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과 음모설이 남북분단 현실 깨닫게 해”
“천안함 사건과 음모설이 남북분단 현실 깨닫게 해”
  • 미래한국
  • 승인 2010.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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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 해외 대학생들이 보는 천안함 사건
▲ 유리코 후지와라


최근 천안함 사건으로 한반도 긴장과 ‘남남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외 대학생들은 과연 한반도와 남북한 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미래한국>은 6월 2일 연세대 언더우드국제학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하고 있는 교포 및 외국인 학생들과 좌담 자리를 마련했다. 싱가포르에서 12년간 거주하며 현지학교를 다닌 근호 홍 씨(남·4학년·24), 중국에서 14년 거주하며 외국인학교를 다닌 보경 김 씨(여·4학년·24), 그리고 일본 게이오대 재학생으로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온 유리코 후지와라 씨(여·2학년·22)와 의견을 나눴다. 이날 좌담은 영어로 진행됐다.

▲ 근호 홍

근호 홍(사회) : 먼저, 한국에 오기 전 어느 정도 한국이나 한반도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그리고 현재 한국에 살면서 어떻게 생각이 변해왔는지에 대해 얘기를 해보면 좋겠다.


유리코 후지와라 : 나는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의 정치에 대해 거의 몰랐지만 한국의 산업과 문화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기업들의 상품 전시회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했다. SK나 삼성 등의 한국 기업이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것 같다. 또한 한국의 팝 문화도 많이 일본에서 접했다.

홍 : 한일 양국의 역사문제에 대한 인식은 없었는가. 독도를 둘러싼 영유권 논란이라든지.


후지와라 : 학교에서 일본사보다 오히려 한국과 중국 역사를 먼저 배웠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 문화적으로 비슷한 토대를 가지고 있다. 독도 문제에 관해서는 뉴스에서만 들었다.



▲ 보령 김
보경 김 : 나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다 와서 한국에서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북문제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중국에 있을 때 미국인 사회에서 살다보니 내가 한국 사람이라는 의식이 적었고 한반도에 대한 지식도 많이 부족했다.
홍 : 최근에 발생한 천안함 사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나눠보자.

후지와라 : 가장 의아했던 것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한국의 정치인들이 책임이 있다는 식의 일각의 주장이었다.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주장을 접하면서 한반도가 분단돼 있다는 현실을 다시 깨닫게 되고, 한국 정치에 북한의 변수가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음모론은 한국의 정치적 혼란 반영하는 듯

홍 :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한국정부가 조작했다는 얘기가 떠도는데, 그런 음모설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것 같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사건에서도 음모설이 떠돌았었다. 이러한 음모설이 나오게 만든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분열을 치유하는 것이 시급한 것 같다.

김 : 천안함 사건으로 한국의 많은 청년들이 목숨을 잃었다. 슬픈 일이다. 하지만 정치이론적으로 볼 때 이 사건은 한국에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를 통해 한반도가 국제적 관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 등에 관심을 집중했고 최근 경제 위기로 동북아 안보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천안함 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위해 더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정부는 이미 발생한 불행한 상황을 외교적으로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홍 : 북한의 불합리적인 국내외 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후지와라 : 북한은 비정상적이고 불합리적으로 행동함으로써 국제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때 국제사회는 북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북한을 외교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서게 하는 것 같다.

홍 : 하지만 현재의 북한은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경제가 파탄했고 주민들이 굶주려 죽고 있다.

후지와라 : 그렇기 때문에 더욱 천안함 사건을 일으켰을 것이다. 북한이 정권을 유지하기가 어려워 돌파구로 이런 행동을 취했을 수 있다. 전에 일본에서도 북한정권이 일본 사람들을 납치해 간 것이 드러나자 그 기회를 통해 일본과 북한 사이의 관계를 발전시키려 한 시도가 있었다.

김 : 그 지적에 동감한다. 모든 의사결정에는 이유가 있다. 북한의 행동들도 그들의 관점에서는 이론상으로 옳을 수 있다. 문제는 그들이 오히려 너무 이론적이지 않은가 생각된다.

홍 : 한반도는 여전히 위험한 곳으로 남아 있다. 이번 천안함 사건으로 인해 한반도가 1994년 이후 가장 긴장된 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북한에서는 화폐개혁 실패와 낙후된 경제로 주민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간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일은 나이와 건강상태를 봐서 정권을 넘겨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번 사건 이후 남북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사이다.

후지와라 : 한국정부가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국제사회가 주시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정당한 대응 방안을 추진해 작은 불이 큰 불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지역 안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한국이 이번 사건에 대해 훌륭히 대처하면 국제사회에서 더 존중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 남북한은 대화를 통해 화해하고 다시 관계를 복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남북한 간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이중적 태도, 어떻게 봐야 할까

홍 : 한국과 미국은 정치, 외교, 경제적으로 오랫동안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또한 오바마 정부는 한국의 대북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북한의 범행을 인정하고 있지도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하려 한다. 중국의 행동을 어떻게 봐야 할까.

후지와라 :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첫째, 중국이 동북아에서 자신의 영향력과 위상을 과시하려는 것 같다. 둘째, 중국과 북한의 특별한 인연이다. 중국정부가 공산주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중국 현 정부는 북한을 지지할 것이다.

김 : 내가 중국에서 배운 바로는 중국은 현재 민주주의를 점차 제도화하고 있다. 전에는 모택동, 등소평이 지도력을 발휘했지만 현재는 중국정부의 권력이 많이 흐트러져 있다. 당이 분열되어 있다. 비록 통제적인 정부일지라도 정부가 크기 때문에 정치 이권도 다양하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홍 : 한국 내에는 통일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 있다. 일본과 중국에서 바라 봤을 때, 한반도의 통일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는가.

후지와라 :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통일에 대한 지지를 얻는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남북의 경제력 비율은 12대 1이다. 독일 통일 전에 동서독의 경제력 비율은 서독과 동독이 3대 1이었다. 그런데도 통독 후 경제적 어려움이 컸다. 통일을 하면 한국의 부담이 클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한국이 경제적 어려움과 혼란을 이겨낼 자신이 있고 통일에 대한 국제적 정당성을 인정받는다면 통일은 가능할 것 같다.

홍 : 경제적 면을 얘기했는데 사회적인 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후지와라 : 어쩌면 지금이 통일하기 적절한 때라고 본다. 올해 한국전쟁이 일어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전쟁을 겪었던 사람들은 나이가 들고 젊은 세대는 이 전쟁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남북한 국민들간의 적대감이 많이 감소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일본에 있었을 때 한국 친구들과 교토에 간 일이 있다. 북한사람들이 거주하는 집에 들렀는데 한국 친구들은 남한과 북한의 생활 양식이 다른 점에 대해 놀라워했다. 그러면서도 같은 민족이 통일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워하는 것을 보았다.

김 : 한국의 정체성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할 때부터 세워졌다고 들었다. 60~70년 전부터 남북한이 각기 정치체제를 수립해 지금까지 왔지만 공통적인 문화를 찾는다면 통일은 가능할 것 같다. 과거의 문화적 공통 분모를 찾는다면 한반도의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홍 : 통일신라는 신라가 이웃 나라를 통합해 가능했다. 그렇다면 남한이나 북한이 상대방을 흡수해야 통일이 가능하지 않을까.

김 : 북한 집권층은 연방제를 추구한다. 일본이 참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은 역사적으로 한국과 비슷한 중국 중심의 유교 시스템을 유지해 왔다. 일본은 내각이 있지만 또한 천황이 있다. 남북한이 독립된 정부를 구성하면서 독자적인 문화적 권위를 찾는 것이 방법이 될 것 같다.


남북 문화적 공유가 통일의 관건

홍 : 오래 분단되다 보니 남북한이 각자의 관점에서 상대방의 문화를 비판하게 돼 이념적 통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인프라가 구비돼도 남북한이 각자의 정체성을 계속 대립적으로 유지하는 한 통일이 어려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먼저 공통적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통일 이후 통일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대해서도 궁금하다. 동북아 안보에서도 늘 미국, 중국, 일본이 주된 멤버들이었으며 남한은 큰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고, 오히려 북한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얻게 된 듯하다.

후지와라 : 한반도가 통일된다면 일본에서는 주일 미군의 필요성이 없어질 것이다. 또한 일본의 자위적 안보에 대해서 많은 논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이 통일된다면 일본의 안보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본다.

김 : 통일은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제고하고 한국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다른 나라들을 도울 수 있는 여력을 줄 것이다. #

번역·정리/홍근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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