벗어”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여죄수 두 명을 불러 그의 옷을 벗기려 했다. 그가 완강히 거부하자 한 보안원이 인상을 찌푸리더니 감방 안의 죄수들을 모두 일어서게 하고는 이번에는 모두가 옷을 벗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라고 소리쳤다. 이에 사방에서 “저 간나는 뭐가 잘났다고 저렇게 우기는 거야” “야 옷 벗어라”하는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는 “여기 있는 남녀 죄수들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는 겁에 질려 옷을 벗을 수 밖에 없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당하는 모욕이었고 밀려오는 증오심과 혐오감은 그녀의 마음을 찢어지게 아프게 했다. 하나 둘 셋 이를 악물고 시작했지만 며칠째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데다 온갖 피로로 인해 20번도 넘기 전에 까무러쳤다. 시간이 흘러 하루 반나절 만에 그녀가 정신을 차리니 까만 송장을 방불케 하는 앙상한 여인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녀는 무심결에 푹 꺼져 들어간 배를 보며 놀라 외쳤다.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무슨 짓을.”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인양 있는데 한 여인이 말을 했다. “네가 21번을 하고 쓰러졌는데 네 가랑이에서 피가 물 흐르듯 흘렀다. 하도 출혈하여 들여다보니 아이 머리가 나와 있었어. 할 수 없이 우리가 배를 누르고 아이를 강제로 빼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으면 아마 너도 잘못됐을 거야.” 그녀는 거의 이성을 잃고 악에 찬 소리로 울부짖다가 다시 까무라쳤다.

그녀는 6개월 형을 받았는데 낙태 후유증으로 출혈이 너무 심해 한 달도 못되어 병보석으로 치료받고 다시 들어가는 조건으로 풀려나왔다. 다시 탈북 기회를 노리던 그녀는 2002년 2월 중순 안전원들의 눈을 피해 병든 몸을 이끌고 중국으로 갔고 그후 한국의 교회를 통해 2004년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지금도 그녀는 감옥에서 들었던 고통의 절규를 생생히 기억한다. 탈북했다가 강제로 송환된 이들에게 쇠고랑을 채워 꼼짝 못하게 세워 놓고 각목과 불갈고리로 때리는 일이 자행되곤 했다. 심문한다는 구실로 여성들에게 전기고문과 성폭행을 자행하며 임산부들은 애가 떨어질 때까지 달리기와 중노동을 시키는 등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곳이었다. #

정리·정현국 기자 chw-9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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