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과 수박
여름과 수박
  • 미래한국
  • 승인 2010.08.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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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선 교수의 원예이야기]


여름하면 생각나는 과일이 단연 수박이다. 더운 날 갈증해소에는 최고이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서민적이면서 가장 효과적인 과일이다. 어릴 적 더운 여름 날 저녁 온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수박을 썰어서 설탕을 뿌려 먹거나 얼음을 띄워 화채를 만들어 먹던 기억이 난다.

수박은 94% 이상이 물로 돼 있어 먹게 되면 이뇨효과만도 대단하지만, 이외에도 비타민, 칼슘, 칼륨, 철분 등 영양소도 많이 함유, 신체관리에 여간 좋은 음식이 아니다. 짙은 녹색 바탕에 검은 번개무늬가 세로로 새겨진 겉껍질의 무늬는 보기만 해도 시원한 감이 몰려온다. 칼로 자르면 속살이 빨갈수록 잘 익은 것이어서 세모로 한 구석을 따 내어보고 빨가면 돈 주고 사던 시절이 있었으나 요새는 워낙 국내 품종들이 발달돼 어느 것을 사도 단맛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또 속이 노란색, 핑크색 등 다양한 품종들이 육성돼 다른 색끼리 모아놓으면 그것도 볼 만하다.

수박하면 또 빼 놓을 수 없는 이야기 거리가 씨 없는 수박이다. 씨 없는 수박은 씨가 없도록 처리한 수박으로 원래 2배체인 수박에 콜히친이라는 화학약품을 처리하면 4배체가 나온다. 이렇게 나온 4배체 꽃의 암술에 정상적인 2배체의 꽃가루를 수분하면 3배체(3n)의 씨가 나오는데, 이것을 심으면 종자가 제대로 발전하지 않아 씨 없는 수박이 되는 것이다. 씨 없는 수박은 우리나라 원예학의 태두인 고 우장춘 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데, 실은 1943년 일본 교토대 기하라 히토시 박사가 개발한 것을 우 박사가 보급한 것이 와전된 것이다.

한때 씨 없는 수박에 이어 씨 먹는 수박이 개발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모든 종자가 다 그렇듯이 수박의 종자도 많은 영양분이 함유돼 있고 특히 고혈압, 콜레스테롤 감소효과가 크기 때문에 식용으로 하면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종자를 호박씨처럼 부드럽게 만들어 속살과 같이 씹어 먹을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시장에서 크게 호응은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 대신 수박씨를 가늘게 갈아 먹으면 크게 도움이 된다.

수박의 형태도 다양해 미국에서 애용하는 것은 럭비공과 같이 타원형이고, 우리나라 등 동양에서 많이 식용하는 것은 둥근 형이다. 햇볕이 강하고 수확기인 여름에 비가 덜 오면 당도가 높아진다. 최근에는 거의 국내산 모든 수박들이 온실 내에서 재배되기 때문에 비를 맞지 않아 당도가 더 높은 것이다. 광주의 무등산 수박은 검은 무늬가 없으면서 크고 단 것이 특징이다. 그래도 수박하면 단연 전북 고창이 유명하다. 짜증나는 하루하루의 생활에서 수박처럼 우리를 시원하게 해 주는 무엇이 없을까 생각해 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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