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따라가는 오바마 외교정책
부시 따라가는 오바마 외교정책
  • 미래한국
  • 승인 2010.08.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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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란 향해 다자적 포용에서 일방적 채찍 전환
▲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게이츠 미 국방장관이 비무장지대 전망대에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2007년 7월 23일.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상대인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토론회를 가졌다. 오바마 후보는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일방적이어서 동맹들을 고립시키고 폐쇄적인 정권들을 더욱 폐쇄적으로 만들며 당근은 없고 채찍만 사용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북한, 이란 등 이른바 불량국가 지도자들과도 조건 없이 직접 만나겠다고 말했다.

클린터 후보는 이에 오바마가 순진하다고 비웃었다. 오바마는 대통령 취임 후 자신의 말대로 다자적 포용을 대외정책의 기조로 삼았다. 국제 이슈를 미국 혼자서 풀 수 없다며 여러 국가들과 함께 해결한다는 다자적인 접근을 했고 부시 행정부 당시 악의 축으로 규정된 불량국가들에게 대화와 협상을 하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정말 순진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비난했던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인 채찍을 정작 자신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빌 게이츠 국방장관은 지난 7월 21일 전례 없이 판문점을 공동방문했고 클린턴 장관은 이날 새로운 대북제재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05년 북한을 6자회담으로 나오게 했던 금융제재보다 포괄적이고 강력할 것으로 알려진 이 대북제재는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발효되는 것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조치다.

클린턴 장관은 이날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6자회담을 재개할 것이냐는 질문에 “회담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이 천안함 침몰의 책임을 인정하고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복귀불능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우리가 원하는 것”이라며 회담 가능성을 일축했다.

미국은 더 나아가 지난 7월 25일부터 4일 간 중국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동해상에서 해상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했다.
지난 7월 9일 중국의 반대로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말이 빠진 UN 결의안도 아닌 엉성한 UN 의장 성명만을 채택한 것이 주요 배경이다. 북한에 책임을 묻자며 그렇게 중국을 설득했지만 북한을 국익의 필수로 보는 중국 지도부는 미국의 제안을 거절했다.

미국은 지난 6월 UN 안보리에서 이란제재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동안 대화와 협상으로 된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이란 새해를 맞아 동영상으로 이란 정부와 국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하는 등 다가섰지만 돌아온 것은 미국의 뒤통수를 때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행정부의 다자적 포용정책은 이란·북한의 핵폐기를 가져올 수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부시 행정부와는 달리 다자적으로 할 만큼 했다는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계산이 이면에 깔려 있었다. 하지만 지난 18개월의 다자적 포용정책 결과는 이란·북한의 핵문제를 해결하지도 못하고 중국, 터키, 브라질 등의 반대만 심화시켜 국제사회의 일치된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런 현실 체험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이 그렇게 비난했던 부시 대통령의 일방적 채찍정책을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

아틀란타=이상민 기자 proactive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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