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연기 합의는 자주적인 결정이다
전작권 연기 합의는 자주적인 결정이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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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홍관희 고려대 교수(북한학)
▲ 홍관희 고려대 교수


2012년 4월로 예정돼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시점을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하기로 한 한미 정상의 합의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매우 시의적절하고 필요한 조치다.

6·27 전작권 전환 연기 조치를 계기로 전작권의 성격, 전작권 및 한미연합사 유지에 반대하는 세력들의 의도와 정체, 그리고 향후 2015년 12월 전작권 전환 연기 일정과 향후 대책 등을 분석해 본다.


전시작전통제권의 성격


한미연합사와 전시작전통제권은 일심동체다.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는 자동 해체된다. 전작권이란 전시의 작전통제권을 지칭한다. 평시 작전권은 1994년 12월 1일 한국군에 이양됐다. 그러므로 전시작전권은 평시에 작동하지 않으며, 전시 또는 비상사태로 돌입한다는 한미 대통령의 결정이 내려진 후에 가동된다.

한미 대통령 및 양국 국방장관 그리고 양국 합참의 지시가 내려진 이후, 작전지휘권이 연합사령관에게 귀속돼 하나의 지휘관 아래 전투를 수행하게 되는 시스템이 전작권이다. 그러므로 전시의 작전통제권은 오직 전투의 효율성을 위해 하나의 지휘관 체제 곧 지휘권의 통일(unity of command)을 확립하는 데 근본적 의미가 있다. 전쟁이나 비상사태로 가는 결정은 양국 대통령의 합의가 필수적 전제이므로 전작권 유지가 ‘자주국방’ 또는 ‘군사주권’에 위반된다는 주장은 사실과 어긋나는 것이다.

특히 한반도 유사시 핵무기를 포함하는 북한의 대규모 무장 공격력에 대비해 미국으로부터 69만의 증원병력 및 5개 항모전단, 160척의 함정과 1,600여대의 항공기 등이 동원되므로 연합사령관을 미군 대장이 맡는다. 원래 한미연합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모델로 해 창설된 것이다. NATO 회원국 역시 전시에 작전통제권을 미군 대장에 일임한다. NATO 회원국들이 ‘자주국방-군사주권 침해’ 운운하는 것을 듣지 못했고 현재 NATO 회원국은 증가일로에 있다.

그러므로 전작권이 전환되면 한미연합사 해체로 이어져 한미 양국군은 별도의 지휘체계 아래 놓이게 된다. 전작권 전환 이후 비상사태 시에 양국군 협력체제를 갖춘다고 하나, 과연 하나의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갖출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주요 역할을 맡고 미군은 오직 지원 역할(supporting role)을 상정하고 있어, 결국 주한 미 지상군이 철수하고 미군은 오직 해공군으로 한국군을 지원하는 시스템으로 귀착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전망이다.

설사 한미동맹이 유지된다 해도, 미 지상군이 철수하는 상황은 한반도 안보에 새로운 여건과 의미를 부여하게 될 것이다. 미 지상군의 철수는 지금까지의 ‘인계철선’ 개념하의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 조건을 사실상 소멸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지상군이다. 월남의 경우가 이를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국가안보가 한미동맹·주한미군이 펼치는 안보우산(핵우산 포함)에 의해 확보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냉철히 인식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가 벗어날 수 없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이기 때문이다.


전작권 유지 반대하는 세력 의도와 정체

한미연합사-전작권 유지의 필요성과 타당성에 대해 아무리 합리적 설명을 해도 받아들이지 않고, 기어이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의도와 정체가 궁금하다.

6·27 전작권 전환 연기에 대해 민주당은 ‘국방주권 포기’라고 비난하면서 ‘공론화 없이 진행된 밀실외교’라고 주장했다. 이는 타당하지 않다.

전작권 전환을 주장하는 논거에는 북한의 무력위협과 대한민국의 국가안보에 대한 인식이 결여돼 있고,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비현실적 분석에 입각해 있거나 아니면 ‘우리민족끼리’입장에서 북한의 대남전략에 동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에 기여하는 측면에 대한 인식이 거의 결여돼 있다. 이런 논리에 따른다면 자칫 “주한미군이 철수해도 관계없다”라는 결론도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주장을 공공연히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민군 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를 믿지 못한다는 사람들이 22%에 이르고, “인천상륙작전 때문에 통일이 안 됐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26.2%에 이르며, “통일 전에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안보에 대한 사회 내부 분열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의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 지금 세계 13~15위의 경제대국이며 북한 GDP의 40배, 대외무역고 230배에 이르고 있음에도 국가안보가 취약한 이유는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에 대한 투철한 안보인식이 결여돼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전문가들 사이에 “주한미군이 없으면 위험하다”는 분석과 함께, 전작권 유지가 절대로 긴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3년 7개월 전작권 연기 일정과 향후 대책

전작권 전환 연기 시점이 2015년 12월 1일로 3년 7개월 연장됐으나, 한반도 안보 상황의 근본적 변화가 예견되지 않아 다시 전작권 전환 재연기 논란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만약 더 이상의 전작권 전환 협상을 포기하고 한국 자체의 방위능력을 확보하려 한다면 엄청난 정신적·경제적 대가 지불이 불가피하다.

우선 북한의 위협과 대남전략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돼 더 이상의 소모적인 안보논쟁을 끝내야 한다. 우리 군함인 천안함이 북한의 무장공격에 의해 격침됐음에도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안보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은 용이한 과제가 아니다.

아울러, 한미연합사 체제하에서 주한미군이 담당해 온 군사 대비능력을 대체할 전력 증강을 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노무현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결정하면서 매년 9.9%의 국방비 증액 및 2012년까지 151조, 2015년까지 621조 원의 군현대화 재정 투입 계획을 세웠으나, 그 실현은 이미 물 건너간 상태다.

무엇보다 주한미군이 담당해 온 대북 감시능력, 전술지휘통제체제(C4I), 정밀타격능력 등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까지 전작권 전환 대비 65%를 완료했다고 군 당국은 주장하나, 실제로 막대한 예산과 고도의 노하우를 요구하는 부분이 남아 있어 산술적 분석은 의미가 없다. 이런 연유에서 전작권의 3년 7개월 연기가 짧다고 판단된다.

상기 언급한 단기적 고려를 넘어서서 최소한도 북핵 문제의 해결 또는 통일 이후, 아니면 북한 급변사태를 고려할 때, 그리고 보다 기본적으로 한반도 지정학상 4대강국에 둘러싸인 특수성을 고려할 때, 세계 최강국이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인 미국과의 동맹은 필수불가결하다. 그렇다면 한미연합사의 지속적 유지 곧 전작권 전환 계획의 ‘완전 폐기’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美 브루킹스 연구소 마이클 오핸런의 지적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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