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통일 기념행사 참관기 北에 대한 南의 고개숙이기
베트남 통일 기념행사 참관기 北에 대한 南의 고개숙이기
  • 미래한국
  • 승인 2010.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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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커크 편집위원·전 뉴욕타임스 특파원
▲ 베트남은 지난 4월 30일 베트남 통일 35주년 기념행사를 했다. 사진은 1975년까지 남베트남에서 대통령궁으로 사용하던 곳


▲ 도널드 커크
호치민市 = 이곳 베트남에서 통일의 날 퍼레이드를 마치고 베트남 대통령에게 걸어가 악수를 하며 “축하한다”고 말하고 이를 경호원, 치안요원 심지어 공무원 조차 이를 가로막지 않는 것을 보면서 세상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키가 작은 윙민찌엣(Nguyen Minh Triet) 베트남 대통령이 고위층 인사들과 인사하고 있을 때 나는 내 차례를 인내하며 기다렸다. 농등마이(Nong Duc Manh)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찌엣 대통령은 1975년 4월 30일 남 베트남의 구 정권을 무너뜨린 것을 축하하는 35주년 기념식에서 3시간의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동안 고위층 하객들과 악수하는 핵심 인물이었다.

아침 내내 기자들이 언론석에서 내려가려는 것을 막았던 경찰들도 오후가 되자 더이상 신경쓰는 것 같지 않았다. 나는 찌엣 대통령을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거리를 건너갔고 측근들 사이에 둘러싸여 마지못해 미소를 짓고 있는 그를 발견했다.

내가 많지 않은 수행원들 속의 대통령을 따라갈 때 누구도 내가 왜 그곳에 있는지 물어오지 않았다. 대통령과 그의 일행은 1975년 4월 30일 탱크에 의해 무너졌지만 지금은 ‘독립궁전’이라는 방대한 잔디밭으로 이어지는 문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문 안쪽에서 대통령과 측근들이 담 뒤에 세워져 있는 리무진에 타기 전까지 그곳을 경호하고 있는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은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중간에 얘기를 중단해 미안하다고 말한 뒤 SUV에 올라타고는 VIP 차량들이 출발하기 직전에 떠났다.

이것이 사회주의 국가인지 자본주의 국가인지 명확하지 않고, 구식 공산주의는 특별한 영향력이 없으며 군부가 권력을 잡고 있는 이 나라의 가장 큰 기념일의 마지막이었다.

이번 행사를 계획한 사람들은 모두 다 혁명의 가치들을 설파하기보다 베트남 남부의 민감한 성향을 잘 맞추고 자본주의를 증진하는 데 관심이 더 있어 보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번 행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찌엣 대통령이었다. 그는 1965년 미군이 도착하기 전, 그리고 북베트남이 남베트남을 장악하기 전까지 남베트남에서 활약했던 게릴라인 ‘전국해방전선’ 즉, 베트콩으로 남베트남 출신이다.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인 ‘농등마이’가 찌엣보다 권력을 많이 갖고 있지만 그가 기념식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그럴만하다. 그는 북베트남 출신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국영TV는 이 기념식을 쉬지 않고 전국에 보도했는데 이것은 ‘호치민 인민위원회’와 그 지방 조직들이 간혹 저항하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혁명의 감동과 충성을 불어넣으려는 의도였다.

그런 의도에서 ‘호치민 인민위원회’ 부의장은 산업화와 근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중국의 주요 도시들과 경쟁하는 베트남 대도시 지역의 역동성을 강조했다. 그는 1975년 4월 30일 이전의 베트남을 취재했던 외신기자들에게 “당신들은 이곳에서 많은 변화를 볼 수 있다”며 “우리는 경제 발전을 가장 역동적으로 하는 중심지다. 우리는 평균 연 10%의 경제성장을 하는 경제적 잠재력이 큰 도시”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호치민 시와 쌀이 풍부한 메콩강 삼각주를 비롯, 베트남 남부 지역이 북베트남의 통치에 고분고분할 것인가이다. 이번 행사 퍼레이드가 보여주는 것처럼 하노이의 정책은 민족주의적 아량을 보여주고 자유 기업을 격려하며 좋은 시대가 펼쳐지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결점이 있다. 신문, 방송, 영화, 인터넷 등 모든 미디어는 보도 전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비정치적인 내용이라도 마찬가지다. 공산당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 야당은 당연히 없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공산당의 승리를 보여주는 장면이 끊임없이 방송되고 있지만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실수는 하지 않고 있다.

8,700만 베트남 사람들에게 전쟁에서 누가 이겼는지를 상기시키는 좋은 방법은 지금 누가 최고 권력의 봉을 쥐고 있는지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

번역·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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