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해 한미훈련에 몸서리 치는 이유
중국이 서해 한미훈련에 몸서리 치는 이유
  • 미래한국
  • 승인 2010.07.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춘근 박사의 전략이야기]


필자는 최근 작성했던 북한의 서해 도발 사건에 관한 글에서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 적이 있었다.

“당황한 북한 통치 세력들은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마지막 수를 두기 시작했다. 2010년이 시작된 이후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냉탕 온탕을 오가던 북한의 대남 및 대외 정책은 결국 천안함 격침 사건이라는 최대의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북한의 무력도발 행동은 미국의 항공모함과 잠수함이 서해로 진입할 수 있는 정당한 근거를 제공했고 이는 그동안 국제사회의 비난을 참아가며 북한의 존속을 지원했던 중국을 분노에 몸서리치도록 만들 것이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응징 조치의 일환으로 한미 양국은 서해에서 대규모 한미 합동 해군훈련을 실시할 예정이었다. 미국은 핵잠수함 및 항공모함까지 동원하는 훈련을 계획했던 것이다. 그런데 서해의 한미 연합 해군훈련을 가장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중국이다. 이미 한국의 언론들이 자세하게 보도했지만 중국 측의 한미합동 서해 훈련에 대한 입장과 태도는 분노와 우려는 물론 허세와 절망의 모습까지도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항공모함이 서해에 진입하면 중국 해군의 과녁이 될 것이라는 허세로부터, 대한민국이 잘못하고 있다는 협박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태도는 그야말로 ‘분노에 몸서리치는 모습’ 바로 그것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이처럼 분노하는 모습은 우선 미국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서해 북쪽 깊숙이 올라온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위협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생명선이 지나는 해로가 바로 서해를 지나고 있으며 중국의 전략적 핵심지역(strategic center of gravity)이 바로 서해와 연결돼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서해를 제패한 나라가 동아시아 패권 장악

역사적으로 볼 때 서해를 제패한 나라가 동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했다. 중국은 1894-1895년 청일전쟁 패배로 일본에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빼앗긴 적이 있었는데 당시 청나라 해군이 일본 해군에 모욕적인 패배를 당한 곳이 바로 서해 충남 아산군 앞바다인 풍도 부근에서 벌어진 해전이었다. 풍도 해전에서 승리한 일본은 모든 지상 전투에서 청을 제압했다. 이렇게 청을 제압한 일본은 1904년 러일전쟁 중 또다시 서해에 연(沿)하고 있는 대련, 여순 전투에서 러시아를 제압함으로써 명실상부한 아시아의 패권국으로 부상했다.

1990년대 초반 소련을 비롯한 국제공산주의 세력이 완전 붕괴한 이후 미국은 새로운 세계에 적응하기 위한 새로운 군사전략을 수립했다. 1890년 마한 제독의 ‘해군력 우위론’ 이 발표된 이래 100년 동안 미국의 해군전략은 바다위에서 승리함으로써 세계의 통항권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미국은 결국 소련을 제압했고 더 이상 바다 위에서 미국 해군에 도전할 세력은 없게 됐다.

냉전 종식 후 1994년 발표된 새로운 해군전략은 그 보고서 제목(From the Sea, 즉 바다로부터)이 말해주듯, 향후 미국 해군은 바다로부터 다른 나라의 육지를 직접 공격하는 데 역점을 두는 것으로 바뀌게 됐다. 미국 해군이 현재 계획 중인 혹은 건조 중인 첨단 군함들은 대부분 연안 해역에서 작전하기에 적합한 군함들이다. 미국이 염두에 둔 새로운 해군전략의 상대국과 바다에 중국과 서해가 포함될 것임은 분명하다.

중국이 지금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을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이미 1994년 10월 미국 항공모함 키티호크호를 위시해 미 해군 순양함 및 구축함 등이 서해 깊숙이 항진하는 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분노에 치를 떨며, 다음에 미국 군함이 또다시 서해로 진입하면 실탄을 발사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물론 미국은 중국의 이 같은 위협에 겁을 먹지 않았다. 미국은 대만에서 선거가 있거나 티베트에서 소요가 발생할 경우 또는 자의적으로 대만해협 부근, 동지나해 부근에 항공모함 전단을 수시로 파견했다. 2008년 봄 한꺼번에 3척의 항공모함을 대만 인근 해역에 파견한 적이 있었는데 그 이유는 미국의 말을 빌리자면 “독재국가 중국이 민주국가 대만의 선거를 방해할 것 같아서” 였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의 입장을 무시하고 항모 전단을 수시로 중국 인근 해역에 파견하는 것은 미국의 해군력이 중국의 해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막강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해군 참모총장을 역임한 한 예비역 해군제독은 필자 및 다른 전문가와 저녁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사견이지만 본인 생각으로는 중국이 100년이 지나도 미국 해군을 따라가지 못할 것” 이라고까지 말했다.


“中, 100년 지나도 美 해군 못 따라갈 것”

미국 해군이 서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 그리고 중국이 서해에서의 한미 연합훈련에 저토록 신경 쓰는 이유는, 미국이 서해를 성공적으로 봉쇄할 경우(예를 들면 산동반도와 한반도 어느 지점을 연결하는 선을 봉쇄선으로 획정하는 경우) 북경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 북부 지역이 전략적으로 ‘마비’(痲痺·Freeze)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서해와 북한을 애지중지하는 것이며 미국 또한 이 지역에 대해 전략적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지역에서 북한이 불장난을 저지른 것이다. 한미 연합 서해 해군훈련은 바로 북한의 망나니 같은 행동을 응징하는 데 목적이 있다. 중국이 진정 한미합동 해군훈련이 두렵고 한미 합동 해군훈련을 중지시키고 싶다면, 중국 스스로 북한의 도발 행동을 앞장서서 단호하게 응징하면 될 것이다.

한국 정부가 중국의 한미 합동훈련을 비난하는 데 조금이라도 겁을 먹거나 움츠러들면 안 된다. 7월 8일 현재 러시아는 시베리아에서 상당 규모의 군사훈련을 했다. 중국과의 군사력 균형에서 압도적으로 불리한 시베리아를 어느 경우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러시아의 의지가 반영된 훈련이다. 중국은 시베리아에서 행해지는 러시아의 군사훈련을 서해에서의 한미합동 해군 훈련처럼 반대했는가?

더 나아가 중국은 최근 자국 군함이 서해를 거쳐 남해를 통과, 동해를 거슬러 올라가 일본의 북해도와 혼슈 사이의 쓰가루 해협을 통과하는 항해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군사훈련은 주권의 문제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중국이 적극 지원하는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군함이 침몰당하고 46명의 인명이 수장된 직접 피해를 당한 나라다.

서해가 다시 세계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과연 우리나라에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해가 대한민국 국가안보 및 21세기 세계 패권경쟁에서 차지하는 전략적 의미가 무엇인지, 보다 냉혹한 전략적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미래한국>의 고유 콘텐츠입니다.
외부게재시 개인은 출처와 링크를 밝혀주시고, 언론사는 전문게재의 경우 본사와 협의 바랍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