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對中)생존전략, 핀란드화는 이미 시작됐다
대중(對中)생존전략, 핀란드화는 이미 시작됐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4.3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 저자 복거일
▲ 소설가 복거일


소설가이자 보수 이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복거일 씨가 <한반도에 드리운 중국의 그림자>라는 책을 펴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증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미래한국>은 이 문제를 제기한 복거일 씨로부터 중국의 흥기와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한 시각을 들어봤다.

- 이 책을 출간하게 된 동기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우리는 그동안 중국의 흥기에 대해서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바라봤습니다. 저는 경제적인 것 보다는 궁극적으로 다가오는 정치적인 영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부족한 부분을 각성시킨다는 뜻이었죠. 이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에 관한 논의를 시작해야 될 때이고 관심을 불러 일으키자는 차원에서 이 책을 저술하게 됐습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 들어 있습니까.

중국의 흥기는 모든 예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은 유례가 없습니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그 뒤 우리나라, 대만, 싱가포르, 홍콩의 성장률을 뛰어넘습니다. 이렇게 경제가 발전하게 되면 모든 면에서 중국의 힘이 강해집니다. 그렇게 될 경우 중국의 대국화는 다른 나라들의 입지를 상대적으로 축소시키면서 어쩔 수 없이 중국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미치고 중국이 주도적 국가가 됩니다. 

하지만 중국이 전체주의 국가이고 안으로 소수민족들을 압박하고 밖으로 공격적인 행동을 취하면서 지도국으로서의 책무는 전혀 이행하지 않은 채 지위는 즐기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이 걱정스러운 겁니다. 중국의 이러한 영향력은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상대국이 된 것이 여러 해입니다. 우리 기업들이 중국으로 나가 연구소를 만들고 중국 법인을 소유하고 특히 중국과 합작 기업을 만들면 중국 정부의 영향력 하에 놓이게 됩니다.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외교 혹은 국방 문제가 발생했을 때 중국에서는 우리 기업들을 볼모로 잡을 수 있죠.

- 그러한 사례가 있습니까.

최근 중국에서의 구글 철수 사태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구글은 자유민주주의적인 가치를 지녔는데 중국 당국과 검열 문제로 갈등을 빚었어요. 구글이 양보하다가 결국은 철수하게 된 겁니다. 이것은 앞으로 중국이 우리 기업들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할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그럴 경우에 우리 기업들은 틀림없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중국에 양보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북한이 금강산 자산을 동결하겠다는 얘기들을 마음대로 하는데도 우리 기업들은 북한에 부당하다는 얘기를 하지 않고, 우리 정부에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합니다. 북한에 양보하라는 것이죠. 중국과 우리나라의 관계도 마찬가집니다. 앞으로도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한없는 양보를 하도록 우리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겠죠. 그것이 두려운 겁니다.


핀란드화의 가장 큰 문제는 도덕적 타락

복거일 씨는 이러한 현상을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고 표현했다. 핀란드화라는 것은 중요한 일에서 스스로 결정을 하지 못하고 강대국의 뜻을 먼저 살피는 상황이다. 복거일 씨는 한국에서 이 ‘핀란드화’가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는 핀란드화를 나쁘게 보지 않습니다. 환경이 아주 좋지 않을 때 최대한 버티는 것이 핀란드화입니다. 양보를 하되 기본적인 것은 지키는 것이죠. 하지만 지정학적인 이유 때문에 점점 유화정책을 취하게 될 경우에는 도덕적인 타락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핀란드화의 궁극적인 문제가 바로 도덕적인 타락입니다. 중국에 대해서 잘 살 때도 의연해야 하고 처지가 옹색해도 의연해야 하는데 중국과 수교를 맺을 때 반세기 넘게 관계를 유지해온 대만에 대해 하루아침에 신의를 저버리지 않았습니까. 이러한 우리 정부의 행동은 절대로 중국의 환심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이 나라는 힘으로 누르면 한 없이 비굴해지는 나라다 그런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죠. 영토가 넓고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유엔에서 대표권을 가진 나라인 중국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핀란드화는 이미 많이 진행되어왔고 헤쳐 나가기 힘들겠지만 더 심화되어서는 안 됩니다.”

- 핀란드화의 사례에는 또 어떤 것이 있습니까.

외교관계에서 우리나라가 중국을 중시해서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을 주중대사로 보내는 것 까지는 좋아요. 그런데 중국에서 그동안 부국장급을 주한대사로 보내오다 이번 정권 들어 국장급이 오자 마치 옛날에 중국 황제가 시혜를 베푼 것처럼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지 않았습니까. 이런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또 우리 정부는 중국의 티베트 인권 탄압에 대해 비난성명 한마디 못냅니다. 중국에서 북송되는 탈북동포들의 인권 유린에 대해서도 그렇고요. 작년 한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 때 중국 정부 대변인이 한국 대통령을 모독해도 우리는 덮기에 바쁩니다. 중국에 잘못 보이면 안 되니까 기업이든 언론이든 중국에 대해 알아서 처신하는 것이죠. 그것이 도덕적 타락을 가져오고 심리적인 위축을 불러 일으킵니다.

- 역사적으로도 한국과 중국은 나라이름과 체제만 바뀌었을 뿐 강대국과 약소국이라는 숙명적 관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 대한 ‘적응적 묵종’을 다 나쁘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생존하기 위해 적응적 묵종을 안 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그렇다고 얘기해야 할 걸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이번에 천안함 침몰 사건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했다는 것이 거의 확정적인데 북한 정권을 지탱하고 북한에 무기를 제공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한마디 말도 없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중국에 조치를 요구해야 합니다.

- 책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에 대항하려면 미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우리가 경제적으로 중국에 의존하게 되면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고, 이미 중국의 영향력 하에 들어간 한국에 대해 얼마나 미국이 버틸 수 있는지 여부는 우리에게 달렸다고 봅니다. 미국이 우리를 돕고 중국의 영향력을 막아주려면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주의해야 하고, 우리는 미국에게 무엇인가 물어야 합니다. 미국과 험악한 싸움을 벌이면 과연 우리나라의 이익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반미·반일이 중국 예속화 가속

- 지난 부시 행정부 때 라이스 국무장관이 포린어페어즈 2008년 7/8월호에 발표한 자료에 한국이 동맹국의 반열에 빠져 개념도 흐릿한 ‘범지구적 동반자’로 규정된 것의 심각함을 지적하셨는데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지난 10년 동안의 반미 분위기가 있었던 때문인가요.

그러한 영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지형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중국과 밀접하게 되면 우리 기업들이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되고 그것이 우리나라의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외교와 군사적으로 점점 중립화되거든요. 미국과 중국 가운데 중립을 추구하지 미국쪽에 서서 중국에 맞설 수는 없습니다. 그럴 경우에 우리가 등거리 외교를 추구한다면 미국이 과연 동맹국으로 머물 수 있겠는지 의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예전의 핀란드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그동안 한미관계에서도 ‘핀란드화’라는 용어를 쓸 수 있지 않을까요.

미국은 우리 영토에 관심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핀란드화는 전혀 아닙니다. 핀란드화는 강대국이 약소국 바로 옆에 있어 국가가 병탄될 지경에 있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으로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일컫습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나 중국 일본에 대해서는 병탄될 위험이 있지만 미국은 상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이 핀란드화를 막아주는 거의 유일한 힘입니다. 우리는 자유민주주의를 충실히 따르는 응집력이 강한 사회가 되고 미국·일본과 손을 잡아야 살아 나갈 수 있습니다.

- 미국과 일본에 대한 반감을 퍼뜨리고 북한 정권을 지지하면 궁극적으로 한반도가 중국에 예속된다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 중국의 부상에 대한 대책의 첫걸음이라고 하셨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라고 보십니까.

▲ .
오랜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어떻게 된다고 얘기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봅니다. 1980년대 말 자유주의 사상을 내세웠을 때 저보고 사람들이 미쳤다고 그랬습니다. 촛불 하나로 세상의 어두움을 거둬낼 수 없어요. 초를 더듬어 촛불 하나를 켠 셈이죠. 영어공용화를 얘기했을 때는 매국노 소리를 들었어요. 그 이후에 사회가 바뀌면서 지금은 영어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안 합니다. 중국의 부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중국에 대해 과대평가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중국도 성숙해지면 지금처럼 강압적으로 하는 것은 수그러들 겁니다. 국제적인 책무도 져야 되고 시민들이 자유를 원할 것이고요. 궁극적으로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정부가 정보를 통제하지 못하면 전체주의 사회는 무너지게 되는 겁니다.

- 책에서 신공산주의자들(neocomms)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들의 정체성은 무엇이고 영향력은 어떠합니까.

신공산주의자들은 주로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입니다. 중국이 세계무대에서 보다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죠. 중국이 부상을 하고 본격적으로 민족주의를 부추기니까 사람들 속에 민족주의적인 국수주의들이 퍼져나갑니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나왔을 때 중국 정부가 그 사람들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 미국도 제국주의이지만 선한 제국주의라고 하셨습니다. 미국이 세계의 지도력을 행사하면서도 실제 행동으로 옮길 때는 답답하고 나약한 면을 보였습니다. 예컨대 한국 전쟁과 베트남전쟁도 확실하게 마무리를 못했는데.

이것이 민주주의의 약점입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투표율과 지지율이 권력의 기반인데 사람의 마음은 뭐든지 지겹지 않습니까. 그래서 전쟁이 지속되면 빨리 끝내라는 얘기가 나오고 그것이 미국의 경우에는 전쟁이 1년 이상 계속되면 전쟁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서기 시작합니다. 미국이 나쁜 것이라기보다는 민주주의 사회의 약점이죠.


전작권 전환되면 국민 자유 제한 받을 것

- 6·25 때 원자탄을 쓰겠다는 의사표시가 전쟁 종결을 앞당겼을 것이라고 언급하셨는데 최근 천안함 사건을 보더라도 전작권을 미군이 행사하는 것이 전쟁 억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작권이 우리 쪽으로 넘어와서 한미연합사가 해체되면 북한의 도발에 대해 우리가 지금처럼 처리할 수가 없습니다. 군함이 두 동강 난 것은 전쟁이 일어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하지만 북한의 군사적인 도발을 좌파는 정치적 사건으로 만들어 버렸죠. 그렇더라도 한국군과 미군이 한미연합사라는 연합방위체제를 구축하고 있어 우리 정부는 엄연한 북한의 군사 도발에 직접 대응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여유가 있는 거죠. 미군이 하는 역할이 생각보다 큽니다. 천안함 사건이 미군이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다면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북한이 도발할지 모른다는 위기 의식에서 먼저 남한 내부 단속부터 할 것입니다. 전작권이 이양되면 북한에 대한 정보수집능력이 1/10로 떨어집니다. 대응능력은 1/5로 떨어지고요. 이러한 상황에서 군이 공격을 받으면 국민들의 자유가 제한받을 수 있습니다. 좌파가 최우선 단속 대상이 될 것입니다. 좌파가 전작권 전환과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의 올가미를 쓰려는 것과 같습니다.

- 책에서는 중국의 작은 시골마을의 자발적인 집단농장 개혁이 중국 경제 발전의 시초였다고 언급했는데 이러한 개혁이 북한에 출현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북한은 중국보다 훨씬 오랫동안 폐쇄적인 경제를 지켰기 때문에 스스로 개혁할 수 있는 아무 기반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금 북한사람들은 두만강을 넘어오는 것 밖에는 방도가 없어 보입니다.

- 보수 우파의 이론가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이념이나 정치 문제를 중심으로 어떠한 전망을 하고 계십니까. 

좌파 이념과 우파 이념의 차이는 점점 좁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차이가 좁혀지는 것이 우파가 좌파나 혹은 중도 쪽으로 가서 그런 것은 아니고 좌파가 극단적인 것을 버림으로써 좁혀지고 있는 겁니다. 북한과의 관계에서 현실적으로 강경한 입장은 우파이고 낭만적인 생각을 가진 쪽은 좌파입니다.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우파와 좌파 이념의 차이가 좁혀지기 힘듭니다. 일반적으로 좌우 이념을 구분하는 기준은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시장의 몫을 어느 정도 감당하느냐에 달려 있느냐에 두는데 우리나라만은 북한에 대한 태도로 대치되어 있습니다. 북한의 위협이 존재하는 한 좌우 통합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북한에 대해 철없는 생각을 갖고 종북주의자들과도 대화할 수 있다는 것에서 선을 그어야 합니다. 다른 사회 정책은 가능하지만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중간 입장에 설 수 없습니다. # 

강시영 편집국장 ksiyeoung@futurekorea.co.kr
정리·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