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천 축구선수 왜 많을까
크리스천 축구선수 왜 많을까
  • 미래한국
  • 승인 2010.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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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월드컵 특집]
▲ 그리스를 맞아 승리한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모여 기도 하고 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된 순간, 이영표 선수와 김동진 선수는 서로 손을 맞잡고 감사 기도를 드렸다.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영광의 순간에 두 크리스천 선수들은 기쁨을 오롯이 하나님에 대한 감사로 표현했다. 이후 두 선수 주변으로 정성룡, 기성용, 김재성, 박주영 등 크리스천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둥글게 원을 만들어 서로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무릎을 꿇었다. 허정무 감독은 기도를 마친 선수들에게 다가가 한명 한명을 얼싸안았다. 기도를 마치고 경기장을 걸어나오던 이영표 선수와 김동진 선수는 하늘을 향해 “주여, 주여!”를 외쳤다. 이 모습은 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골을 넣은 다음에 기도 세레모니를 펼치고, 경기가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 기도하는 모습은 이제 익숙한 광경이 됐다.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한국과 나이지리아의 경기뿐만 아니라 이번 월드컵 첫 경기였던 한국 대 그리스전에서도 동일한 광경이 벌어졌다.

▲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이영표 선수와 김동진 선수가 손을 맞잡고 기도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러한 기도 세레모니는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도 볼 수 있었다. 16강 진출이 확정되던 순간 이영표 선수와 최태욱, 송종국 등 국가대표 선수들은 역시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었다.

해외에서는 브라질 국가대표팀이 축구를 통한 선교의 중심축으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승한 브라질 국가대표팀은 대표팀 전원이 축구장 중앙에 모여 기도했다.

특히 브라질 국가대표팀 중에는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실력으로 유명한 카카 선수가 활약하고 있는데, 은퇴 후 목사가 꿈인 카카는 골을 넣을 때마다 무릎을 끓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리는 세레모니를 벌인다. 이 세레모니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표현이다. 카카의 세레모니는 빌리 그래함 목사의 전도 집회에 비견할 만한 평가를 받아 일명 ‘카카 효과’로 불리고 있다.


2002 브라질 대표팀도 우승 후 기도

국내에서는 축구를 통한 선교를 목적으로 실업팀 안산 할렐루야가 활동하고 있다. 안산 할렐루야는 지난 7월 3일 국가대표 초청 자선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축구선수들 중 이렇게 기독교인들이 많은 이유는 뭘까. 기도 세레모니의 원조인 안산 할렐루야 이영무 감독(목사·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신앙을 갖습니다. 축구선수들 중에 기독교인들이 많은데 모든 스포츠에서도 기독교인들이 가장 많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불안하니까요. 축구는 뛰면서 불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지만 상대 선수를 마주하고 운동을 해야 하는 탁구는 서브 혹은 리시브를 할 때마다 너무 불안하죠. 역도도 순간적으로 중심을 잘 잡아 들어올려야 하고, 유도도 한 판에 모든 승부가 결정되지 않습니까. 이러한 이유에서 역도의 장미란 선수도 그렇고, 유도의 이원희 선수도 신앙을 갖는 겁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첫 원정 16강 진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도 컸다. 16강에 진출하면 ‘영웅’이 돼 돌아오지만, 예선에서 탈락하면 ‘역적’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대표팀의 중압감도 그 어느 때보다 컸다고 한다.

▲ 대한민국이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한 가운데 이영표가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뒤 눈물을 흘리며 기도 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번 남아공 월드컵 현지에서도 대표 선수들의 기도의 열기가 뜨거웠다. 경기를 앞두고 이영표 선수의 방으로 크리스천 대표 선수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은 기도하고 교제하면서 서로를 격려하고 말씀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동국, 박지성 선수도 이 기도모임에 간간히 참석했다고 한다. 현지를 방문한 이영무 감독은 박주영 선수가 아르헨티나전에서 자살골을 넣은 이후에도 선배 혹은 후배 선수들이 “괜찮다”며 많은 격려를 해줬고, “하나님께서 다음에 도와주실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함께 기도했다고 전했다. 박주영 선수는 이후 열린 나이지리아전에서 중거리 슈팅을 성공시켜 한국의 역전골을 뽑아내며 기도 세레모니를 보여주었다. 기도로 똘똘 뭉친 크리스천 국가대표들은 그리스전과 나이지리아전 경기 이후 둥글게 모여 서로 어깨에 팔을 걸치고 기도했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평소에 기도하던 습관을 따라 자연스럽게 모인 것이었다.


“기도 세레모니는 개인적 신앙의 표현”

하지만 이러한 광경을 보고 타 종교에서는 ‘기도 세레모니’를 금지해 달라는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 3월 대한불교 조계종은 대한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에 ‘국가대표 축구선수의 종교행위 개선 요청’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조계종은 “선수 개인의 종교생활도 존중돼야 하지만 시청하는 사람의 종교도 존중돼야 한다”며 “선수들에 대한 사전교육을 통해 기도 세레모니 등의 종교적 행위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 달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기도 세레모니는 계속됐다. 이영무 감독은 기도 세레모니에 대한 견해를 이렇게 밝혔다.

“선수 시절 제 경험을 되돌아보면, 기도 세레모니를 미리 계획해서 한다기 보다는 저도 모르게 무릎이 꿇어지고 감사기도를 드리게 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골을 넣을 때마다 감사 기도를 드리다보니 이것이 습관이 된 거죠. 신앙의 개인적인 표현은 인정해 줘야 한다고 봅니다. 신앙 때문에 자기가 가진 실력을 더 잘 발휘할 수 있고, 마음이 편안해지거든요.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적이 많았어요. 하지만 기도하고 찬송할 때, 편안하게 잠자리에 들 수 있었습니다. 인간에게는 한계가 있거든요. 감사해서 기도드리는 것을 종교적인 색깔로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감독은 월드컵이 열릴 때마다 기독교계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붉은 악마 응원단의 명칭에 관련해서도 견해를 말했다.

“붉은 악마라는 것은 원래 ‘전사들’ 이라는 뜻입니다. 외국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투지가 좋고 악착까지 뛰니까 ‘붉은 전사자들’이라고 불렀는데, 전사자들을 보면 악마같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붉은 악마’가 된 것이죠. 저는 순수하게 우리 대표팀이 빨간 유니폼이니까 빨간 옷을 입고 응원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걸 이용해서 뿔이 나고 악마 형상을 만들고 그러는 것은 좀 상업적인 것 같습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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