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카르텔, 대한민국 교사들
침묵의 카르텔, 대한민국 교사들
  • 미래한국
  • 승인 2010.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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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교사 처우, OECD 최고 수준
수업시간이나 학교 근무시간은 훨씬 적어


서을 금천구에 사는 학부모 김영란 씨(가명)는 올해 2월 중학교를 졸업한 아들이 A고등학교에 배정받았다는 사실을 듣고 적잖이 실망했다. A고교가 지난해 전국 대입수능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김 씨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 것은 A고교의 전교조 교사 가입률이 70%대로 ‘전국 1위’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A고교는 모든 학부모들이 배정을 피하고 싶은 학교 중의 하나였다. 그러던 6개월 후 학부모 김 씨는 담임교사로부터‘ 아이를 다른 학교로 전학을 보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난데없는 ‘전학’제안은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아이가 너무 아깝다’라는 것이 담임교사의 뜻이었다. 김 씨는 담임교사의 권고에 따라 서초동으로 주소를 옮겼고 아이는 강남의 한 학교로 배정됐다. 어느날 김 씨는 아이에게 “선생님들이 잘 가르치시더냐”라고 물었고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 전에 있던 학교 선생님들과 여기 (강남) 선생님들은 DNA가 달라요.”

이 이야기는 기자가 상상력으로 쓴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5만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학사모(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들의 모임)의 최미숙 대표로부터 들은 한 회원의 사례다.

▲ [표1] 교사의 자기 효능감.OECD국 가운데 가장 낮다.



전교조 교사 수와 학업능력의 상관관계

최미숙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평준화 교육이 중요하다면 왜 어느 부모는 선생님들이 우수한 학교에 아이를 보낼 수 있고 다른 부모는 다 망가진 학교에 아이를 보내야 하느냐”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대한민국이 사회주의국가가 아닌 한 말이다.

같은 공교육 체제 하에서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학교가 있고 못 가르치는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은 현실이겠지만 그 현격한 차이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는 평가를 통해서만 알 수 있다. 문제는 교사들, 특히 전교조를 중심으로 이러한 평가에 대단히 부정적이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올해 1월 이인제 교수(인천대 경제학)의 연구보고에 의하면 학교의 전교조 가입 교사 비율이 10% 증가하면 학생의 수능 언어영역 표준점수는 0.5~0.6점, 백분위 점수는 1.1~1.3점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전교조 측에서는 수능성적은 전교조 가입률이 아닌 부모의 경제력에 의존한다는 반박자료를 제시했으나 2009년 세계경제포럼의 교육지표는 전세계적으로 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보다 교사의 수준에 의존한다고 통계적으로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전교조가 아니더라도 우리 일선교사들이 평가에 대해 상당히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올해 초 발표한 ‘이명박 정부 교원정책에 대한 교원인식 조사 및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는 이러한 양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보고서는 전국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원능력 평가를 통해 우수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에 대한 보상에 차이를 둠’이라는 정책에 대해 72%가 반대의사를 보였다.

물론 일선교사들의 이러한 반대에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교원평가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 K 씨는 “동료교사들끼리는 대개 후한 점수를 주기 때문에 변별력이 없다. 결국 교장의 평점이 결정적이라는 모순이 있다”고 말한다. 다른 한 중등 교사는 “잘 모르는 동료 교사를 어떻게 평가하라는 말인가?”라고 반문한다. 올해 6월 새로 선출된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최근 “교원평가방식에 문제가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라고 한 발언도 현재의 교원평가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 가능하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타인의 평가 이전에 과연 얼마나 스스로 자질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느냐 질문이다. 이를 교원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에 대한 질문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 초중고 교원 1만5,000명이 참여한 OECD의 TALIS라는 교수-학습에 관한 2009년 국제조사 결과는 우려스럽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질과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 OECD 국가 중에 최하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표 1]
 
이에 대해 박효종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자기효능감은 교사로서 자신의 능력과 자질에 대한 확신을 의미한다. 주관적 설문조사이기에 해석상 유의할 필요는 있지만, 우리나라 교사들이 학생들을 가르치고 지도하는 데 있어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한다.

현직 강기원 교사(인천동수초등학교) 역시 “교사들은 공교육 불신, 학교폭력, 교권침해 등으로 점점 무기력증에 빠지고 있다”며 “교과수업은 사교육에 맡기고 인성교육은 대중매체가 대신하는 오늘날 학교의 소외된 모습 속에서 교사들은 더욱 위축되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교조의 ‘홍위병 양성 프로젝트’

올해 교육감 선거에서 친전교조 교육감들의 약진 이후 나타나는 동향은 한마디로 100만 홍위병 양성 프로젝트다. 그 시동은 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학생참여위원회 조례 제정’으로 시작됐다. 이에 대해 부산의 한 전직 교육감은 “한마디로 문화혁명시기에 등장한 홍소귀들을 21세기 대한민국 학교에서 만들어 내겠다는 좌파의 발상”이라고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의 근거는 ‘주체세력으로서의 학생’이라는 전교조의 비밀강령 때문이다.

최근 종북좌파의 용어를 분석한 김구현 씨의 ‘사악한 언어의 마법’(서울자유교원조합刊)에 수록된 전교조 비밀문서에는 “학생은 공동체 안에서 주체를 형성해가고 주체는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변증법적 과정을 거치게 된다”며 ‘학생의 사회공동체 참여 보장’을 주문하고 있다. 한마디로 김일성 주체사상에 입각해 학생을 혁명의 주체로 내세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러한 전교조의 노선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나섬에도 정작 일선교사들이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미숙 학사모 대표는 이러한 ‘학생참여위원회’에 대해 “전교조 교사들 때문에 믿을 수 없다”고 말한다. 최 대표는 “학부모는 자식에 대해 무한책임을 져야 하지만 교사는 그렇지 않다”며 “좌파 교육감 앞에서 학생들이 자신과 관계없는 교원평가 반대 구호를 외치는 마당에 어떤 교사가 어떻게 학생들을 이끌어 갈지 모르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결국 전체 교사의 30% 안팎에 불과한 전교조가 이러한 노선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소외감과 무력감으로 침묵하고 있는 다수를 이용하는 전형적인 볼셰비키즘 때문이라는 것이 자유주의 진영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한민국 교사들 스스로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전교조의 울타리에 기대면 기댈수록 그들에 대한 국민적 시선은 더욱 냉정해질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교사 처우, OECD 최고 수준

▲ [표3]15년차 중등교사의 급여 수준은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독일에 이어 4위를 차지한다. 급여는 그 나라의 물가 기준을 감안한 PPP로 평가한다.

▲ [표2]

교사들의 소외감과 무기력감은 대한민국 미래에 심각한 문제라는 점에서 국민들의 성원과 관심이 각별히 요구된다. 하지만 교사들도 대한민국이 결코 교사들을 홀대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 교사들은 OECD국가들의 평균 보수 (4만1,993달러, 15년차 중등교사기준)보다 많은 보수(5만4,671달러, 동기준)를 받고 있다. 초임이나 최고 호봉도 교육강국이라는 스웨덴, 덴마크 등보다 높고, 대우가 좋다는 일본, 영국보다도 높다. 물론 최고 호봉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에 비해 긴 30년 이상이 걸린다는 점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교사가 최고 호봉에 다다르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봐야 할 문제다. 반면 수업시간이나 학교 근무시간은 OECD국가들에 비해 훨씬 적은 편이다.[표 3]

이러한 비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국민 1인당 GDP 대비 교원의 법정임금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이 통계는 각 국가가 교사급여에 얼마 만큼의 상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를 말해 준다.

▲ [표4] GDP 대비 교사 법정 임금 비율은 한 나라가 그 나라의 교사 급여에 상대적으로 얼마만한 가치를 부여하는 가를 나타낸다. 그 비율은 우리나라가 최고다.
국민 1인당 GDP 대비 교사의 법정급여 비율은 OECD국가 중 우리나라가 제일 높다. 다시 말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대한민국은 교사 급여에 상대적으로 큰 가치를 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표 4]

또한 우리나라 교사들의 급여는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상승되어 왔으며 심지어 IMF라는 초유의 국가 경제적위기 상황에서도 교사의 급여는 상승했다. 온 국민이 짐을 나눠지더라도 교사들에게 만큼은 짐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표 2]

이러한 점으로 볼 때 우리 교사들이 학부형의 90%,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전교조를 자신들의 안일(安逸)을 위해 용인하고 그들과 반교육개혁,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한다면 정말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승의 은혜를 잊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치며 자신의 허리띠를 졸라매 스승들을 부양해온 학부모들을 정작 스승들이 배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한정석 편집위원·前 KBS PD

kalito7@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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