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취업으로 남한사회 정착 도와
맞춤형 취업으로 남한사회 정착 도와
  • 미래한국
  • 승인 2010.05.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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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과 중소기업 만남의 장 마련
▲ 지난 1월 28일 경기지방중소기업청에서 열린 ‘북한이탈주민과 중소기업 만남의 장’현장 /출처:뉴시스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북한의 경제난 속에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의 국내 입국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재 약 2만여 명에 달하는 탈북민들은 ‘자유를 찾아서’ 혹은 ‘당장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한 땅을 밟은 사람들이다.

하지만 대다수 탈북민들은 남한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착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안정된 직업을 갖는 것인데 그들 앞에 놓인 취업 문은 굳게 닫혀 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한 탈북민 민원에서도 취업 관련 사항이 가장 많았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통일부 의뢰를 받아 조사한 ‘2009 북한이탈주민 경제활동 실태’를 보면 탈북민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의 4배가 넘는다. 특히 청년층인 20대(23.3%)와 퇴직연령에 해당하는 50대(22.7%)가 극심한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일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은 “북한이탈주민들의 실업률은 2007년 22.9%에서 2008년 9.5%로 대폭 낮아졌지만 2009년 다시 13.7%로 올라갔다”며 “지난해 불어 닥친 최악의 취업난이란 한파가 이들에게도 매우 혹독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실업 탈북민의 평균 구직 기간은 8개월이었으며 실업자의 40.7%는 6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한 장기실업자였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탈주민이 한국 노동인구보다 상대적으로 취업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결과”라며 “이들에 대한 실용적인 직업 훈련과 원활한 취업 연계 등 취업지원 정책이 더 확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죽을 각오를 하고 기나긴 여정을 거쳐 남한에 내려온 탈북민들이 신(新)빈곤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일자리 마련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센 상황에서 중소기업청이 탈북민 맞춤형 취업 지원에 적극 나섰다. 노동부 등 관련 부처와 연계해 탈북민을 고용한 기업에 대해 월 50만-70만 원의 고용지원금(최대 3년)과 기업평가등급 상향 조정 및 금리인하 등의 정책자금 우대 혜택을 제공키로 한 것이다. 탈북민들에게도 3년간 연 550만~650만 원의 취업 장려금이 지급되며 훈련수당 월 50만 원은 물론 의료급여 및 임대주택 등이 지원된다.


취업을 통한 경제적 자립과 자활 중요

이처럼 탈북민의 안정적인 정착과 생활을 돕기 위한 일자리 지원을 기치로 내건 중기청은 지난 1월부터 탈북민 채용 박람회를 개최하고 있다. 당시 행사장에 참가한 150개 업체들은 500여 명에 달하는 탈북민들과 1:1 채용 면접을 실시했고 그 중 160여 명의 탈북민들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앞으로도 매월 1회 이상 ‘북한이탈주민과 중소기업 만남의 장’을 개최할 예정인 중기청 관계자는 “최근 실시한 채용수요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의 1,370개 중소기업에서 북한이탈주민 4,770명을 채용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에도 이 같은 행사는 필요 인력을 신속히 채용할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을 고용하고 있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애로사항이 많기 때문이다.

행사장에서는 달라진 취업제도와 취업에 성공한 탈북민들의 노하우, CEO가 보는 탈북민 취업 성공전략 등을 주제로 한 강의도 열렸다. 각종 애로 상담 창구도 운영되어 남한 현실에 어두워 직업 선택조차 쉽지 않았던 탈북민들이 현장에 배치된 전문 상담원들의 도움으로 개인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한 직업 선정과 면접 대비도 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현장에서 바로 채용된 한 탈북민은 해당 기업의 현장 연수를 거친 후 일을 하게 되는 기회를 얻었다.

중기청 인력지원과 김광재 사무관은 “북한이탈주민들로부터 구직에 대한 자신감과 가능성을 발견해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 많았다”며 “취업 후에도 그들이 해당 근무지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취업 전담관이 일정기간 동안 수시 면담을 통한 사후관리를 지원한다”고 전했다.

이에 따른 기대 효과로 탈북민 취업률 제고를 꼽은 김 사무관은 “직업관이 부족한 북한이탈주민들의 직업의식 고취가 선행되어야 한다”며 “하나원에서도 기업이 희망하는 직무에 대한 맞춤형 직업훈련을 체계적으로 실시해 채용과 연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은 하나원에서 정착교육 및 기초직업훈련을 받은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월 1회 취업 박람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국 각 지역별 지방중기청에서는 사회 진출자 중 오랜 기간 동안 미취업 상태에 머물고 있는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분기별 취업 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기중기청 공공판로지원과 관계자는 “지난 3개월 동안 본 행사를 진행한 결과 기업과 구직자의 매칭률을 높이기 위해 참가 업체를 선별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기존에 100개가 넘었던 참가 업체 수를 대폭 줄여 오는 4월 28일에 열리는 채용 박람회에는 60개 업체만 참가시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구직자 대부분은 서비스업이나 사무직을 원하지만 실제 참가 업체들은 제조업종이나 생산직이 많아 매칭률이 떨어졌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사실 대다수 탈북민들의 취업 직종은 절반 이상이 제조업 분야의 단순 노무직이고 전체 탈북민의 과반수 정도가 최저생계비보다 낮은 수입을 얻고 있다. 탈북민의 기초직업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인적자원개발 전문가들은 “북한이탈주민의 기초직업능력 배양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안”이라며 “직업능력을 높이는 교육과 훈련이 고용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이 하루 빨리 정착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탈북민들이 북한에서 쌓아온 경력이나 능력이 남한에서 활용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들의 인적자본을 파악해 한국사회에서 적용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탈북민이 공공행정, 보건 및 사회복지, 금융 및 보험업 등 사무직 분야에 진출한 비율은 극소수다.

그러나 앞으로는 탈북민들도 점차 공직사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말에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 지원에 관한 개정 법률’을 공포, 6개월 후인 오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개정 법률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에서 교수나 교사 등 각 분야 자격증이나 경력이 있는 탈북민 중 공무원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을 특별 임용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북한 군인이었던 보호대상자가 우리 국군에 편입되기를 희망하면 탈북 당시의 계급과 직책, 경력 등을 고려해 군인으로 특별 임용할 수 있도록 했다. 
 

취업과 연계되는 직업능력개발 지원 필수

 
일부 탈북민들은 생계비 등을 정부지원금에만 의존하며 별다른 구직활동 없이 고용상태가 불안정한 단순노무직과 비정규직에 머물려고 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민이 경제적 자립을 원한다고 해도 정착금이나 각종 지원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도 나왔다. 자신의 재산이 생긴다는 것은 탈북민이 꼽는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데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금전관리와 시장경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무조건적인 금전적 지원보다도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와 함께 “워드프로세서와 한자능력시험, 조리기능사 등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정착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탈북민들이 사회 구성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자립과 자활의지를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인 ‘메자닌 아이팩’의 박상덕 대표(49)는 현재 30여 명의 탈북민을 고용해 그들의 남한사회 적응 및 자활을 돕고 있다. 2008년 5월 박스 제조업으로 출발한 박 대표는 “처음에는 애로사항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취업난을 겪고 있는 탈북민들을 향해 박 대표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온 탈북민들은 남한에서는 모두 떼돈을 벌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허황된 꿈은 버려야 한다”고 전했다. “남한사회에 적응하는 동안 인내심을 키워 성실한 자세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기업체 관계자들에게도 “사회주의체제에서 살다온 탈북민을 이해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좀 더 넓은 마음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일규 연구위원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직업능력개발은 좀 더 빠른 정착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개인차도 고려해 그들의 적성에 맞고 소질에 적합한 업무에 대한 직업능력 향상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강 위원은 이어 “그동안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직업능력개발 지원은 본인들의 참여가 부족한 측면이 있었다”며 “이들에 대한 직업능력개발 지원은 북한이탈주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참여를 유도해야만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또한 남북한 간의 정치·경제체제 차이로 인해 근로조건 또한 판이하게 다르므로 산업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남북한 노동자 사이에 갈등도 예방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즉 직업교육훈련도 사회적응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다. #

김미희 기자 elikim@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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