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라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라
  • 미래한국
  • 승인 2010.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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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정래 부산교대 교수
▲ 김정래 교수


지난 6월 2일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진 지방선거는 16개 광역자치단체장과 함께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 228명, 광역의원 761명, 기초의원 2888명에다가 16개 시·도 교육감을 선출하고 또 처음으로 82명의 ‘교육의원’도 선출하는 대규모 선거였다.

이번 선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세 가지 문제들을 살펴보기로 한다. 하나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 문제가 매우 자의적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이원적 구조를 가진 지방교육행정체제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제정 이후 민주화를 표방하면서 주장해 관철된 교육감 직선제 폐지의 고려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


교육의 정치적 중립은 우리가 엄정하게 준수해야 할 매우 중요한 가치이다. 이는 헌법에 명기된 가치이다. 원래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구성하는 내용은 교육의 정치적 무당파성, 교원의 정치적 중립, 교육의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교육에 대한 정치적 압력 배제, 교육의 정치에의 불간섭 등이고, 이를 실현하는 법제적 조치는 별도로 마련되어 있다. 한 마디로 헌법 제31조 4항으로 교육이 외부 정치세력의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않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조항이 잘못 해석돼 지켜져야 할 부분에서는 안 지켜지고, 과도하게 적용되지 말아야 할 부분에서는 너무 엄밀하게 적용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법원의 유죄 판결에서 보듯이 전교조 교사들의 이른바 빨치산 교육, 정당 가입 등 교사의 정치적 중립 위반의 경우가 전자이고,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출시 정당 배제 원칙을 적용한 경우가 후자이다.

정당 공천 배제로 유권자에게 혼란을 야기한 사례도 교육의 정치적 중립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한 결과이다. 게다가 교육감 후보가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교육정책이 유사한 후보들이 난립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러한 상황은 민의와는 상관없는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번 서울시 교육감 당선자는 우파의 분열과 좌파의 단일화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교육’은 가치 지향적 활동이어서 본질상 정치적 중립일 수 없다. 교육정책은 더욱 정치적으로 중립일 수 없다. 교육정책의 수립과 시행 자체가 정치적 행위이다.

야권 교육감 후보들은 물론 야권의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지방의원 후보들이 일제히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걸고 나왔다. 무상급식은 엄밀하게 보면 주요 경제수단의 국유화 문제이므로 정치적 색채가 매우 강한 이슈이다. 결코 정치적으로 중립일 수가 없다. 그렇다고 헌법 제31조 4항의 교육의 정치적 중립 조항을 위배한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따라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교육의 당파성과 교원의 정치적 선동 행위를 금지하는 것에 엄격히 적용하고, 교육정책을 천명하는 교육감 선거의 정당배제에는 적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지방교육자치제의 이원화 문제

지방교육자치는 일반행정(지방자치)과 교육행정(교육자치)의 이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원적 구조의 정당성도 역시 헌법 제31조 4항에 명기된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이원화는 여러 가지 폐해를 낳는다. 이는 방대한 논의를 요구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이번 선거에서 전교조 성향의 좌파 교육감이 당선된 서울과 경기의 경우 교육감과 시·도 지사간의 불협화가 이미 예견되고 있는 것은 바로 지방자치의 이원화 때문이다. 그리고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이 상반되지 않아도 행정의 효율성, 투자 대비 책무성 강화, 책임행정 구현 등의 측면에서 일원화가 모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가 이원화돼 양자가 첨예하게 대립해 나타나는 문제는 많이 있다. 그 중에서 학교용지부담금 문제와 무상급식 문제를 들 수 있다. 이 경우에 소요되는 막대한 예산은 지방정부, 즉 시·도지사의 권한으로 지출된다. 그러나 시·도지사와 교육감이 입장을 달리 할 경우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 지방자치의 이원화 문제는 이와 같은 행정의 비효율성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교육감이 시·도지사와 마찬가지로 직선제로 선출되는 현 상황에서는 교육감은 시·도지사 못지않은 정치세력이다. 선출된 권력의 위력은 민주화가 낳은 장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경기도 교육감이 ‘학생인권조례안’을 제정하여 세간에 화제가 됐을 때 그 내용의 타당성 이전에 많은 이들이 수긍한 것은 권력화된 교육감의 위력 때문이다. 또 앞서 언급한 무상급식 시행, 검증되지 않은 평준화정책의 확대, 그리고 학력평가의 거부도 교육감의 ‘권력화’로 합리화될 소지가 있다. 지방자치제의 일원화가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하는 이유이다.


임명제가 자주성·전문성 실질적 도모

지방자치의 일원화는 이원화의 명분인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의 확보 면에서 별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교육부 장관을 직선에 의하지 아니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해서 교육 전문성이 훼손된다고 비판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감의 임면권은 시·도지사에게 두는 일원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모든 지방행정조직은 지방자치단체 장의 보조기관이라는 전제에서 교육청은 지방교육자치의 실현체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일환이므로 원칙상 시·도지사의 관할 기관으로 두자는 것이다. 이 경우 교육감 직선제의 폐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지방교육자치의 일원화와 함께 이에 걸맞는 교육행정 조직의 대대적인 개편도 요망된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 문제의 논거는 두 가지 사안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감의 교육정책은 어차피 정치적이라는 사실은 현행 정당공천 배제 원칙과 배치된다. 따라서 직선제를 존치한다면, 교육감 후보에게 정당공천을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한편 직선제가 유지될 경우 현직 교육감이나 교육감 후보들은 4년 내내 교육감 재선이나 교육감 선출을 위해 공약의 정당성이나 재정 확보는 안중에도 없이 정책공약의 방향을 유권자 비위 맞추기에 둘 것이다. 그리고 교육문제가 상시로 정치쟁점화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교육감 직선제는 폐지되는 것이 최선이다. 만약 교육감 선거를 유지해야 한다면, 시·도 지사와 런닝메이트로 하는 것이 낫다. 그래야 유권자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교육공약을 정당의 정책과 연계해 검토할 기회를 갖게 한다.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지방교육자치 일원화 원칙에 비추어도 정당화된다. 이 경우는 명백하게 교육감의 임면권을 시·도지사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만약 시·도지사에게 임면권을 준다 해도 시·도지사의 독주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 임명되는 교육감 후보를 시·도의회가 청문회 등을 개최한 이후 이를 인준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면 될 것이다.

외견상으로는 교육감 직선제가 헌법 제31조 4항에 명기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제고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감 임명제를 모색하는 것이 현행 직선제의 폐해를 막고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실질적으로 도모하는 방법일 것이다. 교육감을 추천하는 시·도지사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정치적인 명운을 걸고 신중하게 추천할 것이며, 광역의회가 주관하는 청문회 등에서 교육감 후보를 검증할 것이다. 이런 절
차들을 거치게 된다면 교육감 임명제가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훼손했다고 볼 소지는 별로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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