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계 최대 해외고아 입양국
美, 세계 최대 해외고아 입양국
  • 미래한국
  • 승인 2010.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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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가족필요해서 입양
▲ 아이오와에 거주하는 자크 내르트 씨가 아이티에서 입양한 세 살짜리 엘리야를 앉고 플로리다 올랜도-샌포트 공항을 빠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1만2,700여명 입양, 세계 모든 국가 합친 것보다 많아

2007년까지 해외고아 44만4,000명 입양

 

 

미국 조지아 애틀란타에 살고 있는 팀 라이더(Tim Rider)와 그의 부인 에이미(Amy)는 중앙아시아 키르키즈스탄에 있는 자신의 딸에 대한 걱정이 컸다. 최근 키르키즈스탄에서 반정부 시위로 정권이 붕괴되며 사회적으로 혼란이 가중되자 세 살 짜리 아이단(Aidan)의 입양 절차가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에서다.

“3년 전 키르키즈스탄 한 고아원에서 태어난 지 3개월 된 아이단을 봤을 때 ‘이 아이는 하나님이 보내주신 딸이구나’라며 기뻤죠. 입양 절차를 바로 시작했는데 키르키즈스탄 정부가 지난해 11월 입양 과정을 문제삼으며 돌연 미국가정으로의 모든 입양 절차를 중단시켜 애태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혼란으로 더 막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이미 16세와 13세의 두 아들을 두고 있는 라이더 부부는 아이단 입양이 끝나면 또래의 다른 아이를 또 입양하고 싶어하고 있다. 라이더 부부와 같은 미국인들로 인해 현재 미국은 세계 최대의 해외고아 입양국이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2009년 기준 미국의 해외 입양아는 1만2,753명으로 나머지 전세계 국가들의 해외 입양아를 합친 것보다 많다. 미국 보건·인적자원부의 ‘미국 입양 전국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2007년까지 입양된 해외 고아들은 총 44만4,000명으로 미 국내 입양을 포함한 미국 전체 입양아의 25%에 해당된다. 미국인들이 입양하는 아이들 중 4명 중 1명이 해외 고아인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살다보면 미국인들이 외국 아이들을 입양해 같이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백인 부부들이 입양한 흑인, 아시아 어린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은 눈에 더 잘 띈다. 지난번 아이티에서 지진 피해로 국가 전체가 마비되는 혼란에 빠졌을 때 미국인들이 아이티 고아들을 신속히 입양해 온 것은 언론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뉴스이기도 하다.

미국의 해외 입양아들을 국가별로 구분하면 2009년 기준 중국(3,001명), 이디오피아(2,277명), 러시아(1,586명), 한국(1,080명), 과테말라(756명), 우크라이나(610명), 베트남(481명), 아이티(330명) 순이다. (표 참조)

2007년을 기준으로 할 경우 미국에 입양되는 해외 입양아 10명 중 6명은 아시아에서 입양되고 있다. 그 중에 절반은 중국에서 입양되고 있는데 중국이 인구증가 억제를 위해 한 가족에 한 아이만 낳도록 한 규정 때문이다. 중국에는 남아선호사상이 강해 대부분의 중국 부부들은 아들 하나만 두고 살려고 한다. 이에 따라 딸이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버려지고 있는데 미국인들이 이 아이들을 입양하고 있는 것이다.

조지아 애틀란타에서 세차업을 하는 마크 부부는 최근 중국 여자 아이 3명을 입양했다. 그 중 한 아이는 왼쪽 다리가 없고 또 다른 아이는 오른 팔이 짧고 굽은 장애아다.

아시아 아이들이 미국에 입양되기 시작한 것은 한국전쟁을 계기로 한국의 전쟁고아들이 입양되면서부터다. 당시 미국인들은 홀트인터내셔널 등 민간입양조직을 구성해 한국의 전쟁고아들을 미국에 입양시켰는데 1948년부터 2000년 사이 미 국무부가 승인한 고아 비자 즉, 입양된 외국아이들 증 34.8%가 한국아이들이었다.

1975년 베트남전쟁 때는 남베트남 정부가 북베트남 공산정권에 붕괴되자 제럴드 포드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고아들의 입양을 신속히 할 수 있는 행정명령을 발동, 당시 2,700여 명의 베트남 고아들이 미국 가정에 입양되기도 했다.

이렇게 미국에 입양된 해외 고아들은 대부분 양부모 슬하에서 잘 자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입양 전국보고서에 따르면 입양된 아이들 중 85%가 좋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고 6세 이상 입양아 중 88%가 긍정적인 태도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있다. 양부모들의 관심도 커 입양아들에게 매일 책을 읽어주는 부모가 68%로 입양하지 않은 다른 부모들(48%)보다 높았고 매일 입양아에게 노래를 불러주고 이야기를 해주는 부모는 73%였다. 입양아 중 지난 1년 간 건강보험에 들어 있는 아이는 91%였고 학교 수업 후 과외활동에 참여하는 입양아는 85%였다. 양부모들 중 입양한 그 아이를 다시 입양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87%가 그렇다고 답했다.

양부모들은 입양된 아이의 출신국 문화도 아이에게 가르치며 뿌리교육도 시키고 있다. 미국 내 한인교회들은 종종 한국 입양아들을 초청해 행사를 하는데 양부모들은 이런 자리에 적극 참여하면서 아이들에게 한국의 끈을 놓치지 않도록 하고 있다.

해외 입양은 비용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소요되고 수십장의 서류를 준비하는 등 과정도 복잡하며 또 기다리는 시간이 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해외 입양을 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아이에게 가족과 가정을 주고 싶어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해외 입양을 하는 대표적 이유는 아이를 가족구성원에 넣어 가족을 확대하기 위해(92%), 아이에게 영원한 가정을 주기 위해(90%)서다. 불임은 52%로 그 다음이었다.

라이더 부부 역시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아이단에게 가족이 필요하기 때문에 입양을 선택했다며 오히려 축복이라고 강조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선택입니다. 쉽지 않지만 그렇게 선택한 겁니다. 저희는 이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입양을 장려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서 이를 주도, 하나님은 고아의 아버지라며 기독교인들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는 방법 중 하나가 입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 예로, 조지아 애틀란타의 한 미국교회는 최근 전 세계에 1억4,300만명의 고아가 있다며 ‘전 세계에 당신은 한 사람에 불과하지만 한 사람에게 당신은 전 세계일 수 있다’며 2,000여명의 성도들에게 입양에 동참할 것을 설교하기도 했다. 교회들은 또 입양을 위한 재정지원, 상담, 훈련, 무료 법률서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체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2005년 이후 미국의 해외 입양아 수는 감소하고 있다. 2005년 최고 2만2,739명의 해외 입양아가 들어온 후 계속 감소, 올해는 1만 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입양아 출신국들의 미국 입양 거부 때문이다. 이들 국가들은 입양 과정 중 여러 가지 부패와 사기가 있고 미국으로 입양된 아이들이 제대로 돌보아지지 않는다며 입양을 중단하고 있다.

지난 9일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 아이들의 미국 입양 중단 계획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6개월 전 미국으로 입양된 7세의 러시아 소년을 양부모가 못 키우겠다며 비행기에 혼자 태워 돌려보낸 것이 발단이었다. 러시아 정부는 양부모의 무책임한 행동에 분노, 러시아 아이들의 미국 입양을 중단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입양 관계자들은 이번 일은 흔하지 않은 경우라며 문제의 양부모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교회나 지역사회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애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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