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진영, G20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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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0.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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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등 해외 좌파와 연계, G20 대응 체계적 시위 계획
▲ 토론토 G20 반대시위자들이 경찰차를 파손하고 있다


지난 7월 9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중구 신문로 소재 경향신문 사옥 15층에 위치한 ‘민노총’ 교육장에 60여 명의 좌파진영 단체 실무자들이 조용히 모여 ‘워크샵’을 열었다.

여기에는 민노총을 포함, 촛불시위 당시 상당한 조직력과 세력을 보였던 다함께, 민주노점상전국연합,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빈민연합, 진보연대 그리고 불법체류자 비호 조직인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이 참여했다. 최근 천안함 관련 서한을 안보리 이사국과 의장국들에게 보내 논란을 일으켰던 참여연대는 옵서버로 참여했다.

이 ‘워크샵’의 주제는 바로 ‘G20,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였다. 본지는 이 ‘워크샵’ 자료집을 입수, 그들이 하고자 하는 ‘대응’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G20 정상회의란

대관절 G20 정상회의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기에 좌파진영 대부분이 모여 160여 페이지가 넘는 자료집까지 만들고, 워크샵까지 열며 준비하는 걸까.

오는 11월 11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기존의 세계 질서 개선을 위해 모였던 선진국 7개 회의(Government 7·일명 G7)를 확대, 개발도상국 중에서도 인도와 중국, 한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세계 경제와 정치, 안보 등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국가들까지 한데 어울러 모이는 명실상부한 세계정상회의다.

G20은 처음에는 2008년 가을 월스트리트에서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시적 협의체 성격을 띠었으나 2009년 제3차 피츠버그 회의에서 정례화를 결의, G7을 확대한 국제적 협력기구 형태를 갖춰 나가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서 열리는 G20 제5차 정상회의는 11월 13일부터 일본에서 열리는 APEC회담과도 이어져 있어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논의될 주제로는 금융규제개혁과 같은 기존 의제 이외에도 개발도상국에 대한 국제원조와 무역수지 및 경상수지 흑자를 통한 재정위기 또는 금융위기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도 논의될 것이라고 G20 준비위원회는 밝히고 있다.

하지만 좌파진영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워크샵을 준비하면서 좌파진영이 배포한 공동대응 보도자료에서는 G20 정상회의를 ‘세계적 금융위기로 인한 고통을 개발도상국과 민중에게 전가하기 위한 모의’라는 식으로 규정하고 있다.

▲ 토론토 G20 과격시위
이들은 “세계 경제위기 해결사를 자임하며 등장한 G20 정상회의가 위기의 근원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오히려 위기 비용을 개도국과 민중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을 규탄한다”며 “우리는 G20과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고, 노동-민중-시민사회진영의 대안적인 목소리와 투쟁을 조직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좌파진영은 또한 워크샵 자료집을 통해 ▲좋은 일자리 ▲노동 기본권 ▲금융통제와 투기자본 과세 ▲환경과 기후변화 ▲자유무역협정과 초국적 기업 비판 ▲식량위기 ▲인권 ▲빈곤과 개발 ▲강요된 이주 ▲안보와 평화 ▲공공 서비스 등을 G20 정상회의로 인해 심화되는 문제라고 부르며 이와 관련한 투쟁계획과 관련 대응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자료집을 통해 밝힌 대정부 대응 방향에는 ▲은행 대형화 및 겸업 금지 ▲금융거래세 도입 ▲자본시장통합법 폐기 ▲금산분리완화정책 폐기 ▲WTO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중단 ▲FTA 협상 중단(한미 FTA, 한 EU FTA, 한중 FTA 포함 FTA 협상 전면중단) ▲공공지출 확대 및 사회 인프라 투자(공기업 등 관련) 강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요구 ▲타임오프제 등 민노총 말살 중단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및 4대강 사업 중단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중단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정책 간여 중단 등이 포함돼 있다.


좌파진영의 왜곡된 세계관

좌파진영이 밝힌 대정부 대응 방향에 서술된 정책들은 그럴싸해 보이는 것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왜곡된 세계관과 교조적인 사고들이 그대로 드러난다.

▲은행 대형화 및 겸업 금지 ▲금융거래세 도입 ▲자본시장통합법 폐기 ▲금산분리완화정책 폐기 등은 ‘국제 금융위기는 유대계 또는 앵글로색슨계 자본이 지배하는 국제금융계가 정부의 힘을 넘어서 방종을 일삼으며, 돈 없는 나라들의 민중을 착취하다 생긴 일’이라는 기본 개념을 품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금융기관이 거대화·국제화돼 다른 나라의 경제에 영향을 주거나 하는 행위에 반대한다.

▲WTO 도하개발아젠다 협상 중단 ▲FTA 협상 중단(한미 FTA, 한 EU FTA, 한중 FTA 포함 FTA 협상 전면중단) 등은 ‘미국식 금융자유화 모델을 토대로 한 자유무역협정은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에 비해 불리할 수밖에 없어, 국제적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개발도상국 민중들을 선진국이 착취하는 구조를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사고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공공지출 확대 및 사회 인프라 투자(공기업 등 관련) 강화를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 요구 ▲타임오프제 등 민노총 말살 중단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중단 등도 소위 ‘미국식 경제구조 발전’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한다. 즉 노동시장 유연화나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것은 ‘미국식’이며,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늘리려면 ‘공공부문’의 재정을 확대, 이 부문의 고용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을 바탕으로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 및 4대강 사업 중단은 현재 G20 각국의 녹색성장 정책을 ‘기술발전을 통해 개발과 환경보호를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반대하며, ‘환경과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큰 고통을 감내하더라도 산업개발을 점진적으로 중단해야 한다’는 환경 근본주의자들의 주장을 핵심으로 한다.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정책 간여 중단이라는 주장은 처음 언급한 ‘유대계 및 앵글로색슨계 자본 음모론’에다 ‘미국 전지전능론’이라는 좌파진영의 오래된 선입견과 관계 있다.

즉 IMF나 세계은행 등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과 영국에 근거지를 둔 유대계 재벌 자본이 주축인데 이들은 미국 정부를 배후 조종, 세계적인 영향력을 지속하기 위해 국제금융위기를 일으켰고, 이후에는 G20까지 만들어 개발도상국의 리더인 중국과 인도까지 끌어들인 뒤 저개발국들을 지속적으로 착취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때문에 국제 좌파진영은 IMF나 세계은행, 이와 유사한 국제금융기구들이 각국의 금융정책에 간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해왔다. 이번 좌파진영의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정책 간여 중단이라는 주장 또한 이 같은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다.


좌파진영의 연대 대응책 중 위험한 부분들

앞서 설명한 부분들은 국제 좌파진영의 주장들이 마치 상식처럼 통하고 있는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일견 그럴싸해 보인다. 간단하게 반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여기에다 지난 6월 말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반대하던 국제 좌파진영, 무정부주의자 단체 등과의 연대를 통해 국내에서도 국제적인 시위와 민중대회를 열 계획이라고 밝혀 사회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점들보다 더욱 우려가 되는 것은 국내 좌파진영들만의 논리와 대응정책이다. 이들은 앞서 설명한 의제들 이외에도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과 불법체류자 단속 문제, 대북정책에 대한 부분 등을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킨다는 계획이어서 다른 국가에서의 G20 반대 운동보다 더 과격해질 수도 있다는 게 문제다.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은 올해 6월 8일 제정돼 오는 10월 1일 시행예정인 G20 정상회의만을 위한 특별법이다. 이 법은 G20의 국제적 위상과 정상들의 안전을 위해 경호안전통제단을 설치하고, 필요할 경우 경찰 뿐만 아니라 군까지도 각국 정상들의 경호를 위해 동원할 수 있으며, ‘경호안전구역’에서는 교통소통과 질서 유지 등을 위해 관할 경찰서장에게 집회-시위를 제한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좌파진영 중 특히 ‘자칭 인권단체’들은 이 부분을 문제 삼고 있다. 그들은 여기에다 우리 정부가 정당하게 ‘불법체류자’들을 단속하는 것을 엮어, ‘이동 및 거주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며, 투쟁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대북문제다. 지난 3월 26일 천안함 사태 이후 국제사회, 특히 G20에 참여한 국가 다수가 한국의 편을 들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좌파진영 단체들은 G20의 이런 태도가 동북아 평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좌파진영은 이 같은 과제로 국제 좌파단체, 무정부주의자들과 연대시위를 계획하는 동시에 주요 의제별 위원회를 설치하고, 주요 좌파매체들과 함께 대중여론전을 실시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G20 정상회의 대응시위, 촛불시위 만큼 경계해야

▲ 토론토 G20 반대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상점에서 물건을 약탈하고 있다
이런 좌파진영의 움직임은 지금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고 있지만 그 상황을 아는 사람들에게는 2008년 4월 말부터 100일 동안 서울을 마비시켰던 촛불시위를 연상케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지만, 촛불시위의는 2007년 9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 연대’의 박상표 사무국장은 <신동아> 2007년 9월호에 ‘광우병’과 관련된 기고를 했고, 좌파진영은 연대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에 대한 글을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아고라’ 섹션에 꾸준히 올리며 대중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은 당시 대선과 맞물려 별다른 힘을 얻지 못했다.

그렇게 수개월이 지나는 동안 중국인들에 의한 서울 폭동으로 국민들의 분노가 극에 달한 와중에 MBC <PD수첩>이 광우병 관련 방송을 했고, 이를 본 일부 연예인 팬클럽 회원들이 시위에 나오고, 486 학부모들이 자녀들까지 시위현장에 데리고 나오면서 촛불시위가 시작된 것이다.

이때의 경험을 기억하는 좌파진영은 과거보다 더욱 치밀하고 광범위한 G20 대응 연대시위와 여론전을 기획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번에는 정부도 특별법까지 만들어가며 좌파진영의 활동을 강력히 통제할 준비까지 하고 있어, 양측이 충돌할 경우에는 제2의 촛불시위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부분까지 고려한다면 정부 당국은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는 점에 들뜨거나 특별법으로 좌파진영을 무조건 압박하기 보다는 대중들에게는 G20에 대한 사실과 좌파진영의 주장에 대한 대응논리를 만들어 홍보하는 것과 함께 외국인 시위대 및 시위단체의 입국을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최선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전경웅 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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