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의 여지가 많은 새 국가안보시스템
개선의 여지가 많은 새 국가안보시스템
  • 미래한국
  • 승인 2010.05.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래길] 송종환 편집위원·명지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 송종환 편집위원


10년 간 지속된 햇볕정책의 주술에 홀려 있던 대한민국은 천안함 침몰과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깨어나 한반도의 냉엄한 현실로 돌아오는 것 같다. 그야말로 6·25 전쟁의 폐허에서 경이롭게 발전하였지만, 국가안보와 이념적 측면에서 만신창이가 되었던 나라가 정신을 번쩍 차리게 된 것이다.

5월 4일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안보태세 강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책으로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의 구성, 청와대 위기상황센터 강화, 대통령안보특별보좌관 신설 등 세 가지를 발표하고, 5월 9일 이러한 일을 추진할 진용으로 15명의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 위원 15명을 내정하였다.

명망가들보다는 실무에 정통한 인사들 위주로 인선되어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안보·외교·통일 업무 분야의 컨트롤 타워에 대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 등 아직도 개선할 여지가 많다.

현 정부의 안보·외교·통일 업무 조정체계는 국가안전보장에 관련되는 대외정책·군사정책과 국내정책 수립에 관하여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는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법적 근거 없이 외교통상부장관이 주재하는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로 구성되어 있다. 또 그 산하에 외교통상부 출신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주재하는 실무조정회의가 있다.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가 미국 NSC와는 달리 자문 역할만 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또 외교통상부장관이 외교안보정책조정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과거 정부의 통일부장관이 상임위원장이 되어 안보·외교·통일 분야 업무를 총괄 조정 내지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 것처럼 정부 조직체계상으로 부적절하다. 게다가 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외교통상부 출신이어서 국가안보시스템의 구성원이 외교에 편중되어 있다.

미국의 백악관은 안보보좌관이 간사가 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하여 안보·외교 업무를 조정하고 있다. 우리도 정책 ‘조정’ 기능을 추가한 대통령 주재 국가안전보장회의와 장관급 안보·외교·통일 수석비서관 주재 정책조정회의로 위기 수준에 따라 단계별로 운영하도록 제도화하여야 한다.

이번에 청와대는 외교·안보 업무를 분리하는 차선책을 택하여 장관급 안보특별보좌관에 현장 경험이 적은 학계 인사나 장관 아래에 있는 관료보다 실무 경험이 풍부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내정하였는데, 안보특별보좌관을 신설한다면 실질적으로 일을 할 수 있도록 인원과 조직을 주어야 할 것이다.

위기상황센터에서 격상되어 산하에 안보상황관리팀과 기획운영팀을 두게 된 위기관리센터는 군사안보, 정보 전문가, 경찰 등 필요한 인원으로 확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의 작고 효율적인 정부 조직 지향과 주무부처와의 업무 중복 가능성을 고려하여 과거 노무현 정부 초기처럼 70여명의 직원이 근무한 방대한 조직으로 운영된 NSC가 복원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장관급 안보특별보좌관과 차관급 외교수석비서관 중 누가 국가안전보장회의의 간사가 될지도 정해야 한다. 일류 선진국이 되려면 법 규정대로 나라를 운영하여야 한다. 이번에 국가안보총괄점검기구가 국가안보시스템을 고치면 법령을 정비하여야 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법 제3조에 국가안전보장회의의 정책 ‘조정’ 기능을 추가하고 ‘국가안전회의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청와대 안보특보가 주재하는 정책조정회의를 두는 규정을 두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국민은 천안함 침몰 이후의 ‘위기’를 국가안보체제를 정비하고 안보의식을 높이는 ‘기회’로 반전시키도록 온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그렇게 하는 것만이 천안함 침몰로 희생된 장병들에게 보답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