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금리인상 출구전략, 과연 적절한가?
韓銀 금리인상 출구전략, 과연 적절한가?
  • 미래한국
  • 승인 201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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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뒤 증시 영향 없자 추가 인상 시사 정부, ‘증시가 경기를 선행한다’는 개념 버려야
▲ 한국은행은 지난 7월 9일 17개월 동안 동결했던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지난 7월 9일 한국은행(이하 한은)은 17개월 동안 동결했던 기준금리를 0.25% 인상했다. 한은의 이 조치에 국내 언론들은 ‘정부의 출구전략 신호탄’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은 ‘오는 9월 추가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당국은 이날 증시 동향을 보고서는 ‘금리인상 여파가 거의 없었다’며 향후 출구전략을 실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 같은 정부와 한은의 출구전략, 과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밝은 전망 일색인 정부 발표 통계치

통계청이 밝힌 2009년 12월부터 2010년 5월 말까지의 경기종합지수를 살펴보면 127.0에서 127.8까지 완만한 회복세를 가리키고 있다. 지난 7월 12일 한은이 발표한 경상수지 예측치 또한 2010년 경상수지가 전년 대비 105%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전망치를 105억 달러 흑자에서 210억 달러 흑자로 상향조정했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무역수지 또한 세계 각국이 남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해 긴축정책을 펼치면서 증가세는 둔화되겠지만 별 다른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7월 5일 발간한 ‘2010년 경제산업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 상반기 수출은 30% 이상 증가했으나 하반기 증가세는 10% 정도로 주춤할 것이며, 그럼에도 우리 경제는 237억 달러 가량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 외에도 우리 경제의 호조세에 대한 밝은 전망은 무수히 많다. 이 같은 정부 당국의 통계치만 보면 분명 우리 경제의 미래는 ‘장미빛’이다. 체감경기 또한 점차 좋아져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서민들이 느끼는 경기는 외환위기 보다는 조금 나아도 상당히 어렵다.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는 보도가 있다. 지난 7월 18일 언론들은 ‘가계 대출이 지난 3년 5개월 만에 최대폭 증가했다’는 소식을 일제히 보도했다. 한은이 발표한 ‘5월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과 비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564조 원으로 4월 말에 비해 6조3,000억 원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이를 다시 금융권별로 구분하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이 416조4,000억 원으로 4조4,000억 원 증가했고, 주택대출이 1조3,000억 원, 기타 대출이 3조 원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하 한은 관계자는 “삼성생명 공모주 청약과 가정의 달에 따른 대출수요 증가, 금융기관의 대출 마케팅이 주요 원인”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현실적인 면에서 본다면 그보다는 은행 대출을 활용할 수 있는 중산층부터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층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생활 유지를 위해 대출을 이용했다고 해석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대체 정부 당국과 서민 경제 사이에는 왜 이 같은 간극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현재 우리 사회의 저소득계층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워킹 푸어(Working Poor)’의 확산

▲ 워킹푸어를 다룬 책
최근 우리 사회에서 퍼지고 있는 단어가 있다. 바로 ‘워킹 푸어(Working Poor)’다. 일반적으로는 최저생계비를 조금 웃도는 수입을 갖고 있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는 이들을 말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2030세대 다수가 여기에 속한다. 유명 대학 출신이 아니고 대기업이나 공기업,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다수의 2030세대는 그들 스스로 자신의 장래가 ‘워킹 푸어(Working Poor)’라고 본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워킹 푸어(Working Poor)’ 계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점. 2030세대뿐만 아니라 그 아랫세대와 윗세대 중에서도 이런 계층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원인에 대해서는 언론과 학계에서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최소한의 생활비’와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지출비용의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

‘최소한의 생활비’란 정부가 발표하는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자영업을 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는 이들이 수입과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도로 사용해야 하는 비용을 말한다. 즉 혼자 생활하는 젊은 세대의 주거와 관련된 비용, 출퇴근할 때 드는 비용, 각종 공공서비스 이용료,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하기 위한 각종 교제비 등도 포함되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주요 기업들이 원하는 어학 능력 등의 기술을 갖추기 위한 교육비용도 합해야 한다.

이런 금액이 대학생의 경우에는 월 평균 50만 원 내외, 직장인은 70만~80만 원 이상, 차량까지 포함하면 월 130만 원은 되어야 그나마 다른 이들과 원만한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서울 시내에 있는 기업에 취업할 경우 대기업이 아니라면, 4년제 대졸자 초임 연봉은 평균 2,600만 원 선. 여기서 4대 보험 등 각종 공제액을 뺄 경우 실수입은 월 평균 200만 원 내외가 된다. 이 가운데 최소한의 생활비를 빼고 이런 저런 일로 들어가는 지출을 빼면 남는 돈은 최대 70만-80만 원. 이 돈을 금리가 높은 정기적금이나 위험은 있어도 수익이 높은 펀드에 투자한다고 해도 서울 시내나 인접 지역에서 60㎡ 규모의 전세를 얻으려면 최소한 1억5,000만 원 이상이 있어야 하므로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는 아무런 활동도 못하고 돈만 모아야 하는 게 현실이다.

때문에 일부 젊은이들은 결혼에 대해서까지도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생각한다. 평생 돈 모아봐야 집 한 채 사기도 어렵고, 요즘 교육환경에서는 자녀 하나에도 수백만 원이 들어가는데 굳이 결혼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성 간의 애정이나 섹스가 필요하다면, 차라리 마음 맞는 사람끼리 ‘애인’으로 만나면서 평생 사는 게 더 낫고, 자기 집 마련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차라리 편하게 좋은 차를 마련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기성세대들이 보기에는 소비 수준도 중산층에 가깝고 생활패턴 또한 중산층으로 보이지만 내구재 소비나 주택 구매, 저축을 잘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실물경제 활성화와는 별 관계가 없는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


‘하우스 푸어(House Poor)’ 계층의 출현

앞서 말한 ‘워킹 푸어(Working Poor)’에 이어 등장한 개념이 바로 ‘하우스 푸어(House Poor)’다. 이들은 한마디로 ‘애써 마련한 집 한 채가 무거운 짐이 되어 겉모습과는 다른 빈자(貧者)’로 전락한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 다수는 현재 우리 사회의 중심이라는 4050세대. 이들이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된 사연은 이렇다. 2001년 말 강남 등 일명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광풍이 불어 닥치자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대출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금융기관들은 ‘지금이야말로 집을 마련할 시기’라며 공격적인 마케팅을 시작했고 이때 그 말에 속아 대출금으로 집을 마련한 게 이들이다. 문제는 이때 집을 마련한 이들의 다수가 주택 거래가의 60% 가량을 대출받았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금리가 그리 높지 않았고, 집값 자체가 상당히 가파르게 상승하던 때라 차익을 실현하리라는 기대감이 컸지만 노무현 정부 말기에 시작된 DTI(Debt to Income : 총부채 상환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미래에 돈을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를 소득으로 따져 대출한도를 정하는 것을 말한다.), LTV(loan to value ratio : 담보 인정 비율을 의미하는 것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줄 때 담보물의 가격에 대비해 인정해주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규제로 인해 상승하던 집값이 주춤거리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DTI, LTV 규제는 서민 정책을 이유로 풀리지 않았고,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부동산 가격 상승세는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실물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뒤 부동산 거래 자체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강남 부동산 불패’라는 신화 또한 서서히 사라지게 됐다.

그 충격은 처음에는 주택건설로 떼돈을 벌던 건설사와 시행업체들이었다. 결국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2008년 말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 수는 16만5,599호에 달할 정도였다.

▲ 대출 규제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고 있다
이후 정부의 미분양 아파트 정책과 건설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2009년 12월 말 12만3,297호, 2010년 4월 말 11만409호 등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10만 호가 넘는 미분양 아파트는 이제 주택건설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던 금융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은 금리인상이 실물경제에 주는 영향

이런 상황에서 타격을 입은 건 부동산 업계와 금융권뿐만이 아니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산 ‘하우스 푸어(House Poor)’들 또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실제 MBC <PD수첩>과 한겨레신문은 최근 이 ‘하우스 푸어(House Poor)’에 대한 심층기사를 다룬 바 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198만 가구 이상이 여기에 포함된다고 한다. 한겨레신문은 월 500여만 원의 급여를 받는 대기업 중견간부 K씨의 사례를 들고 있다. K씨는 급여 중 300만 원 정도를 대출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주변에서도 소위 ‘부동산 막차’를 탔다 후회하는 이들을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들 중 현재 생활에 어려움이 없는 이들이 있다 하더라도 자녀가 대학에 진학하거나, 본인들이 직장을 그만둘 경우에는 ‘하우스 푸어(House Poor)’ 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출구전략이 이들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 한은의 금리인상을 비롯한 정부의 출구전략은 기본적으로 시중자금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이다. 시중자금의 흐름 제어는 금융권에 영향을 미치고, 금융권은 대기업을 제외한 일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문제는 ‘워킹 푸어’ 계층이나 ‘하우스 푸어’ 계층의 경우 대다수가 대기업 종사자나 공무원이 아닌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 또는 종사자가 많으며 자신의 특별한 기술로 먹고 사는 전문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런데 금융기관이 기준금리 인상에 발맞춰 대출금리를 상승시키고 유동성 확보를 이유로 개인이나 자영업자에 대한 신규대출을 축소하면 이들 계층이 가장 먼저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게 되면 우선 이들 계층은 소비를 줄이게 되는데 우선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내구재 소비를 줄이고 갖고 있는 자산을 팔게 된다. 이는 내구재나 주택으로 수익을 올리는 대기업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기업의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면 금융권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미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충분한 외화와 유동성을 확보한 대기업은 이런 문제에도 버틸 수 있지만 수익이라는 게 대부분 거래 수수료와 예대 마진인 국내 금융기관들은 진퇴양난에 빠질 수 있다.

결국 2008년의 금융위기가 해외로부터 시작된 탑다운(Top Down) 스타일이었다면 섣부른 출구전략은 자칫 바닥부터 무너지는 바텀업(Bottom Up) 스타일의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어떻게 해야 할까

그렇다면 정부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일까. 여기에 대해 한 견해를 소개한다. ‘21세기 경제연구소’라는 사설 연구소를 운영하는 김광수 소장은 재미 있는 주장을 한다. ‘주가지수가 경기를 선행한다’는 믿음을 이제는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여러 차례의 강연을 통해 “주가지수가 경기를 6개월 가량 선행한다는 이론은 해외에서는 1980년대 영국중앙은행이 헤지펀드에 당한 뒤부터는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와 같이 GDP의 80%를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는 오히려 전년 대비 또는 전년 동기 대비 경상수지의 추이와 환율 등락이 실질적인 경기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은 충분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환율의 경우 우리나라 원화가 기축통화나 경화(硬貨)가 아니기에 다른 기축통화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무역을 통해 버는 돈이 총수입의 80%를 넘는데다 주요 무역국가가 지나치게 한정돼 있기 때문에 환율 1~2%의 등락과 경제 변동성이 심한 일부 국가의 경기침체 또는 일방적 수출증가로 인한 경상수지 추이에도 국내 실물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달러나 엔의 급등락이 일어났을 때 불과 수개월 안에 쓰러진 국내 중소기업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살펴보면 이 같은 주장을 무시만 할 수는 없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 통계청이나 국책 연구원을 통해 조사·발표하는 각종 지표나 통계자료를 작성함에 있어 금융권이나 대기업 단체들이 발표하는 특정 지수나 지표에 연연하기 보다는 국제경제의 큰 흐름 속에서 목표를 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국내 실물경제의 추이를 산출하는 각종 지수의 표본을 보다 저소득층 중심으로 변경해 출구전략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언론에 발표되는 각종 통계 중 도시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이나 자영업자 평균소득 등과 같은 지표가 현실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해대는 이념 노조나 좌파 진영의 주장이 더 이상 국민들에게 먹힐 수 없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

전경웅 뉴데일리 기자 enoch205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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