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은 정치선동의 대상이 아니다
학생들은 정치선동의 대상이 아니다
  • 미래한국
  • 승인 2010.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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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길] 김정래 미래한국 편집위원·부산교대 교수
▲ 김정래 미래한국 편집위원


지난 지방선거로 취임한 좌파 교육감들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작년 경기도교육감이 무상급식과 학생인권조례 제정 추진에 이어 금년에는 서울시교육감이 체벌금지 전격 시행에 이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고, 이른바 ‘학생참여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전북도교육감이 자율고 지정을 전격 취소해 혼선을 주기도 했다.

글로벌 사회에 맞는 인재 육성, 학교선택권의 회복, 학생선발권 강화를 통한 교육 책무성 강화 등 현재 산적한 교육 현안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이들 교육감의 파행에 가까운 행보를 보면 답답한 마음과 아이들 장래에 대한 우려가 앞선다.

서울시교육감이 서울시의회에서 설치하겠다고 한 ‘학생 참여위원회’는 민주주의 정신을 왜곡하고 있다. 민주적 참여를 대상이나 사안에 관계없이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 뿐만 아니라 교육의 본질도 왜곡한다. 사실 ‘참여민주주의’의 ‘참여’라는 개념 자체가 애초 좌파적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오늘날 실질적인 전원 참여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데도 ‘참여’를 빌미로 해 기존 제도를 무력화시킬 명분을 찾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맥락에서 일부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체벌금지 조치도 심각한 문제이다. 특히 기존의 제도를 허물어 사회 기반 무력화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체벌금지 조치의 경우, 체벌금지라는 원론에 찬동하면서도 교사의 권위를 훼손하려 한다면 그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체벌금지원칙을 내세워 학생에게 교사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세력’이라고 인식시킨다면, 그리고 경위야 어떻든 체벌 교사를 고발 대상으로 삼으려는 것이라면, 거기에는 교육적 진정성이 아니라 정치적 음모가 있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좌파 교육감들이 추진하는 학생인권조례의 경우도 진정성보다는 허구성이 드러난다. 학생인권조례에 담긴 ‘학생’은 마치 원초적인 자연인이며, 마치 학교라는 장에서 학교당국, 교사, 부모 등의 기존 세력과 사회협약(계약)을 할 수 있는 존재로 그릇되게 기술돼 있다. 학생은 학교라는 제도에 문명을 배우러온 존재이다. 학생을 원시상태의 자연인으로 보는 것은 문명퇴보적인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모름지기 자연주의 사상이 그릇되게 원용된 것이다. 고상한 야만인(noble savage)은 없다. 오직 원시사회에는 야만인만이 존재한다. 야만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아이들은 공부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명분을 붙인다 하더라도 민주시민교육의 ‘참여’를 빌미로 해 특정 정치 사안에 대한 학생 동원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 재작년 쇠고기 파동 때처럼, 사정을 모르는 학생이 나와 ‘어린 나이에 죽기 싫다’고 절규하는 모습이 사안마다 재현돼서는 안 된다. 더욱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 나오는 ‘사육된 개’처럼 나이 어린 학생들이 ‘별동대’나 ‘홍위병’으로 동원될 수도 있다는 항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서는 안 된다. 아이들을 정치선동의 장으로 내모는 일은 우리가 교육자이기 이전에 부모로서, 선배로서, 기성세대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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