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사회적 대응 올바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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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한국
  • 승인 201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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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리뷰] ‘최진실법’ 그 이후
▲ 2008년 10월 사망한 최진실의 영정을 동생 최진영이 들며 오열하고 있다. 그도 올해 3월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2008년 10월 1일, 고(故) 최진실 씨는 ‘사채업 괴담’을 인터넷에 게시한 혐의로 입건된 증권사 직원 A 씨(25·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극도로 흥분했다. 괴담의 내용은 사채업을 하는 고 최진실 씨가 동료 연예인 남편에게 돈을 빌려줘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것. 최 씨는 ‘괴담 유포자’ A 씨가 전화 통화에서 ‘선처를 부탁한다’고 하자 말다툼을 벌였다. 전화를 끊은 뒤에는 분을 참지 못해 너무 심하게 울어 얼굴이 부어서 이날 오후 예정됐던 광고촬영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최 씨는 생전 인터뷰에서 “하루아침에 사채업자가 돼 있는 걸 확인했을 때 너무 황당하고 억울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집에서 나가지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결국 최 씨는 이 일이 있은 지 이틀 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택 화장실에서 수건으로 목을 맨 채 자살했다. 그녀의 자살 동기는 우울증으로 판명이 났지만, 악성댓글이 크게 원인을 제공을 했다. 이 사건은 그녀가 사망한 뒤에야 누군가 조작해 퍼뜨린 ‘뜬소문’이었음이 밝혀졌다.

최진실 씨의 자살에 이어 지난 3월 최진실 씨의 동생 최진영 씨의 자살, 지난 6월에는 ‘한류스타’ 박용하 씨의 자살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은 ‘자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유명 연예인의 자살은 모방자살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자살 방지를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자살 방지를 위한 우리 사회의 노력들을 살펴본다.


악성 댓글에 시달리던 연예인 자살 잇따라

최진실 씨의 자살은 사회적 파장이 컸던 만큼 그에 해당하는 법안도 신속하게 추진돼 왔다. 사이버모욕죄법안 추진이 이에 해당한다.

故 최진실 씨가 악플로 괴로워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국회는 2008년 10월, 발빠르게 사이버모욕죄법안 신설을 추진했다. 그의 실명을 딴 ‘최진실법’이 바로 그것. 이후 유족들이 명칭 사용 거부 및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등의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만큼 악성댓글로 인한 폐해가 심각하다는 반증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최진실에 앞서 배우 정다빈이나 가수 겸 탤런트 유니도 악플에 고민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가수 유니는 여자로서 모멸감을 주는 악플 때문에 괴로워하다 지난 2007년 1월 21일 인천 서구 마전동 자신의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졌다. 당시 유니의 소속사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브리핑에서 “유니가 컴백 기사에 달린 악플 때문에 괴로워했다. 특히 여자로서 견디기 힘든 댓글들에 많이 상처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그 무렵 보도된 유니의 컴백 기사 댓글에는 여자로서 견디기 힘든 심한 악플들이 상당수였다. ‘그렇게 벗어대지 말고 누드나 찍어서 돈 벌어라’, ‘인조 인간아, 컴백하지 말고 그냥 살아라’, ‘볼 때마다 로보캅이 생각난다’ 등 모욕적인 내용들이었다.

배우 정다빈도 자살 당시 자신을 향한 네티즌 악플과 인기 하락이 맞물려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악성 댓글이 우울증을 증폭시키는 데 결정적 원인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감수성이 풍부한 20대 여자 연예인들이 악성 댓글에 노출될 경우 정신적 고통과 함께 우울증으로 발전하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최진실법’을 추진했던 한나라당은 “도를 넘는 악플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며 법안 추진의 정당성을 설명했다.

▲ 사이버모욕죄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사이버 모욕죄’는 한나라당이 2008년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여기에는 기존 형법상의 모욕죄보다 처벌을 강화한 내용이 담겨 있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하고 인터넷상의 비방행위를 고소나 고발 없이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며, 악성 댓글의 삭제를 요구하면, 해당 포털사이트는 24시간 이내에 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이다.

이 법을 발의한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은 “인터넷상에서 행해지는 모욕행위는 그 피해의 확산속도가 빠르고 광범위하여 그로 인한 인격권의 침해 결과가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많고, 사이버 공간의 특성인 익명성과 소위 ‘퍼나르기’ 등으로 인해 가해자가 누구인지 특정하기 어려워 범죄 피해에 대한 신고나 고소가 어려운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특수성으로 인해 기존의 형법상 모욕죄로는 대처가 어렵거나 불충분한 영역이 많아 인터넷상의 모욕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형법상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는 요건을 완화하기 위해 법안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당시 나 의원은 “인터넷이 법치주의의 예외 공간이 아닌 만큼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건강한 인터넷 문화 조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네티즌의 자정 노력이지만 개인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법치주의의 확립을 통한 사이버 모욕죄의 도입은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사이버 모욕죄는 실효성이 없을 뿐더러 법적 형평성 역시 크게 떨어진다”며 입법을 반대해왔다. 악성 댓글은 강력히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한나라당이 추진하는 사이버 모욕죄는 최진실 씨의 죽음을 핑계로 정권이 인터넷을 통제하겠다는 시도라는 것이다.

자유선진당도 형법상 처벌규정이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법을 도입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왔다.

또 법안 자체적으로도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사이버 모욕죄를 적용할지 명확하게 담고 있지 않아 논란이 돼 왔다. 욕설 외에도 완곡한 표현이나 풍자적인 말도 다분히 범범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지나친 간섭은 네티즌 간 자유로운 ‘사이버 소통’을 억누르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의 반대와 법안 자체의 불충분성으로 인해 사이버모욕죄법안은 2010년 7월 현재,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국회 문광위에 상정된 이후, 지난해 7월에 문광위에 다시 상정됐지만 여전히 반대 여론에 밀려 법안 제출 2년이 다 되어도 국회 내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이다.

악플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방안 중에는 지난 2007년부터 도입된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 실명제)도 있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직전 3개월간의 1일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인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용자가 본인확인 절차를 거친 뒤 게시물을 올릴 수 있도록 한 조치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를 지나치게 위배한다”는 참여연대 측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 위헌 소송이 진행 중이다.


스크린도어 설치 후 지하철 투신은 사라져

한편 자살방지를 위한 노력이 성공한 예도 있어 주목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하철 투신자살 건수는 처음으로 제로(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서울 시내 지하철 1~9호선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전 역사에 스크린도어 설치가 완료된 이후 자살 사고를 비롯해 단 한 건의 사상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투신 자살 시도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강다리에서 목숨을 끊으려 투신한 사람은 최근 3년간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한강 투신 자살건수는 2007년 84건, 2008년 140건, 2009년 215건으로 꾸준히 늘고 있으며, 주검으로 인양된 사람도 2007년 10명, 2008년 91명, 2009년 153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강 투신 자살자들이 이렇게 늘어나게 된 데에는 CCTV(폐쇄회로 TV)나 투신방지 난간을 설치하는 등의 자살 방지 대책이 예산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한강에서 자살을 막기 위해 130억원을 들여 올해 말까지 주요 교량을 중심으로 CCTV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지난해 9월 발표했으나 사업은 아직껏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

서은옥 기자 seo0709@future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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