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명단, 떳떳히 공개하는 것이 옳다
전교조 명단, 떳떳히 공개하는 것이 옳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5.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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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문용린 편집위원·서울대 교수
▲문용린 편집위원

올해 스승의 날도 시끄럽게 지낼 것인가? 매년 5월 스승의 날이 되면 즐거운 소식 보다 씁쓰레한 소식을 접하곤 했는데, 올해도 그렇게 될 모양이다.

스승의 날의 잡음 때문에 아예 학교를 하루 쉬기까지 하는 일도 벌어지곤 했었는데, 올해엔 그런 일 보다도 더 삭막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전교조 명단 공개 강행을 두고 한 국회의원과 전교조의 싸움이 벌어지더니 급기야 이 일이 일파만파로 퍼져 학부모 단체와 전교조의 대립으로 번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 국회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 전교조 가입자 명단을 요구했고, 교과부는 이 요청에 따라 그에게 명단을 보냈다. 이 국회의원은 자신의 홈 페이지에 이 명단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들이 전교조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어하는 학부모들이 많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명단을 보내면서 교과부는 비밀문건으로 분류해서 보낸 것도 아니었고, 비공개 단서를 붙여서 보낸 것도 아니다. 오히려 그 며칠 전 법제처는 교사들의 단체 가입 여부의 공개가 법에 어긋나는 일은 아니라는 유권해석까지 내놓은 바 있었다. 

 즉, 법제처는 “교원들의 단체 및 노조 가입 현황은 법에서 수집을 금지한 개인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고, “법이 수집을 금지하고 있는 개인정보는 사상·신조 등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현저히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개인정보인데 교원노조는 근로조건을 유지·개선하려는 단체로 정치활동이나 집단행위가 금지돼 정치투쟁과 같은 정치·이념적 성향의 표출과 활동을 제한하고 있는 만큼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석한 바 있다.

법제처의 이런 해석이 타당하다고 본다. 그 국회의원은 전교조 가입 여부를 공개한 것이지, 가입교사들의 정치적 사상이나 신조 등의 사생활을 공개한 것이 아니다. 그리고 전교조 가입 여부는 이미 매월 징수하는 조합비 납부자 명단이 있어서 학교 내에 이미 다 공개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비밀도 아니고, 사생활도 아닌 전교조 가입 여부 만을 밝힌 것이 왜 매일 3,000만원 씩 벌금을 내야 하는 중대한 과실인지 매우 궁금하다. 법원의 한 판사의 이런 판단은 그래서 여러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학부모들 중에는 전교조 교사가 자기 자녀를 가르치는 것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사람도 많다. 올해 초 한국노동연구원은 성인 1,000명을 설문 조사한 전교조 활동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에 자녀를 진학시킬 의향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없다’(42%)는 응답이 ‘있다’(17.2%)보다 2.4배 높게 나왔다. 또 ‘전교조 활동에 공감하지 않는다’(32.7%)는 의견이 ‘공감한다’(23.2%)는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었다.

그래서 전교조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학부모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다. 학부모들은 학교 선택권도 없다. 자기가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선택할 수도 없고, 내 자녀를 가르치는 교사가 어떤 교원조합에 가입해 있는지 조차도 모르게 한다면, 학부모들의 헌법상에 보장된 선택의 자유와 기회의 보장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그 국회의원은 월 3,000만 원 씩 지급하라는 가혹하고 무리한 판결 때문에 공개를 철회했지만,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만 것 같다. 학부모들이 직접 알 권리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학부모들에게도 이런 판결이 또 재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전교조 교사의 사생활이 중요하다는 판단 위에 가혹한 벌금이 매겨진 것이니, 학부모들에게도 그런 판결이 내려질 것이 분명해 보이는데, 그렇게 되면 전교조와 학부모 간의 전면전이 벌어질 우려도 보인다. 부디 그런 최악의 사태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전교조가 할 일은 먼저 스스로 떳떳하게 명단을 그들의 홈페이지에 올려 공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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