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심리전은 ‘진실게임’이다
대북심리전은 ‘진실게임’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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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김범수 미래한국 편집위원·세이브NK(舊 북한구원운동) 집행위원장
▲ 김범수 편집위원


세상이 바뀌긴 했다. ‘햇볕정책’이 한창이던 지난 2005년 북한 동포들에게 외부소식을 전하기 위해 강원대 철원에 도착했을 때, 어떻게 알았는지 일단의 경찰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이날 ‘세이브NK’의 ‘자유의 풍선’ 날리기팀은 경찰들과 온종일 숨바꼭질을 벌였다. 대북 전단지를 날려보내기 위한 NGO의 헌신적 노력과 이를 필사적으로 저지하기 위한 정부당국 간 쫓고 쫓기는 장면이 연출됐던 것이다. 다행히도 물리적 충돌이나 강제연행은 없었지만 그것은 21세기 한반도에서 일어난 비극이자 블랙코미디의 단막(單幕)이었다. 

2008년 정권교체 이후 대북 풍선 날리기는 경찰의 ‘보호사업’이 됐고 정부 차원의 방해가 사라졌다. 지속적인 전단지 보내기 활동의 전과(戰果)로 북한당국이 수십 차례 한국정부에 항의를 해오고 탈북민 이민복 씨 등 NGO 활동가들에 대해 구체적 테러위협을 가해오자 정부가 이 씨 등의 신변을 보호하기에 이른 것이다. 당장 만족스럽진 않지만 비정상적이던 정부와 사회각계의 친(親)김정일적 대북관도 조금씩 변화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사태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북한에 대한 처벌 방안 중 하나로 대북심리전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단됐던 대북심리전이 10년만에 공식적으로 재개되는 듯한 쾌거의 순간이었다. 정부는 며칠 후 하루 10시간 대북 FM방송을 시작했으며 휴전선 부근에 11개의 대형 확성기를 설치했다.

하지만 다급해진 북한이 ‘확성기 조준사격’과 ‘전면적 군사적 타격행동’, ‘서울 불바다’ 등 막가파식 협박을 내놓자 정부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FM방송을 제외한 일체의 대북심리전을 ‘유엔 안보리 조치 이후’로 연기했다.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대북심리전 재개 소식에 얼마나 다급했던지 개성공단 통제와 인질극에 대한 언질을 우리측에 먼저 흘렸다고 한다. 이에 우리 정부가 대단히 이례적으로 ‘주한미군 합동 대규모 무력 인질구출 작전’을 언급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며, 욕쟁이 북한도 이에 뜨끔하여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서만은 더 이상 아무런 언급이 없는 것이다.

김정일정권이 대북심리전에 대해 히스테리적인 강경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북한정권이 애초에 거짓에 기반한 정권이기 때문이다. 북한주민 대다수는 아직도 6·25를 미제(美帝)와 남한의 북침에 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의 내부 문제와 어려움은 모두 ‘미제 때문’이기에, 북한주민들은 수십년간 ‘대미항쟁’의 전시(戰時)적 고통을 감수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대북 전단지나 라디오방송, 확성기 등을 통해 6·25와 국제사회의 진실이 알려진다면 북한정권의 존립 기반은 일순간에 사라져 버릴 것이 자명하다. 한국에 있는 2만여 명의 탈북민 중 상당수는 북한에서 대북방송이나 전단지를 접한 경험이 크고 작은 계기가 돼 남한에 입국했다. 북한 주민의 20%가량이 정기적으로 미국의소리(VOA),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대북 라디오방송을 듣고 있으며, 최근에는 컴퓨터 CD나 DVD, USB 등을 통해 한국의 드라마 등 세계의 소식을 접한다고 한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대북·대남방송을 상호 중단했던 것은 거짓과 진실을 맞바꾼 역사적 반역적 처사였다. 공산주의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알리는 대남 거짓 선전과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참된 우월성과 다양한 세계의 소식을 알리는 진실 방송을 맞바꿨던 것이다. 대북심리전은 남북의 체제경쟁 문제이기 이전에 진실과 거짓에 대한 양심과 도덕의 문제이자 ‘진실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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