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재정위기, 그 원인은 무엇인가
유럽의 재정위기, 그 원인은 무엇인가
  • 미래한국
  • 승인 2010.06.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긴급진단] 정부 만능주의가 불러온 그리스 경제위기
▲ 최승노 미래한국 편집위원

대공황을 연상시켰던 국제금융위기가 다소 진정국면에 들어가는 듯 보이더니 이번에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유럽의 지원이 발표되면서 각국의 금융시장은 다소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한 모습이다. 과연 연이어 터지는 경제위기는 이제 수습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전염병처럼 유럽 국가들로 번져나갈 것인가?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잘못된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준비하고 대응책을 강구하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유럽의 나라들이 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이고 사전에 이를 대비할 방법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도덕적 해이에 빠진 그리스
그리스는 왜 재정위기에 빠졌을까? 유럽의 문제아, 그리스의 재정 상태가 그 심각성으로 인해 세계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그 치부가 드러났다. 그리스는 정부에 기대 살아가는 기생 계층의 비대화로 비탄력적인 재정운용을 하고 있었고, 허약한 경제체질로는 그 비용을 계속 부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제가 위축되어 나라살림이 어려워지면 정부는 지출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이익단체의 로비 앞에 무력한 모습을 보였고 빚을 늘려 경상비용의 씀씀이를 유지했다.

포퓰리즘이 만들어 놓은 무모한 복지비용이 나라의 살림을 축내다가 결국 국가를 부채의 늪으로 밀어 넣은 것이다. 정치인들은 인기를 위해 공무원을 더 고용하고, 공짜 심리를 자극하는 분배정책에 치중했다. 각종 수혜를 받는 이익단체와 공무원은 복지를 앞세워 정부의 돈을 타 쓰기에 바빴다.

복지국가를 표방한 이해집단의 도덕적 타락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가 드러난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부에 압력을 행사하고, 한번 받기 시작한 복지 혜택 지원금은 기득권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지키기 위해 그들은 거리투쟁과 농성, 파업을 일삼았다.

어떤 조직이나 개인도 그리스 정부처럼 무분별한 지출을 계속 유지하면서 살림을 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일찍이 망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강제 권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책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일을 계속 하기도 한다. 그러다가 국가가 무너지는 예는 역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큰 조직은 새로운 살 길을 찾아내 쉽게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라는 표현이다. 요즘에는 조직의 힘과 규모만 믿고 방만한 살림을 하는 모습을 꼬집을 때 자주 사용된다.

그리스는 나라로는 작지만, 하나의 정부라서 살림규모가 크고, 기업이나 조직의 규모와 비교해도 크다. 더구나 정부는 공권력과 세금징수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 조직에 비해 도덕적 해이 현상을 보이기 쉽다.


그리스는 전형적인 도덕적 해이 문제에 빠진 모습으로, 대마불사의 나쁜 측면을 보이고 있다. 일부 국민들은 자신의 혜택을 다른 국민의 부담을 통해 얻으려 하고, 정부는 나라가 어찌되든 일단 인기만 얻고 보자는 식으로 끝없는 타락의 길을 걸어 왔다.

구조조정이 유일한 선택
일반적으로 부도가 해결책인 경우가 많다. 부실한 기업은 해산을 통해 회사 내 자원을 사회에 다시 돌려준다. 그 자원은 새로운 형태로 창업되거나 새로운 고부가가치 분야에 사용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중앙정부를 포함해 지방정부, 공기업,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부실의 길을 계속 걷기 보다는 차라리 누군가 책임을 지고,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 유익할 수 있다.

다행히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축소를 우선 목표로 받아들이고, 세율인상, 연금지급 축소, 공공부문의 임금삭감을 약속했다. 현재 유럽연합(EU)에 소속되어 있는 관계로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구조조정 이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지나친 재정지출 감축처럼 혹독한 조치가 오히려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는 잘못된 지적이다. 낭비적인 지출을 유지하는 것은 부실의 규모만 키울 뿐이지 해결책이 아니다.

오히려 연결고리를 끊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어야 한다. 취약한 분야는 경제위기를 맞아 터지게 마련이고 구조조정을 통해 도태되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구조조정은 경제를 위축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 보다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구조조정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사실 그럴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그리스 정부는 EU의 통화인 유로를 포기하고 탈퇴하고 싶은 충동이 있을 수 있다. 실제로 통화발행권과 재정지출권은 정부가 가진 강력한 경제통제 수단이다.

그리스 정부에 자국의 통화발행권이 있었다면, 통화발행과 환율 조정을 통해 자신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고, 인플레이션을 통해 부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정부의 살림을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고 국민의 재산을 보이지 않게 강탈하는 일이다. 올바른 길은 방만한 사회복지비를 삭제하여 비대해진 재정을 건전하게 만드는 일이다.

복지와 경기부양의 유혹
정부지출을 줄이기보다는 세금을 늘려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것도 적절하지 못하다. 세금을 늘리는 일은 정부지출 감축과는 달리 민간경제를 크게 위축시킨다. 민간이 소비할 돈을 정부가 세금으로 가져다가 대신 쓰게 되면, 그 규모에 비례해서 경제 활력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정부가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는 공익을 내세워 민간경제를 대체하고 정부의 규모와 역할을 늘리는 일이다. 정부의 행동은 공익을 위한 일이기 때문에 크면 좋다는 생각이 방만한 살림과 경제 위축을 불러온다.

복지병은 성인병처럼 경제가 성장하면서 많은 나라가 걸리기 때문에 복지병의 유혹을 조심해야 한다. 이 복지비용이 정부의 지출항목에 자리를 잡으면, 그 비용은 계속 증가하는 속성을 갖는다.

경기부양의 유혹도 조심해야 한다. 정부가 지출을 늘린다고 해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기침체를 가져올 수 있다. 일본이 그 좋은 예이다.

또 금리를 통제해 경기를 살리겠다는 생각도 장기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미국에서 일어난 국제금융위기는 과거 저금리를 통한 인위적 통화팽창이 야기한 위기였는데, 다시 저금리로 경제를 살리겠다니 과거의 잘못에서 배운 것이 없는 대처방식이다.

복지나 경제 살리기 또는 일자리 창출처럼 뭐든지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정부만능주의는 오히려 경제의 큰 부담이 된다. 경제위기를 만든 진짜 이유를 찾다 보면, 정부의 개입과 통제가 근본원인임이 드러난다. 교훈은 분명하다. 어떤 분야든 개인의 책임과 선택을 중시하고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해야 건강하고 활기찬 경제를 유지할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